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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리 Oct 11. 2021

무모한 꿈을 좇는 스타트업이 좋다.

스타트업? 동심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변태 같은 세계

동심을 가진 무모한 어른들

코 찔찔 시절의 나는 우주선에 가족을 태워 지구 한 바퀴를 빠르게 여행하거나, 우주 정거장에 집을 지어 오손도손 사는 꿈을 꾸었다. 옆 집에 살던 친구는 로봇 조종사를 꿈꿨고, 아랫집에 살던 동생은 과학자를 꿈꿨다. 동심으로 가득했던 어린 시절 우리의 허무맹랑한 말에도 비웃는 사람이 없었다.


스타트업은 이런 동심을 동경한다. 크면 클수록 좋다. 동심과 조금 다른 점은 꿈만 꾸어선 안되고, 현실화할 수 있다고 믿고, 실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세계에는 진짜 변태 같은 사람들이 많다. 아직 현실에 나타나지도 않은 꿈같은 이야기를 하며 밤새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지금 당장 큰 빚에 허덕여도 그 문제만큼은 꼭 본인이 풀어야 한다며 돈, 시간, 육체를 미친 듯이 갈아 넣는다.


이 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빚더미에 앉게 되는 사람도 있고, 문제를 잘 해결해서 큰 부를 얻게 되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실패, 또는 목표를 달성했음에도 또다시 새로운 문제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사람들은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무모한 일에 도전하는 걸까?


어쩌다 스타트업

나는 7년 전에 대학생 코 파운더로 첫 스타트업을 경험했다. 그때의 나를 한마디로 묘사하자면, '사이비 종교에 빠진 광신도'라고 할 수 있다. "같이 우주 정거장을 짓자"는 대표 형의 말에 가슴이 미친 듯이 뛰었고, 그대로 스타트업에 스며들었다. 당시에 만해도 살면서 목표라는 게 있었던 적이 없었고, 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 남들이 시키는 건 늘 반대로 하는 청개구리였다.


어릴 적부터 궁금한 게 많았는데, 거의 해소하면서 살지 못했다. 수업 시간 중 생긴 궁금한 점을 물어보려면 친구들의 눈치를 봐야 했고, 대학을 가면 뭐가 좋은지 누구도 설명해주지 않았고, 심지어 어디가 좋은 직장인지, 갈 수 있는 방법도 알려주지 않았다. (TMI, 내가 다닌 고등학교 전교생 기준, 서울 거점 대학 1명 진학) 그러다 보니 살면서 한 번도 목표를 가져본 적이 없었고, 이해도 안 되는데 까라면 까는 게 너무 싫었다. 그런 나에게 '우주정거장 짓기'라는 목표가 생긴 건 인생을 뒤흔들만한 큰 변화였다.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극단적이고 무모한 선택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스타트업에 있는 사람들은 내 결정을 딱히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훨씬 독특한 케이스도 많고, 애초에 스타트업이 해결하고자 하는 일이 정상적이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말 중에 "틀림을 증명하는 건 옳음을 증명하는 것보다 쉽다"라는 말이 있는데, 스타트업을 향해 "실패할 거야!"라는 말을 하는 건 실제로 맞을 가능성이 높다. "높은 실패 가능성을 안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전하는 것"이 스타트업의 일이기 때문이다.


인식의 변화

왠지 무서운 이야기만 늘어놓은 것 같다. 하지만, 제2의 벤처 붐이라 불릴 정도로 요즘만큼 스타트업 호황도 없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스타트업 성공 케이스가 많아졌고, 그 덕에 스타트업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이제 스타트업이 단순히 허무맹랑한 꿈만 꾸는 리스크 높은 곳이 아니라, 혁신과 큰 성공을 이뤄내는 기업으로 점차 인정받고 있다.


또 비교적 자유로운 업무 문화와 웬만한 대기업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대우를 해주는 곳이 많고 스타트업의 꽃이라 불리는 스톡옵션 제도는 과거 대기업만 쫓던 사람들이 스타트업으로 발길을 돌리게 할 만한 충분한 매력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스타트업은 구인난이다. 모든 기업이 좋은 인재를 모시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다. 실제로 우리 회사에 LIVE 채용설명회 진행 요청 건이 줄을 잇고 있다. 시청자도 많게는 1천 명을 웃돈다. 단일 스타트업의 채용 설명회에 말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스타트업으로 왔으면..


스타트업의 정신은 모두가 배울만 하다.

앞으로는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을 잘한다고 해서 잘 사는 시대도 아니고, 좋은 대학교를 나온다고 취업이 보장되지 않는다. 짜여진 틀을 벗어나 새로운 기준 속에서 스스로 쟁취해야만 한다. 이런 점에서 스타트업에 갈 필요는 없지만 스타트업의 정신은 배울만하다.


기존의 틀을 깨는 것, 나는 스타트업 정신이 여기에서 시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익숙했던 것을 불편하게 느끼고, 당연하게 넘어갔던 것을 문제라고 느끼는 것. 이런 의심에서부터 시작해 변화는 시작된다. 스타트업이 꼭 창업의 형태여야 하는 건 아니다. 스스로의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얻는 것, 그것만으로도 본인의 삶은 스타트업답게 경영해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모두가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또 모두가 도전하는 삶을 살 수 없다. 이 세상이 굴러가기 위해서는 묵묵히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일을 하며, 유지할 수 있게 해 주시는 분들이 꼭 필요하고, 매우 중요하다. 다만, 마음 한편에 답답함이 있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고 있음에도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꼭 그 굴레에서 꼭 벗어나 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단, 강한 동기와 실행력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목표라도 모두 물거품에 불과하다. 창업도, 취업도, 목표를 이루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은 실행이다. 큰 변화는 강력하고 꾸준한 실행력이 뒷 받침된다는 사실을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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