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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kipedia Jun 23. 2015

이방만남_ 안드레아 디 팔마 #1

Ep#1_1 건축학도, 안드레아 디 팔마 - 피렌체행 기차에서 만나다

베네치아 산타루치아역에서

 11월 초겨울의 유럽 여행은 대체로 스산했다.

그것은 햇빛이 수상에 찬란하게 떨어지는 물의 도시 베네치아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곳에 있는 동안 비가 계속 왔고 추웠고 배고팠고 비쌌다. 화장실도 없으니 불편했다. 11월 7일 저녁, 나는 베네치아에서 피렌체로 가는 트렌 이탈리아 기차를 탔다. 내 승차표의 좌석을 확인하고 자리를 찾아 앉았다. 나에게 언제나 기차에서 누가 내 옆에 앉을까 기대하는 일은 매우 설레는 것이었다. 가능하면 엄청 예쁜 여자가 앉아 잠시나마 대화를 나눌 수 있기를 생각했다. 그러고 자리를 앉아있는데 동양인 연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승차표와 좌석을 수시로 확인해가면서 내 자리 주변을 계속 서성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이 내 눈치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은 누가 봐도 100% 한국인 신혼부부였다. 그리고 기어코 나에게 말을 걸었다.



"Excuse me?"

"아 저도 한국인이에요. 말씀하세요."

"죄송하지만, 저희가 신혼부부인데, 기차표 예약을 잘못해서 자리가 떨어져 앉게 됐는데

혹시 괜찮으시면 자리를 바꿔줄 수 있을까요?"

"아~ 진짜요? 당연히 바꿔드려야죠.

자리를 바꿔줄 수 있게 돼서 다행이네요. 더욱이 공교롭게 같은 한국인으로써요!."

"아! 감사합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나는 친절히 자리를 바꿔주었고 그리고 그 자리를 바꿔줄 수 있는 사람이 같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조금 재밌고 신기했다. 그들과 몇 마디를 나눈 뒤 그들의 시간을 방해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나는 대화를 멈췄다. 그리고 다시 나는 내 옆자리에 누가 앉을까를 기대하며 기차가 떠날 시간을 기다렸다. 그러고 나서 몇 분 후 키가 크고 마르고 얼굴은 길고 머리도 길고 털북숭이 백인 남성이 내 옆자리로 왔다. 나는 생각했다. '아 왜 하필 무섭게 생기신  남성분이 내 옆에 앉다니...' 나의 부푼 기대는 물거품이 되었고 기차는 출발했다.


 내 옆자리의 그는 맥북을 꺼내 켜기 시작했다. 그 맥북을 켜는 것을 보고 뭐하는 사람일까 잠시 생각했다. 그러는 와중에 그는 맥북 충전기를 기차 좌석의 콘센트에 이리저리 해보면서 부산을 떨기 시작했다. 나는 마침 그 옆자리에서 여행용 어댑터로 아이폰을 충전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곧 그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uh........ Excuse me.... uh...... this. uh........ borrow....... uh......"



그는 손짓 발짓을 동원해 어어 거리며 나에게 어댑터를 빌릴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렇게 하자고 했고 그는 나의 어댑터로 맥북을 충전시킬 수 있었다. 내 아이폰은 맥북 USB로 연결시켜 충전하기 시작했다. '설마 동기화되는 건 아니겠지?' 걱정하며 말이다. 그리고 몇 분을 말없이 가다가 그가 작업하는 노트북에서 오류 알람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난 무슨 오류이길래 계속 소리가 나나 보게 됐고 그가 3DMAX를 키는데 크랙이 잘못되어 실행할 수 없음을 나타내는 오류가 나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너무 반가웠다. 3DMAX라니...!!! 3DMAX는 내가 대학 때 가장 필수로 쓰는 프로그램이었고 나도 해적판을 쓰려고 크랙으로 애먹은 기억이 있었기에 더욱 공감과 관심이 생겼다. 그리고 나는 그에게 영어로 말을 걸었다. "3DMAX를 쓰니? 나도 이거 프로그램 엄청 쓰는데 반갑다!." 혹시 건축학과나 인테리어디자인학과니?" 알고 보니 그의 전공은 건축임을 알았고 나는 그에게 나의 전공은 인테리어 디자인임을 알렸다. 그리고 우리의 대화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의 이름은 안드레아 디 팔마, 로마에 살고 있으며 건축을 전공하고 나이는 29살이었다. 그는 방학을 맞아 친구 집에 놀러 왔다가 집에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안드레아는 무엇보다 영어를 더럽게 못 했다. 백인이 영어를 못하니까 나는 혼란스러웠다. 나도 영어를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얘는 영어를 거의 할 줄 몰랐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구글 번역기가 있었으니 그것은 참 다행이었다. 그는 와이브로 카드를 노트북에 꽂았고 나는 그의 노트북에 영어를 남겼다. 그리고 번역을 했다. 우리의 대화는 순조로웠다. 하지만 기차가 터널을 지날 때면 인터넷이 먹통이 됐고 그때마다 우리의 대화도 잠깐 쉬었다.


 심도 있는 대화가 오갔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건축가는 누군지에 대해서, 그리고 로마와 서울의 건축에 대해서, 지금 생각해보면 참 신기하다 언어가 안 통하는데 어떻게 이런 대화를 나눴는지. 나는 그에게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로마의 건축이 부럽다고 했다. 서울의 DDP를 예를 들며 서울은 역사적 야구장도 그냥 부수고 건물을 세우는 곳이라고 설명해줬다. 그러자 그는 오히려 서울이 부럽다고 했다. 공사가 이루어지니 일자리가 있지 않느냐고 도시가 발전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도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그도 자하디드는 별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점에서만큼은 우리의 이견이 없었다.


 기차는 6시간 정도를 가야 했다. 안드레아는 이따금씩 담뱃잎을  종이에 말았다. 마지막으로 침을 정교하게 발라 하나의 담배 한 개비를 완성시켰다. 너무 신기한 광경이었다. 그는 자기네 나라 담뱃값이 너무 비싸 젊은 층들은 돈이 없어 담배를 말아 핀다고 말해줬다. 그리고 그는 기차역에 설 때마다 담배를 피우고 들어왔다. 나도 한 번 만들어 볼 수 있느냐고 물어봤고 그는 흔쾌히 방법을 설명해 줬다. 하지만 마무리 침 바르기가 나에겐 어려웠고 내가 만든 담배는 모양이 이상했다.


 우리는 그렇게 건축 이야기와 서로의 나라의 청년 일자리 문제의 이야기를 손짓 발짓으로 이야기하며 나의 종착지 피렌체에 다 와가고 있었다. 안드레아는 더 가서 로마에서 내린다고 했다. 우리는 페이스북 주소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곧 기차는 피렌체에 도착했다. 우리는 기차에서 내려서 마지막으로 작별 인사를 했다. 그리고 서로 아까 만들었던 담배를 피웠다.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지만 그와의 추억을 기념하기 위해 담배를 피웠다. 그리고 악수를 하고 우리는 헤어졌다.






2부에서 계속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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