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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라무 Jan 03. 2017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을 이어주는 음악

나 오직 그대만을 사랑하기 때문에


1987년 11월 1일 유재하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유재하의 첫 앨범이자 유작이 된 '사랑하기 때문에' 속 모든 노래는, 오직 한 사람과의 만남과 이별, 재회를 다룬 한 여자만을 위한 앨범입니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프로포즈를 하러 가던 길에 교통사고를 당하는 이형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차 안에서는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가 흘러나오고요. 왠지 모르게 두 사람의 모습이 묘하게도 겹칩니다.


적당히 따뜻하고, 적당히 사랑스럽고

영화 속 이형은 사고 후에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가는 능력을 얻게 됩니다. 그러한 능력을 바탕으로 본인을 포함해 다섯 개의 사랑이야기가 옴니버스로 이어져 있죠. 영화의 외부적인 요인을 제외하고, 영화 속 에피소드만 두고 본다면 어쩌면 뻔할 수도 있습니다. 일단은 <뷰티 인사이드>가 먼저 떠올랐고, 차태현이 주연이라는 점에서 <헬로우 고스트>나 <과속 스캔들>도 충분히 생각났습니다. 


다른 사람의 몸에 빙의된다는 특수성에서 자아낼 수 있는 개그코드는 좋았으나, 러브스토리는 크게 신선한 느낌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감형 배우들의 호연이 영화를 이끌어 갑니다. 특히나 네 번째 에피소드의 박근형, 선우용녀 배우가 연기한 노년의 사랑이야기는 눈물을 자아내기 충분했습니다. 유재하의 앨범 속 모든 노래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다만 스토리 자체는 근래에 나온 어떤 영화와 너무 유사했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직접적으로 언급할 수는 없지만)


故유재하에게 바치는 영화

유재하라는 인물을 알고 있느냐에 따라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갈릴 듯합니다. 영화 속에서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와 '지난날' 두 곡이 나옵니다. 유재하의 음악은 영화 속 주인공들을 이어주는 매개가 되고 있죠. 그리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에서는 언제나 '나 오직 그대만을 사랑하기 때문에'라는 노래 가사가 흘러나옵니다. 단순히 유재하의 음악에 담긴 추억이 있는 이들은 이 자체만으로도 공감할 수 있겠죠.


무조건적으로 유재하란 존재를 안다고 이 영화가 호감으로 다가온다는 말은 아닙니다. 극 중에서 유재하의 음악을 차태현, 서현진 배우의 목소리로 리메이크되어 나옵니다. 유재하의 팬이라면 그의 노래를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재창조되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실용음악과 입시 금지곡으로 유재하, 김현식, 김광석의 음악을 들기도 하고요. 어찌 보면 유재하의 음악이 조금은 소모적으로 사용되었다는 느낌도 듭니다. 조금은 아쉬운 결말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유재하에게 바치는 영화입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에 나오는 자막때문만은 아닙니다. "가수 유재하는 꽃다운 나이에 죽었어. 그런데 나는 유재하가 죽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이어주고 있다고 생각해" 영화 속 이형과 현경의 과거 회상씬에서 현경의 대사입니다. 비록 그는 세상을 떠났을지 몰라도, 자신의 음악을 통해 남아있는 많은 사람들에게서 들려지고 불려지며 추억으로 남아있음을 말하는 듯합니다.


꼭 유재하의 음악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자신만의 추억이 되는 음악 하나쯤은 존재할 겁니다. 물론 그게 영화가 될 수도 있고, 소설이 될 수도 있고요. 설령 그들과 우리는 일면식 없는 모르는 사이일지 몰라도, 그들이 남긴 어떤 것들을 통해 우리의 기억 속에는 존재할 겁니다. 꼭 그의 음악이 아니더라도 김광석이 떠오르기도, 김현식이 떠오르기도, 신해철이 떠오르기도 했던 영화였습니다.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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