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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라무 Jan 07. 2017

[너의 이름은.] 너와 나의 무스비

기억해야 할 누군가의 이름


신카이 마코토 감독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은 아름다운 영상미를 들 수 있습니다. 섬세하면서도 화려한 색채를 바탕으로 한 배경 묘사가 탁월합니다. 특히나 부감으로 그려낸 풍경은 정말 탁월하죠. 그러나 그의 전작들의 스토리텔링은 꽤나 아쉬웠습니다. 아름다운 영화이지만 대중성이 결여된 느낌도 받았구요. 허나 이번에는 조금 다릅니다. <언어의 정원> 이후 3년 만에 나온 신작 <너의 이름은.>은 여전히 아름다운 영상미를 지닌 채 스토리라인도 보완하여 대중성까지 끌어안았습니다. 


신선한 소재, 여전히 탁월한 배경묘사

영화는 자고 일어났더니 몸이 바뀌어 버린 도시 소년과 시골 소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어딘가 익숙한 듯 익숙지 않은 소재를 다루고 있구요. 성별이 바뀌는 영화는 그동안 많이 있었기 때문에 비슷한 느낌의 유머가 존재합니다. 다만 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선 불쾌한 느낌이 들 수도 있을 듯해요.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다루는 소재 자체는 흥미롭게 풀어갑니다.


역시나 배경 묘사를 빼놓고 말할 수가 없습니다. 특히나 초반부부터 매드 무비의 형태로 영화 속의 배경들을 보여주는데, 혜성이 떨어지는 모습을 시작으로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시골과 도쿄의 모습을 풍광을 통해 화려하게 보여줍니다. 함께 나오는 OST 역시 굉장하고요. 또한 전반적으로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카메라 앵글을 화려하게 가져가면서, 영화의 속도감을 더해 관객의 몰입감을 더합니다.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는 부분이 많으니 유의해주세요.


영화를 통해 사람들을 위로하다

속도감 있고 밝은 유머로 진행되던 전반부를 지나, 중반부부터는 분위기가 다소 무거워집니다. 두 주인공이 시공간을 초월하여 소통했다는 것과, 주인공인 미츠하는 혜성 충돌로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되죠. 타키와 미츠하의 불가사의한 관계는 무스비(인연)로 이어져 있습니다.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을 흘린다던지, 알 수 없는 그리움에 휩싸인다던지 하는 것들로 그들 사이의 붉은 실이 얼마나 단단한지를 보여줍니다. 영화를 통해 감독은 사랑이라는 범주안에서, 서로 간의 인연의 중함을 말하고 있습니다.


혜성으로 인해 폐허가 된 마을을 보고 있으면 여러 가지가 떠오릅니다. 일본 사람이라면 동일본 대지진을 떠올릴 테고, 한국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은 아마 세월호를 떠올리겠죠. 혹은 국가적 재난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난 일일 수도 있구요. 영화 속 타키를 통해 '그때 내가 미리 알았더라면 결과를 바꿀 수 있었을까'라는 한 번쯤 해봄직한 상상을,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실현해줍니다. 영화를 통해 사회적인 메시지를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많은 사람들을 웃게 하고 위로해주는 것도 영화의 역할 중의 하나입니다.


영화의 초반부에서 주인공들은 본인이 겪었던 일을 꿈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꿈의 속성 중에 하나는 꿈에서 깨고 나면 꿈의 내용은 대부분 잊어버린다는 것이죠. 영화의 말미에서 타키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물론 인연의 끈은 견고하기에 알지 못하는 누군가를 그리워하면서요. 어쩌면 영화 속 모든 일들이 우리가 꾸고 있는 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가 꿈꾸는 것들이 사실은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라는 기분 좋은 상상이죠.  


영화를 보고 나서 이름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두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하나는 개개인의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모든 인연들은 소중하고, 그 인연을 이어가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나머지 하나는 세상의 모든 피치 못할 상황으로 발생한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추억하는 하나의 방법은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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