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덥고, 넌 춥고. 난 춥고, 넌 덥고. 이것 참 난감하네~~"
지구가 돌고 돌아 살을 에듯 추웠던 겨울이 지나가고, 미세먼지 가득하지만 예뻤던 봄이 잠깐, 미세먼지는 그대로 무더운 여름이 왔다. 이미 낮 최고 기온이 29도까지 올라갔다. 때 이른 더위에 벌써부터 여름을 준비하게 된다. 지난주에는 넣어두었던 여름옷을 다시 꺼냈고 샌들은 어떤 걸 살지 고민 중이다. 학교 강의실에서도 4월부터 에어컨 가동이 시작됐다. 강의실 오른쪽 뒤편에 자리한 에어컨(Air conditioner), 즉 ‘여름에 실내 공기의 온도, 습도를 조절하는 장치’, 북한말로는 ‘자동랭풍장치’, 이제부터 이것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학교 강의실, 덥지 않은 따뜻한 날씨에 누군가가 에어컨을 작동시켰다. 서늘한 바람이 머리와 어깨에 스쳤다. 추웠다. 가디건을 걸쳤다. 보건복지부는 여름철 실내 온도가 25도인 것이 적정하다고 했다. 습도에 따라 달라지지만, 바깥 기온과 5도 이상 차이가 나지 않는 게 좋다고 한다. 그런데 강의실 에어컨 온도는 보통 20도에 설정되어 있다. 콧물이 났다. 수업 도중에 추워서 꺼달라고 말하기도 하고, 교수님한테 간접적으로 말해서 꺼달라고 부탁하기도 하고, 직접 끄기도 하고, 참기도 하고, 겉옷을 걸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나치게 에어컨을 사용하는 문화가 불편했다. 강의실 안은 시원하지만 바깥은 더 더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저마다 느끼는 온도가 다르다. 누구는 추위를 많이 타고, 누구는 더위를 많이 탄다. 나는 추위를 잘 타고, 더위는 많이 타지 않는 편이다. 같은 온도라도 나는 뽀송뽀송한데 누군가는 땀에 흠뻑 젖는다. 온도가 적당하다고 느껴도 다른 사람은 못 견딜 정도로 더워서 에어컨을 틀어야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러 강의실을 관찰한 결과, 에어컨이 가동될 때에 창문이 자주 열려 있었다. 문도 열려 있을 때가 많았다. 에어컨 바람이 창문이나 문밖으로 빠져나가 흩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수강생이 많은 강의 도중에 벌떡 일어나서 창문을 닫거나, 손을 들고 말하기엔 부담스러웠다.
어렸을 적, 무더운 날 집에서 에어컨을 틀었다가 갑자기 온 집 안이 정전됐던 기억이 있다. 그날 처음으로 두꺼비집이 부엌에 있다는 걸 알았다. 갑자기 전력 사용량이 늘어난 게 정전이 된 이유였다. 에어컨 한 대는 선풍기 20~30대가 필요한 전기 에너지가 필요하다. 에어컨은 온실가스 배출량 또한 엄청나다. 공기를 차갑게 식히는 냉매 가스인 수소불화탄소(HFC)는 이산화탄소의 최대 1만 배 정도 강력한 온실가스다. 전 세계에서는 HFC 사용량을 제한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대기 중 HFC는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매해 기록을 경신하는 폭염과 열대야 속에서 생존하려면 에어컨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폭염과 열대야에 에어컨 사용이 불러일으키는 영향을 고려해봤을 때에 지나친 사용을 권장하는 문화는 멀리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저마다 느끼는 온도가 다르다. 어떤 사람은 더위를 타지 않고, 어떤 사람은 땀에 온몸이 흠뻑 젖는다. 어떤 사람은 시원하고, 어떤 사람은 에어컨이 없어 온열 질환으로 사망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태풍으로 난민이 되기도 하고, 어떤 동식물은 멸종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기후변화를 뜨겁게 느끼고, 어떤 사람은 서늘하게 느낀다. 내가 속해있는 학교 소모임 ‘공기네트워크’는 지난 5월 20일 기후행진에 참여했다. 기후행진 제목은 ‘지구를 지키는 온도 1.5도‘ 였다. 많은 전문가는 지구 평균 온도가 1.5도 이상으로 상승하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기후가 붕괴할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은 0.8도 정도 올랐다. 굉장히 뜨거운 온도다.
기후변화 인식에 있어서 우리의 온도는 어느 정도일까. 기후변화는 곧 인권과 생명권 문제다. 우리의 수많은 정체성 중 하나는 기후변화 시대의 존재다. 그리고 생각보다 개인의 영향력과 존재감은 크다. 당연히 더우면 에어컨은 틀어야 한다. 여름철 정해진 실내 적정 온도를 상기시키려는 것은 아니다. 저마다 느끼는 온도가 다르다. 그러니까 에어컨을 틀 때, 서로에게 적당한 온도를 한 번쯤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2018년 초여름
글쓴이_ 공기네트워크 이지연
위 글은 성공회대 학보 6월호 자유기고문에 기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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