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난한 오락영화, 문제는 무난하기만 하다는 것
연말에 가족, 친구, 연인 간에 가볍게 볼 수 있는 범죄 수사물입니다. 흥행을 보증하는 배우를 담보로 한 성수기를 맞이한 기획영화이죠. 솔직히 말하자면 영화에 대해 크게 언급할 부분이 없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이야기가 예상 가능한 대로 흘러갑니다. 영화 속 대사를 인용하자면, 정말 변수는 없고 상수만 있는 영화입니다. 한국영화에 스펙트럼이 넓으면 넓을수록 이 영화에 대한 재미는 반감될 것입니다. 이미 우리가 많이 봐왔던 영화니깐요.
소재는 정말 신선합니다. <마스터>는 희대의 다단계 사기꾼 조희팔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입니다. 영남제분 청부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특별수사>나 SK그룹 최철원의 맷값 폭행을 모티브로 한 <배테랑>처럼, 대부분의 범죄 수사물의 소재는 대기업에서 나왔습니다. 그에 반해 다단계 사기를 소재로 했다는 점은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허나 소재는 좋았으나 관객들의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무엇보다도 다른 범죄 수사물은 기업과 정계의 유착관계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풍자가 돋보였다면, <마스터>는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많이 무디게 느껴집니다.
사실 그렇게 혹평할 영화는 아닙니다. 영화의 정석이라고 불리기엔 과하지만, 범죄 오락물의 흥행공식에 맞는 딱 안전한 노선으로만 진행되는 영화입니다. 굉장히 무난합니다. 딱히 모난 부분도 없고요. 그러나 이 무난함 때문에 영화의 단점이 더 도드라져 보입니다. 영화는 생각보다 속도감 있게 진행됩니다. 그럼에도 서스펜스를 자아내야 하는 부분에서 긴장감이 느껴지질 않습니다. 이미 많은 영화에서 학습이 되었기 때문에 새로움이 없으니 긴장감 또한 느껴지지 않죠. 그렇기 때문에 143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 더더욱 길게만 느껴지는 것이고요.
그럼에도 김우빈이 연기한 박장군이란 캐릭터는 빛이 납니다. 사실 그가 연기한 박장군은, 그가 이전의 필모그래피 속의 <상속자들> <기술자들> <스물>의 캐릭터와 그다지 다를 것 없습니다. 오히려 형사 김재명을 연기한 강동원이나, 사기꾼 진현필을 연기한 이병헌이 연기 변신을 했다고 볼 수 있죠. 그럼에도 박장군이 돋보이는 건, 김재명과 진현필은 너무나도 평면적인 캐릭터이기 때문입니다. 이병헌이 입은 옷은 무난하고, 강동원이 입은 옷은 그다지 어울리지 않습니다. 영화 속에서 그나마 스릴 있게 만들고 유머 있게 만드는 부분의 중심에는 박장군이라는 캐릭터가 있죠. 김우빈을 위한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따로 스포일러 주의 딱지를 붙이지 않더라도, 포스터와 예고편만 보고 예상한 딱 그 정도의 영화입니다. 오락영화인데 사회풍자도 부족하니 휘발성 또한 강하고요. (허나 마지막 장면만큼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인상적이긴 했습니다.) 이제는 충무로에 유행처럼 번진 흥행을 위한 영화 중에 하나라고 생각되네요. 쿠키영상은 두 개입니다.
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