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Not Fine, 사실.. 괜찮지 않아요.
글쓰기 목표 :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 모두 이 책을 통해 함께 극복해나갈 수 있게 되기를
글쓰기 스탠스 : 책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담다, 어머니에게 그랬듯 든든하게 서 있는 사람의 자세로
글쓰기 포인트 : 마음의 병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글, 이겨냅시다.
Im'Not Fine - 괜찮다고 말하지만, 괜찮지 않은 너에게
며칠 전 책 한 권이 집으로 배송되었다.
책의 이름은 '아임 낫 파인', 우울증을 주제로 작가의 본인과 주변에 우울증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 놓은 책이다. 이 책엔 8년 동안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이겨온 우리 어머니의 이야기가 담겨져있다.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괜찮다는 말을 한다. 우리 어머니도 그런 줄 알았다. 괜찮다는 말이 스스로를 아프게 한다는 사실을 23살이 되서야 알았다. 무엇이든 괜찮다는 말을 하는 사람은 인내심이 뛰어난 착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내게 어머니는 그런 사람이었다. 강인하고 든든한 버팀목 같은 존재.
그러나 2012년 어느 늦은 새벽,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과호흡 증세와 발작으로 숨을 쉬지 못했다. 23살의 내가 감당하기엔 너무 크고 무서운 것이었다. 급하게 구급차를 불러 부산의 한 대학병원으로 향했다. 그런데 의사는 태연하게 오랜만에 왔다는 식의 말과 제스처를 취하며 안정제를 놓았다. 이미 처음이 아니었던 것이다.
첫 발병은 내가 군인이었던 2011년부터였다고 한다. 이미 여러 번 병원을 다녀갔고 심각한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진단받았다고 했다. 절망적이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 세상의 기둥이었던 어머니의 약해진 모습을 보며 마음이 끝없이 무너져 내렸다.
의사 선생님은 이 병에 대해 자신의 의지로 어쩔 수 없고 누구에게 어떤 이유로 어떻게 시작될지 모른다고 했다. 사람마다 아픈 이유는 다르고 그것을 찾아 피하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 방법이라고 했다. 특히 스트레스받지 않는 주변 환경을 잘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이 병은 스스로 이겨내기엔 너무 어려운 병이었다. 일단 자신이 아프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약을 먹지도 않고 병원에 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또 매일 자신의 상황을 비난하고 욕한다. 거의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자신이 한 말을 기억 조차 못 한다.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자기 자신의 모습을 알고 있기 때문에 대인관계를 두려워하고 외부 활동이 무서워 스스로를 집에 가둬버린다. 그래서 가족의 힘이 절실해 보였다. 하지만 나는 이런 어머니를 오랜 시간 이해하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머리로 이해해도 마음이 받아들이질 못했다.
우울증 환자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감정의 기복이 생긴다. 사람이 간사한 게 눈에 보이지 않으면 아픈 척 시늉을 하는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에 병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특히 내 앞에서 '자살'을 이야기할 땐 정말 버티기 힘들었다.
매일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 그러나 가족이니까 함께 이겨나가야 했다. 그때부터 우울증 환자를 이해하기 위해 책을 보기도 하고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들을 찾아보며 내가 지녀야 할 스탠스에 대해 고민했다. 그중 지금껏 받아온 상처에 대해 어머니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울증 환자들은 그간 많은 감정을 억누르며 살아온 만큼 그들의 감정을 솔직하게 꺼낼 수 있게 도와주는 게 필요했다. 힘들 때마다 "나 괜찮지 않아요"라고 말할 수 있는 훈련이다. 처음엔 수많은 욕과 비난이 뒤섞인 거친 말 투성이지만 표현에 익숙해지면 조금씩 그 표현 방법은 "아들~ 엄마 오늘 몸이 안 좋아요"와 같은 언어들로 순화되었다.
이제 우리 어머니는 스스로 잘 이겨내고 계신다.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호전되셨다. 지금은 멀리 떨어져 지내지만 여전히 힘들 때면 곧장 전화 와서 쉽게 힘든 감정들을 털어놓으신다. 이렇게 우리 어머니 우울증은 가족의 힘으로 함께 이겨낼 수 있었다.
우울증에 필요한 것은 힘든 길을 함께 할 동반자.
'아임 낫 파인'은 우울증을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이가희' 작가님이 직접 우울증을 직/간접 경험한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인터뷰 사례들과 함께 개인의 생각들을 함께 써 내려간 책이다.
만약 당신도 "괜찮은 척" 살아왔다면, 꼭 이 책을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나는 이 책이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병을 함께 이겨나갈 '동반자'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