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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운드림 May 22. 2024

다이어트계의 에디슨이 돼

숱한 '효과가 없는 다이어트 습관'을 찾았을 뿐


“저는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효과가 없는 1만 가지 방법을 알아냈을 뿐입니다.” 
- 토머스 에디슨



2n년 이상 부지런히 축적해 둔 살들이 한순간에 빠지길 바란다는 건 정말 허황된 꿈일 테다. 한때 간절히 그러길 바란 적도 있다. 


3개월에 15kg을 감량한 적도 있다. 그러나 '빨리 빼야 해!'라는 조급함이 찾아온 순간, 모든 것은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평생 살아온 습관은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단칼에 끊어지지 않았고, 요요는 순식간에 찾아왔다. 숱한 경험을 통해 단지 '효과가 없는 다이어트 습관'을 여러 개 발견하면서 깨달은 한 가지 포인트가 있다면 지금과는 다르게 살기를 선택하고 그것을 꾸준히 지속해 나가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20kg 이상 감량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내가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은 바로 '조바심'이다. 다이어트가 중요했지만 너무 간절한 나머지 일상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도록 할 때도 있다. 남들의 방법은 참고사항일 뿐, 나만의 속도를 찾는 방법이 필요했다. 조급함에 속지 않기 위해 따로 만든 장치가 바로 운동일지에 '세 가지 칭찬' 쓰기다


블로그에 '미생체력 기르기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나만의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 한 주에 4회 이상 건강 일지를 작성하고 있다. 수면, 컨디션, 운동, 식사를 포함해서 하루에 전반적으로 건강을 위해 의식적인 생활을 했는지 돌아보는 것이 목표다. 마지막은 늘 세 가지 칭찬을 쓰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는 것이 포인트다. 나를 기특하게 여긴다는 것이 처음에는 어딘가 멋쩍고 어색할지는 몰라도 가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을 때가 오면 그 사소한 순간들이 모여 다시 또 한 번 나를 일으켜 세운다. 그 누구도 모르는 어두운 시기에, 한때나마 반짝거리며 살아있는 내가 주는 힘은 눈물겹게 고맙다. 


과거의 나는 나 자신에게 아주 엄격하고 자기 검열도 심한 편이었다. 이제는 보란 듯이 너그럽게 칭찬하고 마구 기특하게 여긴다. 이를 테면 군것질 대신 내 입맛에 맞는 건강한 레시피를 개발해 본다는 것. 


오늘은 아침을 먹고도 너무 이르게 허기가 져서 글을 쓰다 맥이 빠졌다. 역시 글 쓸 땐 군것질이지, 하며 간식을 찾을 때와는 달리 지금은 집에 간식으로 먹을 만한 것을 두지 않았다. 점심으로 유튜브에서 찾은 컵누들 로제맛을 응용한 투움바 파스타를 해 먹을까 싶었지만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긴 어려운 법. 일지 덕분에 자기 객관화가 조금씩 발달하고 있는 나는 나의 의지가 얼마나 연약한지 잘 알기 때문에 편의점에 갈 일을 만들지 말자고 다짐하며 미리 일주일치 식단을 만들어놓았다. 그러나 식단으로 만들어두지 않은 무언가 매콤하고 꾸덕한 게 당겼고, 고민 끝에 집에 있는 재료들로 기출변형을 했다.



중불에 남은 카레와 두유를 넣어 국물을 더 만든 다음, 실당면을 추가한다. (노브랜드에서 구매한 녹두 실당면인데 한 번 먹을 분량이 컵누들 두 배는 되는 것 같다.) 기호에 맞춰 국물이 자박하게 졸아들면 그 위에 고춧가루와 치즈를 얹어 마무리. 야호! 무지출 달성! 비록 팬 하나를 홀랑 태워먹었지만 좋은 시도였다. 식욕과 경제성을 모두 잡은 한 그릇이었다.




매일이 오늘만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멋지게 군것질도 참고, 정말 이게 나를 위한 선택인지 고민하는 인내심도 언제든지 발휘할 수 있다면 다이어트는 따놓은 당상일 것이다. 그러나 정말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기 힘들 때가 있다. 입이 터지거나 충동적으로 폭주할 때. 나는 왜 이 모양인가, 잘하다가도 갑자기 왜 그러나, 자책할 때. 그럴 때면 한참 모니터를 째려보며 생각하다가 일지를 쓰는 것 자체를 칭찬할 때도 있다. 



240516 일지 중



오늘의 자책이, 신만의 해결으로 거듭나길 바라며 일지를 쓴다. 이리저리 부딪혀보고, 넘어지기도 하면서 나와의 약속을 꾸준히 지키고 있다. 때론 너무 아량을 베풀다 보면 자기 합리화를 하게 되기도 하니까, 그 점을 주의하기 위해 시간이 지나서 한 번씩 점검하는 것도 필수다. 


갈 길이 멀다고 느낄 때면, 주변에 있는 사소한 순간에 눈을 돌려보는 건 어떨까. 흔히 놓치고 지나치는 이름 모를 들꽃 같은 기특함이 모여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의 향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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