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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세진 Mar 19. 2020

디자이너, 이직하기

이직을 준비하는 주니어 디자이너들을 위해 집필만 5일 걸린 조언 한 움큼

ㅇ ㅏ 이직하기 참 힘들다


우리는 수많은 이유로 이직을 결심합니다. 더 나은 연봉과 복지가 주된 목적이 될 수도 있고 커리어 계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업무환경을 찾는 것이 이유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이유가 되었던 이직은 생활의 여러 방면에 있어 큰 변화를 가져다주는 요소이기 때문에 최상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우리 같은 디자이너에게는 이직 욕구를 꺾어버리는 포트폴리오라는 막강한 허들이 존재합니다. 몇 년간 진행했던 프로젝트들에서 사용되었던 시안을 다시 끄집어내고 트렌드에 맞게끔 컨텐츠를 손질하고 또 그것들을 완성도 있는 편집디자인으로 재탄생시키고, 무엇보다도 이 모든 것을 여가 시간에 자발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은 퇴근과 달콤한 주말 늦잠을 고대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낸 직장인 디자이너에게는 여간 큰 노력을 요구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가 시간을 쪼개서 작업한다는 게 얼마나 힘드냐면.... 이 글이 제가 브런치에 13개월 만에 업로드하는 게시물이라는 점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소름)


작년 여름은 저 또한 이직을 꿈꾸며 포트폴리오 제작에 열중한 기간이었습니다. 당시 저도 6년 정도의 경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제작하는 포트폴리오는 여전히 어려운 숙제였습니다. 그 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해 준 원서 제출 & 면접 등을 통해 경험치를 쌓아가며 결국 마음에 드는 직장으로 이직할 수 있었습니다. 그 험난했던 (나름의 마음고생을 동반한) 이직 과정을 뒤돌아보니 "아, 내가 조금만 더 이른 연차에 깨달았더라면 훨씬 수월했을 텐데"라고 느껴지는 요소들이 분명 존재했습니다. 부디 제 후배급 디자이너분들의 첫 이직은 저보다 조금이라도 더 편할 수 있기를 기원하며 이 글을 시작합니다.


(주*: 저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인과 UI/UX 디자인을 주로 작업하다가 현재는 브랜딩에만 집중하며 BX 디자이너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동일 분야 디자이너 채용 프로세스에 면접관으로 참여한 경험이 몇번 있으며, 이외의 분야로 이직을 원하시는 분께는 이 글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으니 양해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STEP 1. 이직에 대한 이유를 구체화하자


"그래서 이직을 왜 하고 싶은데?"


이렇게 물었을 때 명확한 답을 해주시는 분들을 생각보다 많이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그저 지금 회사의 상사가 싫어서, 업무량이 많아서, 연봉이 적어서 등 표면적인 이유가 많았습니다. 퇴사하고 싶을 때 퇴사하는 것은 본인의 자유이지만 적어도 어떤 부분에 있어서 아쉬움을 느끼고 있는지 파악을 하고 있어야 성공적인 이직에 한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연봉이 적어서" , "업무량이 많아서"는 좋은 이유가 되기 어렵습니다. 왜냐면 어딜 가더라도 큰돈 벌기는 어려울 것이고 (울컥) 어딜 가더라도 업무는 많기 때문입니다 (울컥)


a. 왜 이직하려고 하는지 논리적으로 정리

이직의 목적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완성도 있는 디자인 포트폴리오를 제작하는 것만큼 이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업무환경에서 개선하고 싶은 점들이 무엇인지 논리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면 어떤 회사로 이직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청사진이 쉽게 나올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i) UI/UX/브랜딩/편집 등 여러 디자인 분야에서 일해보았지만 앞으로는 내가 제일 좋아하고 자신 있는 브랜딩/BX 분야에서 전문성을 성장시키고 싶다는 점

ii) 특정 소수를 타게팅하는 B2B보다는 내 디자인을 좀 더 대중에 노출할 수 있는 업계

iii) 여러 클라이언트를 동시에 컨트롤하기보다는 하나의 브랜드에 집중할 수 있는 곳


이렇게  가지 사항을 기준으로 잡고 이직을 준비했습니다. 이직의 사유를 이런 방식으로 구체화하는 과정이 중요한  하나의 이유는 면접에서 반드시 듣게 되는 "저희 회사에 지원하신 이유가 뭐죠?"라는 질문에 "저는 이러이러하고 이러이러하며 저러저러한 이유로 인해 XXX 저에게  맞는 회사라고 생각했습니다"라는 완벽한 대답을 미리 준비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과정 없이 그저 회사가 유명해서, 돈을 많이 줘서 이직하게 된다면 분명 빠른 시일 내에 후회하게 됩니다.


b. '이직할만한 곳' 리스트를 작성

위에서 [왜 이직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고민을 끝냈다면 이제 여러분의 갈증을 채워줄 수 있는 곳을 찾기 시작합니다. 취직을 위한 가장 올바른 첫걸음은 무조건 지원서를 많이 제출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많이 지원만 하고 그중에서 그나마 괜찮은 곳으로 가는 선택을 하게 된다면 앞으로 여러분이 이직을 위해 들일 수고가 아까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더 이상 취직에 절박한 신입사원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앞으로 발생할 두세 번의 이직이 앞으로 본인의 전문성을 다지는 데 매/우/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을 항상 상기하며 꼼꼼하게 회사들을 탐색해봅시다.


저의 경우 a에서 구축해놓은 기준을 어떤 식으로 충족시킬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i) 브랜딩/BX 분야에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이직에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BX Designer 직에만 지원한다.

ii) 나의 관심사와 접점이 있는 회사여야 한다. 내가 이름을 알 정도의 회사라면 브랜드 정체성 유지 / 타깃 유저 파악 등에 대해 훨씬 용이할 것이다.

iii) 인하우스 디자이너로 이직하여 하나의 브랜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이렇게 3개의 세부조건을 설정했고 이에 맞춰 '내가 일하고 싶은 회사' 리스트를 하나씩 채워갔습니다.


그리고 디자이너는 잡코리아나 사람인 같은 곳보다는 원티드 위주로 꾸준히 참고하셔도 됩니다. (원티드 합격 보상금 개꿀!!) 간혹 원티드에 올리지 않고 자사 웹사이트에만 스을-쩍 공고 올리는 곳들도 종종 있으니 본인이 관심 있는 회사라면 꾸준하게 해당 회사 채용페이지도 체크하세요. 그 후 잡코리아나 잡플래닛은 가끔씩 체크만 해주시면 금상첨화.


(* 추가 : 까먹고 있던 곳이 있습니다! 웹/앱 등 IT 관련업종은 로켓펀치에도 공고가 꽤 많이 올라오니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c. 정보를 줍줍 (잡플래닛, 크레딧잡, 블라인드)

위의 과정들을 거쳤다면 목표로 삼을만한 회사들이 꽤 정해졌을 겁니다. 이제 그동안 갈고닦은 인터넷 서핑 능력을 활용해 각 회사에 대한 정보를 취득합시다. 이직에 있어서 바이블이 되어버린 잡플래닛, 좋은 회사인지 아닌지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지표인 입사/퇴사 비율과 예상 연봉치 (그리고 잡플래닛에서는 잘 찾아볼 수 없는 날 선 댓글들은 덤)를 확인할 수 있는 크레딧잡, 그리고 업계 현직 종사자들의 가감 없는 의견을 들어볼 수 있는 블라인드까지. 이 세 개의 서비스만 주기적으로 체크하면 꽤 많은 정보들을 취합할 수 있습니다.


원수가 간다 해도 말릴 정도의 회사를 인터넷으로 미리 거를 수 있는 최첨단 4차 혁명 IT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여러분


기본적으로 잡플래닛은 원하는 정보를 확인하려면 본인정보부터 공유해야 하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정책을 고수합니다... 만 자본주의에서는 돈이 최고죠. 그냥 1~3달치 멤버십 구입하세요. 만원 값어치는 합니다.

지인들의 의견을 종합해 봤을 때 잡플래닛 평점 3.0 이상부터는 '다닐만한 회사', 3.5 부근으로 갈수록 '괜찮은 회사'에 가까워지는 듯합니다. 3점 후반대~4점 구간은 '앵간하면 놓치지마 zone'

단, 잡플래닛의 경우 리뷰 점수를 관리하는 회사들이 있으니 너무 고평점만 있는 곳은 주의. 2점 정도의 낮은 리뷰가 있었는데 어느 순간 사라지고 5점 리뷰만 잔뜩 남아있는 곳을 직접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모든 회사는 장점과 단점이 공존할 수밖에 없는데 찬양 일색뿐이라면 일단은 돌다리도 두드려보는 것이 좋습니다.

반대로 크레딧잡은 익명이기 때문에 너무 신뢰하면 안 됩니다. '아니 땐 굴뚝이 연기가 날... 까...?' 정도의 의구심만 갖도록 하세요. 평균 연봉 정보, 그리고 입사/퇴사 비율의 확인을 주용도로 활용하시는게 좋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입사자 수에 비해 퇴사자 수가 많은 곳은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크레딧잡에서 확인할 수 있는 분기별 직원수 입니다. 이런 식으로 꾸준히 몇년에 걸쳐 직원이 늘어나는 곳은 안정적이라고 추정할 수 있겠습니다.

블라인드는 실제 근무 중인 분들의 의견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본디 직장인이라는 존재는 높은 확률로 자기 회사를 싫어합니다 (...) 내로라하는 유명한 회사들 직원들도 "으아아악!! 우리 회사 오지 마요 제발!!!" 이라며 절규하는 댓글들을 보다 보면 도대체 이 땅에 좋은 회사란 없는 것인가 하는 절망감에 빠질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오늘도 평화로운 블라인드


사람마다 제각기 본인에게 맞는 회사가 따로 있기도 하고 막상 일을 시작해보면 소문들과는 다른 경우들도 많기에 위의 정보들은 이직의 기준점을 찾는 최소한의 정보로 생각하고 추후 면접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회사의 정보 찾기를 게을리 하지 않도록 합시다!




STEP 2. 포트폴리오를 만들자

이제 전쟁터에 나갈 최소한의 준비는 끝마쳤으니 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이너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합니다. 잘 만들어진 예쁜 포트폴리오는 그 존재만으로 면접관에게 "ㅇ ㅏ 이 사람과 일하고 싶어!"라는 꿈과 희망을 품게 만들고 스무스한 서류통과와 함께 자연스레 화기애애 하하호호 봄날 꽃놀이마냥 따뜻한 분위기의 면접시간을 제공할 수 있는 가공할만한 위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왜 자꾸 나는 서류 전형에서부터 탈락하지?"라고 느끼신다면 한번 스윽- 읽고 가시지요.



a. 분야를 확실히 구분

요즘에야 워낙 디자인 장르의 벽이 깨졌기 때문에 편집, 웹, 브랜딩 등의 작업을 동시에 소화 가능한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본인의 다채로운 스킬을 뽐내고 싶겠지만 꼭! 포지션에 맞는 프로젝트들을 우선순위에 놓고 제작하세요. 가령 BX 디자이너를 뽑는 곳에 브랜딩 작업보다 UI/UX 프로젝트들이 더 잔뜩 있는 포트폴리오를 보낸다면 좋은 평가를 받기는 힘듭니다. 물론 포트폴리오 만드는 게 워낙 에너지를 많이 쏟는 일이다 보니 포트폴리오 한부 만들어서 여기저기에 지원서 날리는 심정은 이해합니다. 그러나 적어도 목차의 순서를 바꾸는 정도의 노력을 들여서라도 BX 지원용 포트폴리오 / UI 지원용 포트폴리오 등으로 나누어 지원하는 것이 좋습니다.


굉장히 당연한 것 같지만 의외로 귀찮아서 이렇게 안 하시는 분들 많습니다. 꼭 다른 분야의 경험도 어필하고 싶으시다면 본인이 지원하는 직무에 적합 프로젝트들을 선두에 내세우고 그 외의 프로젝트들은 포트폴리오 후반부에서 짧게 소개하거나 appendix처럼 모아서 보여주는 편이 본인의 업무 적합도를 집중해서 표현하기에 좋습니다.


이러면 안 될 이유는 1도 없지만, 어디까지 본업 포트폴리오가 탄탄해야 다른 분야 프로젝트들도 같이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만약 "저는 BX로 전직하고 싶은데 포트폴리오에 UI/UX밖에 없어요 ㅠㅠ"하는 분들도 분명 계실 거예요. 이럴 경우 UI 디자인을 통해 이 브랜드의 타깃 유저층에게 어떤 방식으로 어필할 수 있도록 노력했는지, 버튼 디자인의 메인 색상과 서브 컬러가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확장시키는 데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 프로젝트를 BX 디자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어떤 식으로 해석할 수 있을지 써주시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정 안될 경우에는 개인 프로젝트를 넣으셔도 무방합니다만, 이럴 경우 상업적으로 활용된 프로젝트가 아닌 개인 프로젝트라는 것을 명확하게 표기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개인 프로젝트의 경우, 그 수가 너무 많아도 좋지 않으니 기존 프로젝트들에 한두 개 얹히는 정도로 진행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b. 강약의 대비를 아끼지 마세요

예외의 경우도 많이 있지만 보통 이 정도로 레이아웃의 강, 중, 약이 이루어집니다


기본적으로 경험이 많지 않은 디자이너에게서 많이 보이는 현상인데 꼭 염두하고 있어야 하는 부분입니다. 중요한 것은 크고 눈에 잘 띄게, 중요도가 낮은 것은 과감히 원경으로 멀리 배치, 제목은 굵거나 크고 본문 폰트는 얇아도 되지만 문단의 덩어리감이 확실히 보이게. 디자인 전공자라면 대학 4년 내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을 내용이지만 두고두고 되뇌지 않으면 금방 소홀해지는 게 또 기본기입니다.



c. 페이지는 좀 많아져도 괜찮아요

한 페이지에 일부러 컨텐츠를 많이 넣을 필요는 없습니다. 현실은 소시민일지라도 여백만큼은 부자처럼 넉넉하게 잡아봅시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App UI 디자인을 하거나 꽤 두꺼운 인쇄물의 편집디자인을 끝내고 나면 "아 내가 이렇게 많은 페이지들을 제작했다니!! 내 작업량과 수고를 이 세상에 뽐내고 싶어!!"라는 욕구가 폭발합니다. 다만 그 대단한 노동력의 양을 굳이 포트폴리오에 전부 다 보여줄 필요는 없습니다. (면접관 분들도 디자이너라면 스윽- 보고 얼마나 수고했는지 누구보다 잘 아실 거예요.) 본인의 화려한 타이포그래피와 절묘한 문단 레이아웃을 보여주기 위해 포트폴리오 한 페이지에 책 spread를 이십 개씩 나열한다던가 50개가 넘는 아트보드가 담긴 UX Flow를 한 페이지에 넣으려고 텍스트가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게 만든다던가 하는 일은 면접관으로 하여금 슥-슥- 페이지만 넘기다가 pdf를 끄게 만드는 요소가 됩니다.


여백의 미를 잘 활용시킨 80페이지짜리 포트폴리오가 빽빽하게 콘텐츠가 뭉쳐있는 20페이지짜리 포트폴리오보다 좋을 수 있습니다. 각 프로젝트의 룩앤필과 콘셉트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이미지를 큼지막하게 넣어서 시선을 집중시키고 뒤 페이지로 갈수록 자세한 설명을 넣는다던지 하는 방식으로 면접관이 읽기 쉬운 UX가 어떤 것일지 고민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d. 각 프로젝트의 시작은 명확하게

각 프로젝트의 타이틀 페이지는 "여기서부터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됩니다!!"를 알리기 위하여 다른 곳들보다 조금은 화려하고 눈에 잘 띌 수 있도록 디자인합니다.


페이지는 좀 늘어나도 괜찮지만 그럴수록 프로젝트 간의 구분이 더 명확해야 합니다. 면접관이 pdf 페이지를 빠른 속도로 휙-휙- 넘기며 작품을 보더라도 "엇, 이제 다른 프로젝트네"를 확연히 느낄 수 있도록 타이틀 페이지를 강렬한 인상으로 만든다던지, 배경색의 변화가 크다던지 하는 방식으로 표현되는 것이 좋습니다.



e. 타인의 도움을 적극 활용

디자이너는 타인의 피드백을 먹고 성장하는 직군입니다. 특히나 본인과 동일한 업계에서 선배라고 불릴만한 위치에 계신 분들은 실제 체득한 경험이 바탕되는 조언을 주시기 때문에 많은 시행착오를 건너뛰는데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 이직을 준비하던 작년 여름 몇개월간은 포트폴리오 코칭, 디자인 세미나/콘퍼런스 참석 등 소위 말해 동종업계에서 잘 나가는 회사에 다니고 있는 분들을 만날 수 있거나 조언을 얻을 수 있는 장소에 방문하고는 했습니다. 저와 같이 포트폴리오 코칭을 받는 분들의 대부분이 졸업 예정자이거나 사회 초년생, 1~2년 차 디자이너 분들이라 처음엔 "아, 내가 있을 곳이 아닌 거 같은데..."라는 느낌도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만 다 같이 포트폴리오를 보고 서로에게 피드백이 오고 가는 그 짧은 시간 동안 굉장히 많은 것을 배웠고 배움을 넘어서서 디자인은 즐거운 것이다, 라는 감정을 참 오랜만에 느꼈던 것 같습니다.


내 포트폴리오를 타인에게 (특히 전문가들에게) 보여준다는 것은 여러분의 포트폴리오가 드라마틱하게 뜯어고쳐지게 될 것이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다만 타인의 시각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바라보면, 충분히 개선시킬 수 있지만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쳐버린 디테일들이라던가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귀찮음에 올라가다 만 완성도, 실제 업계에서 많이 선호하는 스타일 등의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고 이런 과정들이 차곡차곡 쌓여가면 어느샌가 더 좋은 디자이너로 성장한 본인과 포트폴리오를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f. 목업은 양날의 검

퀄리티 있는 목업은 포트폴리오를 매우 쉬우면서도 효율적으로 '있어 보이게' 만들어주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하지만 고맙다고 해서 아무거나 막 쓰면 독이 되기 십상이니 퀄리티가 낮아 보이는 목업은 절.대 사용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요즘은 무료 목업들도 워낙 잘 나오기도 하니 너무 큰돈 들이지 마시고, 정 필요한 경우 5달러 미만의 목업들 정도로만 몇 개 구입하셔서 사용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무료 목업 사이트입니다. 무료인데 종류도 많고 퀄리티 또한 상당합니다.  https://www.anthonyboyd.graphics/mockups/




STEP 3. 면접 그리고 그 후


a. 내 프로젝트는 이 세상 그 누구보다 내가 제일 잘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본인이 제작한 디자인이라면 면접관들에게 해당 프로젝트의 구석구석 요모조모를 속시원히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어떤 시각으로 접근을 했었는지, 진행과정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거나 교훈이 되었던 부분이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특히 경력직일 경우) 면접은 그냥 앉아서 성실히 답변만 하다 오면 될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런 자세로 있다가 갑자기 예상치 못한 질문에 패닉 상태가 되기 마련입니다. "나는 이미 내 디자인에 대해 충분히 잘 설명할 수 있어"라고 생각하더라도, 미리 답변을 예상하여 준비해두는 것과 즉흥적으로 대답하는 것에는 생각의 깊이에서 오는 차이가 꽤 큽니다. 생애 첫 입사 면접을 보던 예비 신입사원 시절의 마음가짐을 잊지 말고 방심하지 않는 자세로 임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b. 쫄지마요! 당신은 이미 선택받은 자

면접이라는 곳은 어쩔 수 없이 긴장하게 되는 곳입니다. 다만 여러분은 포트폴리오를 통해 수많은 경쟁자를 이겨냈고 또 그렇기에 면접 자리에 앉을 자격이 충분한 디자이너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계셔야 합니다. 질문 한두 군데에서 막히더라도 의기소침하지 말고 자신감 넘치지만 건방지지 않은 스탠스를 유지하시면 됩니다. 예상치 못한 질문이나 당장 마땅한 답변이 생각나지 않는 경우에도 긴장하지 말고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정중하게 대답하거나 "고민이 필요한 질문이네요. 면접 끝나기 전까지 대답드려도 괜찮을까요?" 식으로 생각할 여유를 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c. "혹시 저희에게 질문 있으신가요?"라는 질문에 질문할 수 있도록

면접시간이 끝나갈 즈음이 되면 으레 "저희 회사나 저희 팀에게 궁금하신 점 있으신가요?"라는 질문을 받게 됩니다. 너무 민감한 기밀이거나 무례한 질문이 아니라면 보통 잘 대답해주시기 때문에 이 타이밍을 빌어 복지, 본인이 착수하게 될 첫 프로젝트, 야근하는 비율, 근처에 맛집은 많은지 등등의 인사이드 정보를 마구마구 캐내 봅시다.  




번외. 그 외에 피가 되고 살이 될만한 것들


- 대부분의 IT 계열 회사라면 포트폴리오 웹사이트 링크만 보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만 가급적이면 pdf로 된 포트폴리오를 같이 보내는게 좋습니다. 이 부분은 회사마다 원하는 포맷이 다를 수 있으니 잘 살펴보세요. (일단 면접관이 파일 정리하기가 편해요..)


- 단, 링크로 보낼 때에는 잘 구성된 포트폴리오 웹사이트이거나 cargo collective 같은 퀄리티있는 탬플릿 웹사이트, 아니면 적어도 비핸스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노트폴리오나 인스타만 띡- 보내면 서류 광탈 띡-


- 마찬가지로 이력서를 pdf나 doc가 아니고 hwp로 보내는 분들 있는데 이 분들도 같이 광탈 띡-


- 포트폴리오 표지가 예쁘면 절반... 까지는 아니더라도 25점 정도는 먹고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본인이 원하는 분야가 아니라면 과감하게 전직 준비를 시작하세요. 디자인 연차 4~5년 이상 되면 다른 분야의 디자인으로 옮기는 것도 매우 힘들어집니다. 연차가 쌓일수록 디자이너의 무기는 다양한 스킬이 아니라 한 분야에 특화된 전문성과 노하우입니다.


- "ㅇ ㅏ.. 이 회사는 내가 원서 넣기에 너무 유명한 회사야... 나 따위는 안될 거야 아마.."라고 고민할 시간에 그냥 지원하세요. 인생은 원래 될놈될, 인연이라면 다 갑디다. 막연히 겁내기보다는 일단 못 먹어도 고 하는 심정으로 도전하세요.


- 복지는 무조건 많을수록 장땡입니다. 특히 식사 제공 / 야근비 or 야근 택시비 지원 / 대출 지원이 체감상 좋습니다.


- 면접이 끝나면 면접관에게 짧은 땡큐 이메일을 보내는 것도 좋습니다. 보통 면접 시에 가장 많은 질문을 하신 분 또는 가장 직위가 높아 보이시는 한분에게만 보내면 됩니다. 이 바닥은 좁고 나중에 어디서 만나 뵐지 모르니 이런 식으로라도 눈도장받아놓는 건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 자소서는 백일장이 아닙니다. 요점만 간단히 '나'라는 사람을 소개할 수 있는 정도로 준비합시다.







이직에 있어 올바른 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막상 저도 몇 년 뒤 이직하게 될 생각 하면 벌써 머리가 띵- 합니다. 그저 많이 보고 많이 배우고 많이 듣고 많이 도전하면서 요행 없이 꾸준히 한 발자국씩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원하는 지점에 도달해가는 것 같아요. 나님을 포함한 모든 디자이너 분들이 각자의 드림 컴퍼니에 이직하게 될 그날을 위해 당신의 눈동자에 치얼스 - !







P.S. 벌써 이 글을 작성한지 2년이 되엇네요. 최근 HOLIX라는 앱에서 신입/주니어를 위한 포트폴리오 리뷰/커리어 멘토링을 시작했습니다. HOLIX 웹사이트 (https://app.holix.com/chatroom/xpaEXJwL ) 또는 앱스토어에서 HOLIX를 다운받으신 후 [BX 디자이너, 취업/이직하기]라는 대화창으로 오시면 됩니다.





 후속편 : 디자이너, 이직하기 - 번외편은 아래의 링크에서!

https://brunch.co.kr/@sejindo/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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