'다녀오겠습니다'로 시작하고, '다녀왔습니다'로 마무리하는 일상의 소중함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재난 트릴로지의 세번째 작품인 <스즈메의 문단속>이 3월 8일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일본에서도 작성일 기준 약 140억엔의 흥행수입을 보이며, 개봉한지 4개월이 된 현시점에서도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전작인 <너의 이름은.>과 <날씨의 아이>, 그리고 그 이전의 많은 중단편영화들을 좋아했던 저는 일본 현지 개봉 이틀차인 11월 12일에 일본에서 먼저 영화를 관람하고 왔습니다. 일본어 실력이 청음만 어느 정도 되는 수준이라, 세세한 내용들은 전부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영화는 제 눈시울을 붉히기 충분한 영화였습니다.
일본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게 이번이 세번째 였습니다. 공교롭게도 세 편 모두 애니메이션이었고, 그 중 한편은 <날씨의 아이>였습니다. 허나 개봉주 주말에 영화관에서 화제작을 본 경험은 처음이었습니다. 기대하던 영화의 개봉에 설레고 두근대는 마음을 갖고 있는 건,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마찬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자세한 영화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서 이 영화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그동안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영화보다 따뜻합니다. 어찌보면 진중할수도 있고, 그가 이 영화를 풀어가는 방식은 진솔하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감정을 흔듭니다. 소재 자체가 현지인들이 더욱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긴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본질은 우리 모두에게 통용됩니다.
영화의 클라이막스에 다달아서는, 가득찬 영화관에 코를 훌쩍이는 소리마저 크게 들릴정도로 고요했습니다. 그리고 어디선가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있었죠. 창작자가 영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기 위해, 신카이 마코토는 공감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습니다.
영화의 작화가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좋은 상영관에서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이번 영화의 OST는 신카이 마코토 영화중에서도 특히나 좋았습니다. 만약 스크린과 사운드중에 선택하셔야한다면, 저는 사운드를 우선시하시는 걸 추천하고 싶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는 부분이 많으니 유의해주세요.
(<너의 이름은>과 <날씨의 아이>에 관련된 스포일러도 다소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분명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영화산업은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사고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드러나는 영화들도, 그 이후 사람들의 인식을 다룬 영화들도 많았죠. 특히나 신카이 마코토는 이 사고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영화화하고 있습니다. 물론 <너의 이름은>의 기록적인 흥행으로 인해 비슷한 소재를 쓰는게 아니냐라는 생각도 들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그는 이 영화를 통해, 희생자들과 남겨진 이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전하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너의 이름은.>은 동일본 대지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지만, 영화에서 드러나는 많은 상황을 통해 간접적으로 사고를 떠올리게 합니다. '시간을 돌려 상황을 구원해 줄 누군가가 존재했으면'이라는 상상을 현실화 하면서, 희생자들을 위로합니다. 그리고 미츠하와 타키라는 대척점에 있는 캐릭터를 통해, 삶과 죽음을 분리하고 그들을 잊지 않아야함을 상기시키죠.
<날씨의 아이>는 조금 다릅니다. 분명 재난을 다루고 있는 영화지만 <너의 이름은.>과의 가장 큰 차이는, 이 상황을 지키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결말에서 히나는 희생하는 삶을 선택하지 않으며, 재난은 지속되는 것으로 끝납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재난에 대해서만 다루는게 아니라, 일본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과 일본 청년들의 염세주의적인 태도를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즈메의 문단속>은 직접적으로 동일본 대지진을 떠오르게 합니다. 동일본 대지진에 그치지 않고 난카이 대지진, 고베 대지진등과 같은 재난이 있었던 장소를 영화속에서 거쳐갑니다. 그 장소에 다다를때마다, 재난의 희생자들의 모습들이 기억속에 비춰지죠. 재난의 직접적인 상황이 아닌 평범한 일상들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미 지나간 자리를 다시 되돌리는게 아닌, 그들을 기억하게끔 하죠. 지나간 끔찍한 일들을 되돌리는건, 영화속에나 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며 잊지 않는 건 현실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죠. 이는 비단 일본에만 국한되는게 아니라 전세계 어디에서든 일어나는 많은 사고와 사건들에 대한 보편적인 정서입니다. 희생자와 남겨진 이들에 대해선, 우리가 계속 기억하고 잊지 않아야 합니다.
신카이 마코토의 재난 3부작의 세편의 영화가 닮은 듯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다루는 부분은 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살고 싶어하며, 평범한 일상을 영유하고 싶어합니다. 세 편의 영화를 거치면서, <스즈메의 문단속>을 통해 가장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 감독은 이야기합니다. '다녀오겠습니다'로 하루를 시작하고, '다녀왔습니다'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지 깨닫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