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이나 화장대, 그리고 가방에는 항상 자그마한 노트를 둔다. 나는 꼭 하나에 정갈한 글씨로 쓰지 않더라도, 기록만큼은 한다. 생각나거나 휘발될 수 있는 것들, 혹은 심적으로 힘들 때 자주 메모하는 편이다. 자유롭게 말이다. 그냥 감정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리듯 휘갈기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런 말이 좀 웃기지 않나? 그래도 그게 내 방식이다. 사실 정리하지 못했지만 기록만은 꼭 한다. 이것은 나에게 꼭 필요한 단계다. 생각이 많고 고민이 많은 내가 그것들을 기록하지 않으면 걱정에 잠식되어버리고 진짜 중요한 것을 잊게 된다. 그리고 금세 우울해지기 쉽다. 그런 경우를 되돌아보면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것을 깨닫는다. 소중한 사람들과의 행복한 시간까지 놓쳐버릴 수 있으니 말이다.
생각의 방향을 잡기 위한 나의 기록, 내가 기록했던 메모들 속에는 늘 비슷한 고민과 질문들이 있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내가 잘할 수 있는 건 무엇인가?”, “나는 어떤 모습으로 보이고 싶은가?” 같은 질문들 말이다. 이런 질문들을 던지면서도 답을 찾는 건 항상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나는 조금씩 나를 이해하게 되었다.
문득 떠오른 기억이 있다.
그 전에, 한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혹시 ‘다중재능자’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다양한 재능을 가지고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내가 이 글에서 이 표현을 사용하는 이유는, 스스로를 그렇게 정의하려는 게 아니라, 그 정의가 주는 가능성과 한계에 대해 고민하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다중재능자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그런 방향으로 스스로를 발견하고 싶어 하는가? 스스로의 재능과 가능성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회사에서의 번아웃, 그리고 다시는 출근하고 싶지 않다고 다짐했던 그날을 떠올려보자. 걱정과 결제를 반복하던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간절한 마음이 있었다. 혼자서 일하며 느꼈던 고립감과 산만함 속에서도 나는 계속해서 나만의 길을 찾아가려 애썼다. 결국 기록은 나를 지탱해주는 중요한 도구가 되었다.
내 하루는 아침 5시 반에 따뜻한 물 한 잔을 마시며 시작되었다. 작은 루틴이라도 나를 움직이게 했다. 런닝머신 위에서 느낀 작은 성취가 때로는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어주기도 했다. 메모를 하는 습관은 나에게 더없이 소중했다. 영감 노트나 모닝 페이지 같은 작은 기록들이 내 마음을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의도적으로 카페나 도서관에서 일하며 환경을 바꾸려는 노력도 했다. 퍼질러 눕거나 잠옷 차림으로 하루를 보내지 않기 위해, 나만의 출근길을 만들어갔다.
그러면서도 나는 나의 강점과 약점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내가 가진 장점은 사람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공감을 주는 데 익숙하다는 것이다. 기록을 통해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도 나의 강점 중 하나다. 하지만 지나치게 산만해지고, 목표를 구체화하지 않으면 금세 길을 잃는다는 약점도 있다. 다행히 이를 인지하고 기록을 통해 보완해가고 있다.
기록은 나에게 단순한 정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자, 나를 이해하는 중요한 도구다. 혼란스러운 순간에도 기록은 나를 붙잡아주는 힘이 있다. 내가 진정으로 잘하고 싶고, 오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는 여정 속에서 기록은 언제나 곁에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나는 나를 잃지 않기 위해, 그리고 나아가기 위해 기록을 계속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