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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혀님 Jun 26. 2018

오키나와, 우치나, 시마우타

남국의 노래

여름을 맞아 일본 오키나와를 여행했다. 4년째 여름마다 오키나와다. 오키나와에서 듣고 보게 되는 말은 그곳의 문화처럼 챰프루(오키나와식 볶음)다. 이것저것 뒤섞여 있고 뒷맛을 남긴다. 오키나와에서는 오키나와를 우치나라고 한다. 오키나와어와 일본어가 만나 생긴 현지 일본어 방언이다. 오키나와는 섬을 뜻하는 일본어 명사 시마로도 통한다. 그래서 오키나와 사람을 우치난츄 혹은 시만츄라고 한다.


지난해는 오키나와, 이시가키를 거쳐 일본 최남단 유인도인 하테루마를 갔다. 민숙에 머물던 일본인 여자가 오키나와의 현악기인 산신을 연주하고 있었다. 중국의 산시엔이 산신이 되었고 다시 일본의 나이치(본토)에서 샤미센이 됐다. 선율이 익숙했다. 나하의 국제거리와 관광지에서 자주 들리던 노래. 


BEGIN - オジー自慢のオリオンビール


오키나와 출신의 밴드 BEGIN의 곡 オジー自慢のオリオンビール(할아버지 자랑의 오리온 맥주)라고 했다. 10분쯤 산신을 만지작거리다가 배우기를 포기했다. 회사를 관두자마자 떠난 오키나와에서 노래 속 오지상은 내게 없었던 위로가 됐다. "난쿠루나이사(어떻게든 될 거야). 한번 해봐. 일을 하니 쉴 수도 있는 거야." 오지상의 자랑은 우치난츄가 고통의 시간을 견디는 지혜였다.


ハイサイおじさん(하이사이 오지상)부터 琉球愛歌(류큐 사랑가)까지. 시마우타 혹은 우치나 팝에서 뭔가 어쩔 수 없이 흘러가는 일을 달관하는 정서를 읽게 된다. 예컨대 우치난츄가 지은 노래는 아니지만 島唄"작은 행복이란 물거품 치는 파도꽃과 같다"는 덧없음의 표현에는 어떤 후회도 분노도 없다. 나도 언젠가 그런 기분으로 어제를 기억할 수 있을까. 오지상의 조언을 있는 그대로 삼켜버리고 싶다고 생각한다.


이번 여행에서는 다른 노래를 알게 됐다. かりゆし58. かりゆし(카리유시)는 이곳 방언으로 경사스러움을 뜻한다. 58은 일본의 58번 국도. 오키나와를 종단하고 동떨어진 다른 세 섬을 거쳐 나이치까지 연결된다. 연결되어 있지만 동시에 단절된 시만츄의 시마우타가 우치나를 달린다.


かりゆし58 - かりゆしの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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