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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혀님 Jun 03. 2018

파라다이스 개러지 3:레디 플레이어 원의 댄스플로어

"하시엔다는 반드시 세워져야 한다"

1980년 5월 영국 맨체스터 포스트펑크 밴드 조이 디비전의 이안 커티스가 목을 맸다. 조이 디비전의 첫 미국 투어를 앞두고 있었다. 이안이 사라진 조이 디비전은 해체했고 멤버들은 뉴 오더라는 이름으로 남았다. 같은 해 9월 뉴 오더는 미뤄졌던 첫 미국 투어에 나섰다. 파라다이스 개러지는 뉴욕 순례길 가운데 하나였다. 그들에게 뉴욕의 디스코는 발견이었다. 뉴 오더는 조이 디비전이라는 그림자에서 벗어날 신스 사운드를 발견했다. 뉴 오더가 속한 팩토리 레코드의 오너 토니 윌슨에게는 파라다이스 개러지 자체가 발견이었다. "뉴 오더와 팩토리 레코드, 그리고 맨체스터는 그들만의 파라다이스 개러지가 필요했다."(VICE)


하시엔다는 반드시 세워져야 한다
Hacienda must be built


토니 윌슨은 맨체스터의 파라다이스 개러지를 개척하기로 했다. 뉴 오더의 매니저였던 롭 그레튼이 함께 했다. 이름은 '하시엔다'로 상황주의자의 슬로건에서 따왔다. 상황주의자를 인용하는 것은 맨체스터라는 공업도시를 매드체스터로 다시 정의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Hacienda, 1990 | Kevin Cummins

1982년 문을 열었다. 파라다이스 개러지가 개러지 하우스와 디스코의 사원이었다면 하시엔다는 애시드 하우스와 레이브의 성지가 됐다. 따분한 청년들이 공업도시를 맴도는 굉음에서 도망치는 곳이었다. 흑인 게이가 다수였던 파라다이스 개러지와 인구학적으로 비슷할 순 없었지만 흑인이거나 게이인 게 문제가 되지 않는 곳이었다. 어쨌든 하시엔다는 이성애자 백인들을 위한 클럽이었지만 하시엔다의 바 이름은 '게이 반역자'였다.


하시엔다에 깃발을 꽂은 뉴 오더의 음악도 대서양을 여러 번 건넜다. 뉴욕의 디스코 사운드를 유럽의 고유한 포스트펑크와 일렉트로닉 음악과 뒤섞었다. 뉴 오더는 문화 충돌의 기이한 잔해였다. 영국의 대중음악이 곧 그들을 따랐다.


1983년 뉴 오더는 비로소 파라다이스 개러지의 스테이지에 오르게 된다. 그 해 발표한 Blue Monday를 함께 뉴욕에 들고 갔다. 명백히 뉴욕의 디스코 신을 이어받은 곡이었다. 사람들은 이 곡에서 실베스터, 도나 섬머 등을 떠올렸다. 파라다이스 개러지에서 헤비 플레이되던 음악이었다.


New Order - Blue Monday (Live at Paradise Garage 1983)


공연 장면은 Confusion의 뮤직비디오에 실렸다. 관중 반응은 영 그랬지만 Blue Monday를 향한 미국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댄스 클럽이 즐겨 틀었고 드랙퀸 뮤지션 Divine이 노래를 그대로 갖다 베끼기까지 했다. 역수입이라고 할 만했다. 이 곡으로 벌어들인 돈은 곧장 하시엔다로 다시 퍼부었다.


Ready Player One

그리고 2018년. 스티븐 스필버그의 [레디 플레이어 원]의 장면. 미국의 온갖 팝 컬처가 레퍼런스로 덕지덕지 붙은 영화. 퍼시벌이 '착란의 구체(The Distracted Globe)'라는 이름의 가상의 클럽에 들어서는 순간 들려오는 노래가 Blue Monday다. 1988년 리믹스 버전.


이 장면의 팝 컬처에는 80년대 뉴욕의 파라다이스 개러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영화는 파라다이스 개러지에서 하시엔다로, 그리고 맨체스터에서 뉴욕으로 다시 돌아온 이 음악을 재전유한다. 영국의 음악이 미국적으로 재현된다. 이질감이 없다. 파라다이스 개러지도, 하시엔다도 모두 사라졌지만 영화는 아마도 그들을 기억한다. 언젠가 파라다이스 개러지는, 하시엔다는 반드시 다시 세워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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