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시국 속 이직을 꿈꾸는 신입/주니어 BX 디자이너를 위한 짧은 수다
디자이너, 이직하기 1편을 작성했던 게 벌써 2년이나 되었습니다. 당시만해도 '나중에 기억날만한 해프닝'정도로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라는 녀석은 아직도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질 않고, 그 짧은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의 생활 전반은 정말이지 많은 변화가 있던 것 같습니다.
(*디자이너, 이직하기 1편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특히 '사회'라는 큰 틀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수많은 직장인, 취준생 들에게는 (적어도 코로나 초반은) 여러모로 차갑고 속상한 나날들의 연속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예측하지 못한 수익 저하로 인해 많은 회사들이 채용 TO를 줄이거나 철회해야했고, 디자인 프로젝트에 지출되는 비용들도 큰 폭으로 감축당하는 것이 당연해졌으며 디자인을 매개체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수많은 오프라인 행사들이 기약없이 연기되곤 했습니다.
그 와중에 (불행 중 다행인지) 그 2년의 시간동안 게임, 영상 OTT, SNS 등 '집에서 할 수 있는 활동'에 대한 소비, 그리고 이에 따른 해당 회사들의 주가 또한 예상치 못한 큰 폭으로 성장하였고 필연적으로 이러한 플랫폼들을 소유하고 있는 IT 회사들의 약진이 이어져 가며 이를 위한 디자이너 TO의 필요성은 조금씩 원상복귀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IT회사들에서 근무하는 디자인 인력은 여러 종류가 있겠습니다만, 본인들의 서비스를 유지하고 개선시키는 작업을 실행할 수 있는 UI/UX 디자이너 또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들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건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브랜딩이나 마케팅 컨텐츠의 중요도가 낮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다만 현대 스타트업 대부분에서 활용중인 Lean하고 agile한 작업방식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신속하게 '원활히 작동되는' 프로덕트가 나와야 하는데, 이러한 방식을 빠르게 적용해야하는 초기 단계에서는 비교적 실제 구동에 영향력이 약한 BX나 마케팅 인원은 차선시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대규모 투자를 받기 전의 스타트업이라면 인력 한명 한명에 드는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니까 말이죠. 실제로 막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에서는 '디자이너'라는 직함 하에 프로덕트 UI/UX부터 그래픽디자인, 마케팅 컨텐츠 등 디자인에 대한 전반적인 작업을 다 맡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의 메인 타겟층이신 신입/주니어 디자이너 분들은 첫 직장을 잡기가 더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인하우스 디자인팀은 신입 레벨의 직원을 채용TO에서 우선순위에 놓고 진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학부때 아무리 뛰어난 학생이었더라도 사회에 나온 순간부터는 회사라는 시스템이 돌아가는 구조와 실무적으로 빠르게 처리해야하는 능력을 체득하는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고 신입 직원의 빠른 적응과 성장을 위해 팀 멤버들이 어느 정도는 추가적인 노력과 서포트를 해줘야 해서 총 작업 시간에 로스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나타내는 곳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취준 기간이 소요될 수록 점점 더 불안한 마음도 커질 수 밖에 없고, 탈락 처리되는 통보 메일을 계속 받다보면 제 아무리 자애감 넘치는 사람이더라도 자신감이 바닥을 치게 되기 마련입니다. 보통 이런 분들에게는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한마디 한마디가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곤 하던데요, 그래서 제 주위에 있는 취준생/이직준비생 분들께 많이 받았던 질문들을 모아서 FAQ로 정리해보려 합니다.
- 서류 탈락에는 복합적인 이유들이 있겠지만, 디자이너의 서류 탈락 사유는 대부분 포트폴리오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유를 막론하고 디자이너란 높은 수준의 시각적 제작물을 '잘' 뽑아낼 수 있어야 하는 직업입니다. '나'라는 디자이너가 가진 생각들을 매력적으로 전달시키지 못하는 포트폴리오는 본인을 경쟁력있는 디자이너로 어필하는 데에 도움을 주기 어렵습니다.
다만 포트폴리오는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 한 문제점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에는 도움을 청하기를 주저하지 마세요. 유료 포트폴리오 리뷰도 괜찮고, 온라인 디자인 스터디 방 회원들에게 부탁해도 좋습니다. 포트폴리오 리뷰를 해주시는 분이 나보다 실력이 월등하게 좋은 디자이너가 아니어도 좋아요.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내가 놓쳤던 많은 부분들을 발견할 수 있고 또 객관적인 시선으로 본인의 실력을 평가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참고로 저는 홀릭스라는 곳에서 신입/주니어를 위한 BX 이직 멘토링 채팅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무료로 운영중이오니 혹시라도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은 언제든 환영입니다! https://app.holix.com/chatroom/xpaEXJwL 현재 잠시 멘토링은 중단 중입니다 �)
- 일단 (무조건) 많이 지원해야 합니다. 이 질문을 하셨던 분들 중 몇몇 분은 두세곳 정도만 지원한 후 탈락한 뒤, 급격한 자신감 하락으로 이직을 위한 원동력을 잃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원하는 회사만 노려서 한방에 원샷원킬로 합격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흔치 않습니다.
우선 원티드의 채용공고들을 하나씩 스캔하며 스크롤을 내려보세요. 이름을 모르시는 회사도 많을 겁니다. 회사 하나하나를 구글에 검색해가며 공부해가다 보면 꼭 유명한 대형 IT기업이 아니더라도 디자이너의 역량을 뽐낼 수 있도록 업무 환경이 좋은, 그러면서 본인의 스타일에도 부합하는 괜찮은 회사들이 꽤 있을거예요. 그렇게 발견한 '괜찮은 회사'들을 리스트화 시킨 뒤, 하나씩 하나씩 전부 지원해보세요. 두세곳만을 지원했을 때의 합격 횟수와 열댓곳 넘게 지원했을 때의 합격 횟수는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가끔은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어도 경쟁자와의 근소한 차이 때문에 최종 합격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 일정 이상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면 언젠가는 꼭 자신과 맞는 회사, 자신과 맞는 팀원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실 수 있으니 꾸준히, 많이 지원하는 근성이 필요합니다.
- 회사마다 다를 수는 있으나, 그럴 확률은 적다고 봅니다. 뛰어난 포트폴리오와 좋은 면접매너를 가진 디자이너라면 위의 사유들은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 포트폴리오는 본인이 지금까지 해온 프로젝트들의 이미지만 주욱 나열하는 사진 앨범이 아닙니다. 내가 어떤 디자이너인지, 내가 디자이너로써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각각에 프로젝트에는 그 생각이 어떻게 투영되었고 어떤 방식으로 문제점을 발견하게 되었으며 그 프로젝트들의 솔루션은 어떻게 도출이 되었는지 등 '매력적인 디자이너, 나'에 대해 충분히, 그러면서도 술술 읽히도록 정돈되어 보여질 수 있어야 합니다.
면접관도 사람이고, 또 유망한 회사들은 채용 한번에 100개에 가까운 지원서가 날라오기 때문에 잘 읽히지 않고 텍스트만 잔뜩, 이미지만 잔뜩 뭉쳐있는 포트폴리오는 흥미도 없을 뿐더러 경쟁자 대비 변별력이 약할 수 밖에 없다 생각합니다.
- 쉽게 말하자면 '둘 다' 입니다. 어떠한 문제점이 발견되었을 때, 그 문제를 디자인적 사고를 통해 어떻게 풀어갈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과 그러한 이론적 단계를 거쳐 탄생된 고퀄리티의 제작물. 이 두가지의 밸런스를 잘 맞추어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 누가 봐도 '으왓, 웹사이트 쩐다능!' 할 정도라면 크게 신경쓰지 않을겁니다. 다만, 기본적으로 면접관의 입장에서는 접수인원들의 서류를 아카이빙할 필요가 있습니다. PDF가 아닌 url만 있을 경우에는 동일한 방식으로 취합하기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겠지요.
그리고 포트폴리오의 레이아웃을 잡는 것 또한 디자이너의 실력을 타인에게 뽐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텍스트가 위주가 되는 포트폴리오 커버나 이력서만 보더라도 이 디자이너가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가 있는지, 심미적인 것을 가려낼 수 있는 시야가 있는지 충분히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좋은 웹사이트 포트폴리오가 있더라도 PDF를 함께 준비하면 금상첨화가 아닐까요? (라고 제 자아 속에 숨어있는 작은 꼰대가 속삭이고 있네요 속닥속닥)
아, 그래도 비핸스나 인스타 링크만 보내는 것은 부디 참아주십쇼…
- 회사마다 각각 다른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는 건 (그럴 필요도 없을 뿐더러)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채용공고를 잘 읽어보면 회사마다 필요로 하는 자격요건이 미미하게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A 회사는 팀 별 분업화가 완벽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유지/개선하는 작업에 특화된 디자이너만을 원할 수도 있고, 또 다른 B회사는 팀 간 협업이 굉장히 유연하게 이루어 지므로 UI/UX나 마케팅 컨텐츠 등 넓은 폭의 업무 경험을 우대조건으로 명시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A회사를 위해서는 B.I. 관련 작업에 중점된 프로젝트들을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꾸리고 B회사를 위한 포트폴리오에는 UI/UX나 SNS 콘텐츠, 또는 다양한 디자인 분야에서 참여하여 제작했던 프로젝트들을 포함하면 어필하기 좋겠습니다.
-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같지만 기본기는 꼭 지켜야할 부분입니다. 이력서만 내고 포트폴리오는 제출하지 않았는지 꼭 꼭 더블체크하세요. 이력서와 포트폴리오 내에 회사명이 지원하는 곳의 이름으로 제대로 되어있는지 더블체크, 아니 트리플체크 하세요. "에이 누가 그런 실수를 ㅋㅋㅋ" 이라고 넘겨버리기엔 취준시기의 제가 둘 다 저질러봤고 (엉엉) 제가 면접관으로 채용을 진행했던 지난 2년 동안 이와 같은 케이스를 거의 스무번 정도는 만나봤습니다 (실화입니다.) 굳이 이런 기본적인 부분에서 점수 깎아먹을 이유가 1도 없습니다...!
신입이던 3년차던 10년차던 이직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언제나 쉽지 않은 여정일겁니다. 비록 저도 아직 성장해야할 부분이 산더미처럼 남아있고, 이 업계 내에서 우주 속 먼지와도 같은 하찮고 비루한 존재감을 지녔지만 , , , 조금이나마 여러분들게 도움이 되는 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님을 포함한 모든 디자이너 분들의 빛나는 앞날을 위하여 당신의 눈동자에 치얼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