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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리 Jun 06. 2018

일본, 문화가 달라도 너무 다르잖아?

마케터의 4박 5일간의 일본 여행기_1편, 뼛 속부터 다른 생각

"뭘 배우려고 온 건 아니었는데.."

 나리타 공항에 도착한 순간부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입국 수속장의 직원은 30대 정도의 남성 1명을 제외하곤 모두 60대 정도의 할아버지, 할머니였다. 머리가 띵 했다. 일본의 고령화 사회는 현실이었다. 책과 TV에서만 전해들었던 고령화 사회를 직접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일본 여행에서 가져온 키워드는 [고령화 사회 / 사람중심적 사고 / 로봇산업]이다.
고령화 사회에 직면한 일본은 사람을 대체하기 위한 로봇 산업이 발전했다고 한다. 그런데 일본의 로봇 산업이 발달한 이유는 비단 기술력 뿐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느낀 일본은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았.

일본의 로봇산업은 사람의 감정을 헤아리며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형체를 띈 로봇, 애견 로봇, 자동운전 시스템, 의료용 로봇 관찰하다보면 단순히 물리적인 조력이 아닌 사람의 감정을 헤아리는 로봇들을 만들고 있다. 로봇 산업의 발전은 일본의 사회 문제와도 밀접하다. 노동력, 외로움, 질병 등 단순히 물리적인 힘을 대체하기 위한 노력만 하고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딱히 어떤 기대를 품고 일본 여행을 한건 아니었다. 2달 전쯤 "일본 여행가자!"는 친구의 말에 도쿄행 티켓을 끊었다. 어쩌다보니 결국 혼자가게 되었지만 생각해보면 오히려 기회가된 것 같다. 무계획이 계획이라는 생각으로 출국 2주 전까지 정말 아무것도 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더 많은 걱정을 했다.
[*일본어도 영어도 거의 할 줄 모르는 바보다.]

그러던 중 '퇴사 준비생의 도쿄'라는 책을 선물받게 되었다. 책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 도쿄 여행을 신나게 즐기는 책인줄 알았지만 회사를 퇴사하고 사업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도쿄를 바라 본 내용이었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딱 한가지 메세지를 꼽자면 " '무엇을 보는지'보다 '어떻게 보는지'가 중요합니다. " 라는 문장이었다. 이때부터 일본을 제대로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껏 한국에서 전해들은 일본이라는 나라는 아래와 같았다.
> 심각한 고령화 사회
> 넘치는 일자리, 일하지 않는 초식남녀
> 뿌리 깊은 기업(매장)들이 즐비
> 로봇 산업의 발전

이런 이야기들이 정말 일본에선 현실인지 궁금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다. 여행을 하며 생긴 궁금증은 도쿄에서 약 4년동안 데이터 사이언스로 일하고 있던 형과의 만남에서 많은 부분을 해소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의 삶과 비교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5일간의 여행을 마친 뒤 일본이 더욱 궁금해졌고 관심을 갖고 관찰하게 되었다. 지금부일본에서 보고 들으며 느낀 것을 하나씩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첫번째, 현실이 된 일본의 고령화 사회
<실제 직원들의 대부분이 노년층이었다>

 일본에 도착함과 동시에 고령화 사회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로써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정말 신기했다. 우리나라에서 CS업종의 대부분은 시각적으로 깔끔하고 세련된 사람들이 하는게 일반적이다. 그래서 99% 청년을 채용한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은퇴 연령의 노인 세대가 일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CS 직무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노인층이 현업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굉장히 어색한 풍경일것이다. 동물원의 출입 직원, 음식점의 매장 관리자 등 대다수가 노년층이었다. 일반적으로 청년들이 일하는 곳은 우리나라에서 생각하는 아르바이트 직군들이었다.


긴자의 꼬치집에 붙은 아르바이트 채용 공고를 확인해보니 1일 14시간 근무, 시급 1,200엔, 주 1회~2회 근무 가능이라는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아사쿠사에 위치한 츠타야 서점 또한 비슷한 형태의 아르바이트를 채용을 하고 있었다. 이런 식의 채용 공고 포스터는 대부분의 매장에 붙어있었다. 정말 일 할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와닿았다.


두번째, '안전'에는 극도로 민감한 일본
<하수구 공사(?) 진행중인 사진, 작업자 외에 주변을 지키는 사람만 3명이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일하는 사람들이 없는 일본도 가장 많은 인력을 투입해서 신경을 쓰는 분야가 있는데 바로 '안전'과 관련된 분야였다. 일본은 유독 '안전'과 관련해 굉장히 민감한 반응하는 것 같았다. 위 사진과 같이 실제로 안전모, 안전복, 안전화, 엑스반도, 경광봉은 필수이며, 안전을 위한 주변 감시까지 빈틈없었다. '병적이다' 라는 생각이 들정도였다.

하라주쿠의 한 건물 공사장에는 입구를 지키는 안전요원만 6명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백화점 주차장 입구에는 입차관리 1명, 출차관리 1명, 보행자 이동관리 2명을 배치했고 일본 지하철의 탑승 플랫폼에는 안전 요원들이 상시 배치되어 있었다. 지진이나 해일등 자연재해가 많은 탓인지 안전과 관련된 일에는 인력을 아끼지 않는 분위기였다. 일본은 안전과 관련된 제도들도 굉장히 깐깐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번째, 스미마셍! 일본의 사람 중심적 사고
< 점원과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 라멘을 주문하고 수령 가능한 이치란 라멘의 1인석 >

 일본을 이야기를 할때 빠지지 않는 이야기 중 하나가 개인주의적인 성향에 대한 내용이었다. 실제로도 느낀 일본에 대한 느낌도 그랬다. 하지만 일본의 개인주의는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의 느낌과 전혀 달랐다. [개인주의에 대한 이야기도 많지만 넘어가자] 오히려 그 반대다. 상대를 생각하는 배려심이 넘쳐 만든 개인주의라는 표현이 좀 더 어울리는 것 같았다.


사람이 가득찬 지하철에서 실수로 어깨를 툭치면 "스미마셍"을 외치고, 길을 지나가면서도 "스미마셍'을 외친다. 서울의 지하철은 밀리고 치이는게 당연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잘하거나 듣지 못하는게 일반적인데 일본은 "스미마셍"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죄를 짓는 듯한 느낌이 들정도였다. [당연히 이게 맞지만 서울 살이하다보니 밀리고 치이는게 너무 일반적이게 되면서 무뎌졌다.]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의 문제이겠지만, 일본의 개인주의는 '나'보다 '타인'에게서 시작되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상대방의 불편을 미리 생각하고 헤아린다는 느낌이다. 일본에 머무르는 내내 존중받는 듯한 배려심이 느껴졌다. 어떤 장소를 가도 대부분 친절했고 매장 곳곳에 사람 위한 사소한 배려들이 잘 묻어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질서를 잘 지키게 하기위한 넛지 요소들이 잘 형성되어있었다. 개인주의보다 사람 중심적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한 것 같다.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싫어하는 만큼 개인의 영역도 보장받고 싶어하는 느낌이었다.

네번째, 도보의 라인에도 이유가 있다.
< 우에노 동물원 가는 길, 좌측 통행이 생활화 되어있는 일본 사람들 >

 일본에 가면 실제로 우리나라가 흔히 말하는 UI(user interface)가 굉장히 뛰어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삶 자체가 UX(User experience)라는 표현이 적합한 것 같다. 항상 사 중심적인 사고방식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일반적인 거리도 똑같은 길이 별로 다.

우에노 동물원 올라가는 길을 보면 노란선이 중앙에 있는게 아닌 왼쪽에 치우쳐져 그려진 것을 볼 수 있다. 유동 인구를 고려한 설계라는 생각이 단번에 들었다. 동물원을 구경하기 위해 올라오는 사람보다 내려가는 사람이 많고 내려오는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감안하여 설계한 것이다. 라인 하나를 그려도 장소의 상황과 환경까지 고려하는 세심한 배려가 느껴졌다.

번외로 일본에서 길을 걷다보니 이상하게 사람들과 많이 부딪히게 되었는데 우측 통행이 많은 우리나라와 문화적 차이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규칙을 굉장히 철저하게 지키다보니 나 또한 좌측 통행을 지킬수 밖에 없었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원래는 우리나라와 같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다섯번째, 여기가 진짜 동물원이다!
< 우에노에 가면 우에노 동물원은 필수 코스 >

 일본에 오기 전 '기업 브랜딩을 위한 3가지 준비물' 에서 다뤘던 동물원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홍성태 교수님께서는 "일본의 동물원은 우리나라의 동물원과 달리 동물원(動物園)의 본질 (움직이는 동물이 모인 공원)에 충실하다."라는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다. 고대하던 일본에 왔으니까 동물원을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 직접 눈앞에서 생동감 넘치게 움직이고 활동하는 동물들을 볼 수 있다. >

약 1시간 가량 동물원을 구경하는데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동물원의 본질이 어떤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실제 아주 가까이에서 동물들의 생동감 넘치는 행동들을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 동물원에서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동물들의 크기나 수를 고려하여 충분한 공간을 마련었고 사람들이 동물들을 구경하기 좋은 환경 제공하고 있었다.

사진에서 볼  동물들은 넓은 공간에서 여유롭게 걸어다닐 수도 있고 물을 마시거나 헤엄을 치고 풀을 뜯을 수 있다. 동물의 종류에 따라 각각의 특징에 맞는 환경을 알맞게 제공하고있기 때문이다. UX는 사람 뿐만 아니라 동물들을 위해서도 동일하게 고려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우에노 동물원 예시. 일본은 왼쪽의 메인지도를 중심으로 지도가 놓일 장소에 따라 지도 방향을 바꿔서 표시한다 >

위 예시 사진을 보면 우리나라는 왼쪽의 형태의 지도에 현재 위치를 표현해주는게 일반적이지만 일본지도 표지판이 놓일 위치마다 각각 다르게 표시해준다. 지도 표지판이 놓여있는 위치를 중심으로 지도를 표현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우리나라와 일본의 사고하는 방식의 차이를 가장 극명하게  부분이었다.


똑같이 사람 사는 곳인데.. 참 이렇게 다르다.


마케터의 4박 5일간의 일본 여행기_1편,
일본, 문화가 달라도 너무 다르잖아?_뼛 속부터 다른 생각. END


다음 글.

마케터의 4박 5일간의 일본 여행기_2편,
아키하바라에서 배운 오타쿠 문화_다양성과 몰입 그리고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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