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치리 Jun 18. 2018

아키하바라에서 배운 오타쿠 문화.

마케터의 4박 5일간의 일본 여행기_2편, 다양성과 몰입 그리고 발전

" 감사합니다. "


 정말 감사하게도 '마케터의 4박 5일간 일본 여행기' 1회 "일본, 문화가 달라도 너무 다르잖아?"를 많은 분들이 봐주셨다. 댓글로 다양한 피드백을 듣게 되었고 알지 못했던 것들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전 편에서 다소 일본을 미화시켜 바라보는 시선으로 글이 쓰였다고 느낀 분들이 많은 것 같았다. 글을 기획할 당시 우리나라와 일본의 다른 점을 통해 느낀 감정을 기록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했다. [ 다음과 카카오 채널 메인 올라가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대부분의 내용을 다름으로 승화하거나 관찰자의 관점에서 쓰인 글이다. 당연히 장점과 동시에 단점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들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엔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여행의 목적도 그런 것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대한민국의 환경과 일본의 환경이 어떻게 다른지를 알고 싶었고 일본인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그로 인해 어떤 것들이 생각과 기술들이 발전하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다행스러운 건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시는 모습을 보며 그렇게 벗어난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었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무엇보다 댓글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이 가장 의미 있었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처음부터 누군가를 위해 쓴 글이 아니었기 때문에 2편도 여행을 통해 느낀 점을 그대로를 써 내려가려고 한다. [ 잘못된 내용에 대한 비판과 의견은 얼마든지 지적해주셨으면 합니다. ]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댓글의 한 문장으로 2편을 시작하고 싶다.

@박 xx 님
"어디나 장단점은 있는 거지요, 일본 여행을 통해
좋은 것들은 배워서 우리가 조금 더 성장한다면 좋겠습니다."

나도 같은 마음으로 일본 여행기 2편을 작성해본다.



"낯선 경험"

<  안녕? 아키하바라 ! >

 여행의 3일째 되는 날, '일본 오타쿠의 성지'라 불리는 아키하바라에 방문했다. 1970~80년대까지 일본 최대 전자상가였다가 현재는 일본 게임, 애니메이션, 만화의 메카로 일명 ‘오타쿠 문화’의 발원지가 되었다고 한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아키하바라를 방문했던 이유는 일본을 설명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곳 중 하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오타쿠''부정적인 단어'로 사용해왔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인식의 변화가 생기면서 '오타쿠'를 어딘가에 몰입해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단어로 사용하고 스스로를 덕후, 오덕이라 표현하는 사람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일본의 오타쿠'는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했다. 사실 아키하바라에 도착한 지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아 '오타쿠의 성지'라 불리는 이유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거리는 온통 익숙하지 않은 광경들로 가득했고 '전자상가', 'SEGA 오락실', '애니메이트', '메이드 카페거리'등을 구경 다니면서 사람들이 왜 오타쿠가 되는지도 조금 알 수 있었다.


첫 번째, 눈길을 사로잡는 거리

 아키하바라에서 처음 놀랐던 것은 대부분의 건물에 거대한 옥외광고물이 전체를 도배하고 있는 것이었다. 특히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제품의 사진들로 가득했다. 우리나라에 비하면 옥외광고의 기준이 매우 자유로워 보였다. 또 한 가지 특이점은 디스플레이 광고는 그렇게 많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서울만 봐도 삼성역, 강남역 대부분 디지털 디스플레이 광고가 성행하고, 실제 국내에서 가장 인기 많은 광고 방식 중 하나다. 하지만 아직까지 일본은 과거 우리나라에서 많이 했던 건물 벽면에 현수막을 교체하는 방식의 광고가 주로 많았다. 건물의 형태 자체도 우리나라처럼 깔끔하고 단순한 형태보다 다채로운 색감이 들어간 건물이 많았다.


< 다채로운 색감과 이미지를 활용한 일본의 옥외광고 >

 개인적으로는 난잡하게 느껴졌지만 다채로운 색감과 이미지를 활용한 광고 방식 자체는 사람의 이목을 끌기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키하바라 하면 쉽게 떠올리는 메이드 카페도 도로의 골목골목마다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메이드 옷을 입고 모객 행위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최소 이곳에서는 지나가는 사람들도, 모객 행위를 하는 아르바이트생들도 너무 자연스러워 보였다.


< 코스프레를 한 채로 메이드 카페를 홍보중인 아르바이트생 >

 홍보 팸플릿을 받고 싶었지만 조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사실 조금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메이드 카페가 어떤 곳인지 궁금해서 유튜브에서 체험기 영상을 찾아보니 일반적인 레스토랑인데 코스프레 복장을 한 사람들이 음식을 나눠주거나 사진을 찍고 만화 속 어떤 동작(?)을 하는 등 굉장히 어색하고 낯선 광경이었다.

일본 사람들 대부분이 이런 상황에 익숙한 건지 아니면 일부의 사람위한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에게 생소한 상황도 하나의 문화로 인정받고 있으며 사람들의 관심 만큼이나 큰 시장이 형성되었다는 것이었다. 관련해서 글을 찾아보니 2017년 기준 일본의 오타쿠층은 1,833만명이며, 20~30대 미혼자, 남녀 성비는 6:4, 2015년 시장 규모는 8조로 일본의 경기 불황에도 구매가 줄지않아 불황을 이겨낼 수 있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시장 파워가 엄청나다고 한다.


두 번째, 좋아할 만한 것을 좋아할 만한 사람들에게.
< 아키하바라, SEGA 오락실 3호관 >

 아키하바라에6층으로 된 SEGA 오락실이 있었다. 여기에는 이렇게 큰 오락실이 엄청 많다. 1층부터 6층까지 수백 가지의 오락기로 가득 차 있었고, 층마다 각각의 컨셉도 달랐다. 1층과 2층은 피규어 뽑기가 배치되어 있었고, 3층과 4층은 조이스틱 게임, 5층은 다트 등과 같은 체험형 게임이, 6층은 VR 게임이 자리하고 있었다.

일본 오락실의 가장 놀라운건 모든 사람의 재미를 책임지겠다는 의지가 보일 정도로 아주 폭넓은 종류의 게임들을 배치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대개 가장 인기가 많은 상품을 중점으로 배치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일본은 굉장히 다양한 종류의 게임을 배치해 놓은 것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생각해보니 비단 오락실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신발 매장, 편의점, 등 어디를 가도 다양한 종류의 상품들을 배치하고 있었다.

일본 매장의 특징인걸까? 왜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다양한 물건들을 많이 배치한다. 실제로 하라주쿠의 한 신발매장에는 100여평 정도되는 규모의 벽면에 신발 수백 종을 진열하고 있었다. 분명 팔리지 않는 상품이 많을텐데 다양한 상품을 진열해놓은 것을 보면 모든 사람의 니즈를 충족시키기위한 노력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본다.


<  1층에 즐비해있는 뽑기 기계, 피규어 퀄리티가 최고다. >

 오락실의 1층과 2층에서만 30분을 있었다. 아기자기하고 멋진 캐릭터들을 보기만 해도 눈이 즐거웠다. 다수의 사람들을 위한 것들 뿐만 아니라 소수의 사람들(마니아 층)을 위한 것들도 많았다. 어릴 적부터 원피스, 드레곤볼, 코난 등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는데 일본에서 만나니 더욱 반가웠다.

3층과 4층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게임 발전 수준이 너무나도 경이로웠다. 사실 평소 우리나라의 오락실은 다양성이 떨어진다는 생각 때문에 언젠가부터 가지않게 되었다. [아직도 과거에 인기 있던 고전 게임이 많다.] 하지만 일본은 내가 어릴 적 만화에서 보던 유희왕의 카드 덱을 구매해서 게임기에 올려놓으면 게임의 캐릭터로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세상이었다. 상상만 했던 만화 속 주인공들을 현실에서 플레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말 놀라울 정도로 게임산업이 발전해있었다.


<  왼쪽, 실제 카드 덱을 놓으면 게임 플레이 할 수 있다. 오른쪽, 게임 한판을 위해 웨이팅하는 사람들  >

VR 게임도 굉장히 다양했다. 경마, 총 게임, 비행기 조종 등 직접 플레이를 할 수 있는 VR 콘텐츠들이 다양했다. 또한 VR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공간도 굉장히 많았다. 환경이 잘 갖추어졌다는 의미다. 물론 우리나라도 VR 콘텐츠를 제작하는 기업들이 하나둘 생기면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도 많아지긴 했다. 하지만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아직 잘 갖추어지지 않아 쉽게 즐기기 어려운 현실이다.

오락실의 특징 꼽자면 동작이 큰 게임이 많아 시선을 한 몸에 받기 딱 좋은데, 이런 상황이 당연하다는 듯이 하나도 신경 쓰지 않았다. 게다가 1회의 게임 플레이를 위해 몇십 분의 웨이팅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저 신나게 게임에 몰두하고 즐기고 있다. 구경하는 사람은 대부분 나같은 외국인들 뿐이었다. 태생과 살아 온 환경에 따른 생각의 차이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세 번째, 일본 오타쿠 문화의 핵심은 애니메이션

 일본 최대 규모의 애니메이션 매장인 애니메이트를 방문했다. 들어가기 전 생각해보니 나도 일본 만화를 굉장히 즐기던 사람중 한 명이었다. 코난, 짱구, 원피스, 나루토 등 어릴적 즐겨봤던 만화의 대부분이 일본 만화였다. 내가 방문한 애니메이트는 2016년 연 매출이 600억엔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돈으로 약 6,000억이다. 1년에 만화만 팔아서 6,000억..?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도 어려웠다.

실제 경험한 애니메이트는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수천 수만가지의 만화책들로 빼곡히 차 있었다. 아쉽게도 일본어를 잘 몰라 어떤 종류의 만화책들이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그래서 한국에서 읽었던 만화책 1가지만 찾아보자는 생각으로 여기저기를 누비며 다녔다. 그러던 중 굉장히 신기한 점을 발견했는데 애니메이트에 있는 손님의 80%가 남성이었다. 또 흥미로운 점은 홍보 포스터가 대부분 여성 캐릭터였다. [ 특히 어린 여자아이(?)가 많았다.]


< 주로 남성 고객이 대부분이었으며, 벽면 또는 바닥에 붙여진 포스터는 미소녀(?)가 많았다. >

오타쿠하면 미소녀라는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은데 왜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알 것 같았다. 이해가 잘 되진 않았지만 사람들이 보는 만화책이나, 홍보 포스터 등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았다. 혹시 색안경을 끼게 될까봐 덧붙이면 절대 이런 책들만 보는게 아니다. 물론, 우리에겐 매우 낯선 상황이라 훨씬 기억에 잘 남게되는 것 같다.


< 정말 좋아했던 만화, 데스노트 >

그렇게 30분 정도를 돌아다니던 중, 드디어 한국에서 읽었던 데스노트를 찾을 수 있었다. 반가웠다. 영화로도 3편까지 나온 명작이다. [ 애니메이션 원작 내용과 조금 다르긴하다. ] 문득 우리나라엔 유명한 만화가 없을까? 라는 생각을 하던 중 국내 유명 웹툰들이 떠올랐다. 불과 몇년 사이에 국내 웹툰 시장도 엄청난 성장을 했다. 나는 잘 보지 않지만 주변 친구들을 보면 웹툰을 안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요즘은 웹툰을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기까지 한다. 다들 잘 아는 미생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한때 만화가는 파리 날리는 직업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국내 웹툰 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7,000억이라고 한다. 2013년에는 1,500억으로 4년 사이 약 5배 가량 성장했으며, 2022년에는 1조 시장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물론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2015년 일본의 애니메이션 시장은 5조 8천억이라고 한다. 당시 오타쿠 시장 전체 규모가 8조였다고 하니 일본의 애니메이션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대충 짐작된다. 우리나라도 성장세에 있는만큼 좋은 만화들이 계속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내가 느낀 오타쿠 문화.

일본에서는 오타쿠를 다른 말로 "한 가지 일을 너무 좋아해서 어떤 경지에 오른 사람"이라는 표현을 한다고 한다. 이런 오타쿠들이 시장을 키우고 나아가 산업 발전을 이끌고 있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연히 일본에서 '한국 아이돌'이 각광받게된 이유에 대해 들었는데, 과거 일본 사람들은 미완의 아이돌이 완성되어가는 과정 자체을 즐겨왔다고 한다. 그러던 중 완성형으로 데뷔하는 '한국 아이돌'이 보게되었고 빼어난 노래 실력과 칼 군무에 매료되었고 그 흐름을 따라 일본의 한류 시장이 급격한 성장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키하바라에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사람들의 몰입과 관심이 시장 규모를 만들고 시장이 형성되면 해당 산업에 뛰어드는 기업이 많아지면서 기술이 발전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최근 우리나라도 개인의 관심사와 취향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시키는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고, 눈치를 보기보다 하고 싶은 이야기하는 시대로 변했다. 이런 변화들로 인해 욜로, 워크라이프밸런스 등 수 많은 문화와 트랜드들이 사람들의 머리 속에 하나둘 자리 잡히기 시작했고 지금도 끊임없이 변하는 중이다.

아키하바라라는 도시를 통해 트랜드, 시대 흐름을 읽는 것이 왜 중요한지 조금은 알게 된것같다.
내가 직접 경험한 '오타쿠 문화'의 핵심다양성과 몰입 그리고 발전이었다.



'장인성 저자 - 마케터의 일'이라는 책에 이런 문장이 있다.

"사랑을 아낌없이 주어본 사람이 사랑받을 줄도 알고 몰입해본 사람이 몰입하게 만들 수 있다."

요즘들어 이 문장이 조금 와 닿았고 앞으로 좋아하는 일을 찾고 몰입해야 할 이유가 더욱 명확해졌다.

마케터로서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을 하는 만큼, 미친 듯이 좋아해 보고 미친 듯이 좋아하게 만들어야겠다.


마케터의 4박 5일간의 일본 여행기_2편,

다양성과 몰입 그리고 발전 끝.


이전 글.

마케터의 4박 5일간의 일본 여행기_1편
일본, 문화가 달라도 너무 다르잖아?_뼛 속부터 다른 생각.


매거진의 이전글 일본, 문화가 달라도 너무 다르잖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