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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a Sep 28. 2018

내가 좋아하는 제주 바다

사실 제주 바다는 어디든 예쁘다.

제주도에 여행 오는 지인들이 종종 어느 바다가 좋냐고 많이 묻는다. 방문 목적에 따라 추천하는 곳이 다른데 아이들과 함께 물놀이를 한다면 샤워시설이 있고 파도가 세지 않은 곽지과물 해변을 추천하고 풍광을 바라보며 차를 한 잔 마시고 싶다면 비양도가 보이는 협재 해변이나 서핑을 즐기는 서퍼들이 가득한 사계 해변을 추천한다. 


문득 바다가 보고 싶은 날 내가 찾아가는 바다는 따로 있다. 집에서의 거리와 주변의 경치 등을 고려해서 자주 찾는 해변을 꼽아보니 함덕, 하도, 탑동, 이호테우 이렇게 네 곳이었다. 대부분 동쪽에 모여 있는 걸 보면 동쪽 사랑이 남 다른 듯하다.




1. 함덕 해변


제주도에 살기 전 여사님과 함께 함덕에 숙소를 잡고 제주에 여행 온 적이 있었다. 휴가철이 좀 지난 시점이라 해변에 사람들은 많지 않고 한적하니 좋았다. 외국에서만 보던 에메랄드 빛 바다가 신기해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수영을 좀 하면 좋겠다고 여사님이 먼저 제안을 한 건 처음이었다. 이 잔잔하고 푸른 물에서 수영을 한 번 해보고 싶다고 해서 그 날 우리는 즐겁게 해수욕을 했었다. 

여름 함덕, 겨울 함덕

함덕에는 해변을 내려다보며 걷는 서우봉의 둘레길이 있다. 메인 해변을 바라보고 오른쪽으로 봉우리가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서우봉'이다. 산책 겸 천천히 걸으면 20분 내로 봉우리에 오를 수 있다. 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점이 좋은데 특히 더욱 좋을 때는 해가 지는 무렵이다. 서우봉에서 바라보는 일몰이 아름다워 '서우낙조'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걸 보려고 회사에 급 반차를 냈던 기억이 난다.

뷰포인트 - 서우봉에 올라 지는 해 바라보기

추천 카페 - 피시야카페, 블랙포엠

추천 먹거리 - 함덕쉼팡 



2.  하도 해변


동쪽 바다는 월정리가 유명하다. 그 유명세 때문에 월정 바닷가에는 아직도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다. 월정 바다는 아름답지만 평상시에는 차도 사람도 너무 많고 길이 붐벼 잘 가지 않는다. 월정리를 지나 세화리까지 지나면 지나가는 차나 사람이 확 줄어드는 걸 느낄 수 있다. 바로 그 지점이 하도리다. 

(좌) 간조 때 하도 해변, 조개 잡이도 가능하다. (우) 우도가 한 눈에 보이는 나만의 장소

하도 해변에서는 우도가 보인다. 옆으로 길게 누운 소의 모습을 닮아 우도라는 이름이 붙은 우도의 전체 모습을 조망할 수 있다. 종종 그늘막을 펼쳐두고 우도를 바라보며 맥주를 마시거나 책을 보던 곳이기도 하다. 하도 해변은 수심이 낮아 해수욕하기도 좋다. 가족들이 특히 좋아하는 장소이다. 



뷰포인트 - 우도를 바라보며 여유 한 모금을 즐기고 싶다면

추천 카페 - 카페지미, 비어라운드, 카페록록

추천 먹거리 - 하도리1091, 알로하도



3. 탑동 해변


제주 시내에 관광객이 가장 많은 곳을 꼽자면 '용두암'이 아닐까? 그 용두암을 바라보고 오른편으로 좀 더 이동하면 '용연구름다리'라는 곳이 나온다. 산지천의 민물이 바다로 흘러드는 계곡 위에 흔들흔들 구름다리가 놓여있다. 밤에는 다리에 조명이 켜져 야경까지 즐길 수 있는 곳이다. 2층 창가에 앉아 용연다리와 바다를 바라보며 맛있는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있어 정말 자주 가던 곳이다.

낮과 밤 언제든 좋은 용연다리

용연다리에서 바다를 끼고 한 15분여 걸어가거나 차를 타고 3-4분 정도 이동하면 탑동 광장이 나온다. 해변 방파제 위로 긴 산책로가 있다. 산책로를 걷거나 계단에 앉아 시원한 캔맥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주민들의 모습이 정겹다. 쿠바에서는 해변 산책로를 '말레꼰'이라고 부르는데 이 곳과 모습이 비슷해 나는 종종 '제주 말레꼰에 가자'라고 말하기도 한다.

제주 말레꼰, 탑동해안산책로. 지는 해를 바라보며 산책이 가능하다.

운이 좋다면 바로 옆 탑동 해변공연장에서 민속춤이나 공연을 구경할 수도 있다. 겨울을 제외하고 매주 크고 작은 공연들이 열리기도 한다. 제주에 처음 왔을 때 슬리퍼를 끌고 산책길을 걷다가 노랫소리에 이끌려 가보니 해녀 민속춤 공연을 하고 있어 재밌게 구경했었다. 

탑동에는 큰 이마트가 있는데 관광객들이 많이 와 물건을 구매한다. 이마트에서 물건을 사고 차는 주차장에 그대로 둔 채 해변 산책로를 편안하게 걸어봤으면 한다. 



뷰 포인트 - 해변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주민들의 삶 구경하기

추천 카페 - 에이팩토리카페, 슬로우벗커피로스터스 

추천 먹거리 - 맥파이 제주점, 김희선몸국



4. 이호 테우 해변


하얀 말, 빨간 말 모양의 등대가 있는 이호 테우 해변은 공항에서 가까운 해변이라 사계절 방문객들이 많다. 해변 앞에는 수영장도 있고 옆에 솔숲에는 캠핑장이 있어 제주도민들도 자주 찾는 해변이다. 

해 지는 이호 테우는 특히나 더 아름답다

나는 이 곳에 지는 해를 보러 종종 온다. 이호 테우는 일몰 때가 특히 더 아름다운 바다 같다. 주차장 한편에 차를 세워두고 좋아하는 음악을 걸어놓는다. 해가 지면서 붉게 물드는 하늘을 바라보면서 사진을 남기기도 한다. 날씨가 좋을 때는 천천히 걸어 말 등대 앞까지 가는데 그쯤 가서 몸을 돌려 보면 한라산이 한눈에 보인다. 바다와 함께 소복이 앉아 있는 한라산을 보는 것도 참 좋다.

일몰의 하늘 빛을 그대로 비추는 이호 테우의 원담

이호 테우에 또 다른 명물은 '원담'이라는 원시 어업 방식의 구조물이 있는데 다른 말로 '돌그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동그란 모양으로 돌담을 쌓아두면 바닷물이 빠지면서 돌담 안에서 미쳐 빠져나가지 못한 물고기를 손으로 잡는 방식의 구조물이다. 아직도 원담으로 물고기를 잡는 사람은 없고 일 년에 두 어번 축제가 있을 때 사용하는 것 같다. 



뷰 포인트 - 감동적인 일몰의 바다를 보고 싶다면

추천 카페 - 아일랜드팩토리, 조아찌

추천 먹거리 - 웅스키친



애정 하는 네 곳을 소개했지만 사실 제주 바다는 어딜 가나 예쁘다. 중문 해변은 발리 꾸따 해변이 부럽지 않고 김녕 해변은 물빛이 너무 비현실적이라 한참을 멍하게 바라본다. 천연 수영장인 판포 포구는 또 어떻고.. 유명한 바다를 보려고 일부러 멀리 돌아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바다로 가서 수평선을 바라보며 숨을 깊게 내쉬어 보길 권한다. 바다는 언제나 옳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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