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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kipedia Dec 09. 2015

이방만남_ 다이 데오카

EP#10 해지는 타지마할에서 저녁을 먹고 서울에서 저녁을 먹었다.

© 2012 Wazari Wazir  Taj Mahal View From Saniya Palace Inn Rooftop Hotel

밤새 신나게 달려온 아그라는 해가 뜨자 추운 기운을 금새 몰아내고 뜨거운 기운을 뽐내고 있었다.그 후텁지근한ㅈ 열대야의 열기는 기차 안의 공기도 금세 데웠다. 기차에서 함께 했던 우리 6명은 그렇게 작별 인사를 고했다. 그런데 데오카와 요시코가 이따가 시간이 괜찮으면 저녁을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나는 다행히 친구에게 빌려온 인도 현지폰이 있어 전화번호를 줄 수 있었고 우리는 각자 여행을 하다가 해가 뉘엿뉘엿 질 때 즈음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뭔가 내심 아쉬웠는데 그래도 이따가 저녁에 또다시 만날 거라 생각하니 설렜다.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이와 약속을 잡는 일은 늘 설레는 일이다. 왜냐하면 여행지에서는 늘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에 아무리 약속을 한들 장담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별 탈 없이 만나게 된다면 그것은 그저 스쳐 지나갈 법했던 우연한 만남이 인연의 도장을 찍는 순간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여행지에서의 약속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아슬한 경계로 설렌다.  



D&Y: 이따가 6시에 타지마할 앞 쪽 시내에서 만나는 게 어떨까요?

W: 그래요! 그게 좋겠네요. 저 핸드폰 있으니까

혹시 무슨 일 생기면 이쪽으로 전화 주세요.



 각자의 여행을 하고 있었다. 나는 현민이형(이방만남 #10편 출연자)과 타지마할 투어도 하고 아그라 성도 구경하러 갔다. 그런데 거기서 또 데오카와 사메를 또 만났다. 아그라는 다른 여타의 인도 여행지 보다 상대적으로 좁기도 하고 관광지도 한정적이라 그렇게 크게 놀랄 일은 아니었으나 여행지에서 둘을 만나니 반가웠다. 만난 기념으로 나는 데오카에게 사진을 찍어 줬다. 현민이형은 데오카와 사메를 모른다. 왜냐하면 형과 나는 여기 올 때 전혀 다른 기차 객실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이따가 6시에 만나는 것을 다시 확인하고 해가 지는 타지마할을 볼 수 있는 루프탑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형과 나는 오토 릭샤를 타고 타지마할 쪽 시내로 돌아왔다.


타지마할은 햇빛에 따라, 달 빛에 따라 여러 가지 빛깔을 낸다고 한다. 주황색이 됐다가 흰색이 됐다가 핑크색도 됐다가 달 빛에 금색도 된다고 한다. 날이 좋아 달빛이 강하면 금색 타지마할을 볼 수 있는데 우리는 그것을 기대하며 루프탑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이 순간은 내가 어렸을 달력에 있는 타지마할 사진들을 볼 때 막연하게 꿈꾸었던 순간이기도 했다. 드디어 그 바람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친구들과 저기 타지마할이 보이는 곳에서 밥을 먹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나는 생각했다. 우리는 타지마할이 잘 보인다는 사니야 레스토랑에 올랐다. 그렇게 친구들과 밥을 먹으며 맥주도 한 잔 기울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그때 무심코 고개를 돌린 나는 저 멀리 흐릿한 달 빛에 비친 타지마할을 보았다.  행복했다.


W: 데오카랑 요시코랑 진짜 연인 사이 아니고 그냥 친구예요?

D&Y: 네, 저희 진짜 친한 친구 사이예요

W: 우와 신기하네요. 한국에서는 사귀지 않는 이성이 이렇게 여행 오는 거 거의 없어요.

D: 아.. 그런가요? 하지만 우리는 진짜 친구입니다.

W:그렇구나~ 그나저나 달빛이 어두워 타지마할이 금색은 아니네요... ㅎ

아쉬워요~


2년 뒤 데오카에게 이메일이 왔다. 2년 새 데오카는 결혼을 했다. 같이 여행을 왔던 요시코는 아니었다. 그때도 여자친구가 아니고 진짜 친구라고 했지만 믿지는 않았는데 진짜 친구 사이였나 보다. 더 웃겼던 것은 지금 결혼한 아내 아유코씨는 요시코와도 잘 아는 대학원 동문 사이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어째서 둘이 그냥 가게 내버려 뒀는지 물었으나 아유코씨는 속에서는 엄청 열 받았지만 결혼한 사이는 아니니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참 일본인들은 어쩔 때 보면 한국인과 비슷하다가도 정말 다르다. 나는 데오카에게 뭐가 제일 먹고 싶으냐고 물었는데 곱창이 제일 먹고 싶다고 했다. 데오카는 정말 특이하긴 했다. 우리는 종로의 황소곱창으로 가서 곱창도 먹고 아그라에서의 일도 추억하며 수다도 떨고 후식도 먹고 그렇게 헤어졌다. 데오카랑은 언제든지 또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잘 가 데오카



W: 근데 두 분은 결혼하고 신혼여행 어디로 다녀오셨어요?

D: 지금 여기 한국 온 게 신혼여행입니다.

A: 뭐? 여기 한국 온 게 신혼여행이야?

D: 결혼하고 처음 여행 오면 그게 신혼여행이지 뭐가 신혼여행이야. ㅎㅎ

W: 헐... 데오카 그건 아니죠.. 그래도 휴양지  같은 데 가서 오붓하게 여행하는 게

신혼여행이죠~

A: 맞아요.. 고마워요.ㅠ 이 사람 이상해요. ^^;

D: 아... 그런가~ 그럼 다른데 또 가지 뭐~




훗날 안 사실이지만 아그라에서 일본인 한국인 우리 셋이 모일 동안 영국인, 아일랜드인, 칠레인 친구 셋도 저녁을 먹었던 것이었다. 아무리 한국과 일본이, 영국과 아일랜드가 앙숙지간이래도 가까운 나라 사람들이 편한가 보다.





데오카, 아그라성
사니야 레스토랑 볶음밥
서울 종로 황소곱창에서 데오카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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