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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적함대 Mar 16. 2024

인간 존엄성의 법리와 조세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실천적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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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분쟁의 대부분은 결국 인간의 존엄에 관한 문제입니다.


인간은 존엄하다. 뭐라고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당연하고 자명한 진리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증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연만물을 지배하는 원리의 근본에 중력의 법칙이 있듯이, 인간생활의 근간은 인간의 존엄성으로 귀결됩니다. 이를 부정하는 순간 생명, 정의, 자유, 평등 등 모든 가치체계가 허물어지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존엄은 규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만일 이를 규정한다면 오히려 그 가치를 훼손할 우려도 있습니다. 규정하면 그 내용을 해석하여야 하는데, 말이나 글로 나타내는 순간 본질적인 가치를 제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세계인권선언 등에서도 이를 명시하였습니다. 자명한 진리를 굳이 글로 적은 것은 인간의 존엄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시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인간을 분류하고 차별하고 짐승처럼 취급하며, 자유를 억압하고 생명을 말살했던 여러 번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유엔 세계 인권 선언 제1조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하다. 인간은 천부적으로 이성과 양심을 부여받았으며 서로 형제애의 정신으로 행동하여야 한다(All human beings are born free and equal in dignity and rights. They are endowed with reason and conscience and should act towards one another in a spirit of brotherhood).


우리 헌법은 1962년에 기본권의 첫머리에 인간의 존엄을 명문화하였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1962년 헌법) : 제8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이를 위하여 국가는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최대한으로 보장할 의무를 진다.

(1987년 헌법) :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라는 말은 법적으로 어떻게 풀이되고 있을까요? 헌법재판소는 아래와 같이 정리하였습니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하여 모든 기본권의 종국적 목적이자 기본이념이라 할 수 있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 조항은 헌법이념의 핵심으로 국가는 헌법에 규정된 개별적 기본권을 비롯하여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자유와 권리까지도 이를 보장하여야 하고, 이를 통하여 개별 국민이 가지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확보하여야 한다는 헌법의 기본원리를 선언한 것이라 할 것이다(헌재 2001.7. 19.2000헌마546)

위 결정례에서 보듯이 인간의 존엄이 실제적인 의미가 있는 부분은 바로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자유와 권리까지 보장한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것의 대표적인 예가 무얼까요? 인간의 존엄이 실현되는 국면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인간의 존엄은 구체적인 법률관계에서 현실화됩니다. 인간이 존엄은 인간 행동의 존엄이고, 이는 인간의 행위를 존중함으로써 실현되는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간이 선택한 법률행위에 따라 법률효과를 부여야 한다는 말입니다.


인간의 존엄은 바로 간섭의 배제와 연결됩니다. 존엄하기 때문에 그가 누구를 만나든, 무엇을 어떻게 하든 존중을 받아야 합니다. 존중한다는 것은 간섭하지 않는다는 말이지요. 우리가 흔하게 말하지만 시민사회의 가장 중요한 기본가치인 '자유'를 말합니다.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한 모든 행동을 마음대로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일반적 행동의 자유라고 합니다. 헌법의 기본권 조항을 보면 무슨무슨 자유라는 것이 아홉개가 있는데, 여기에 명시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기본권의 분류
원칙의 선언 : 인간의 존엄(제10조), 평등(제11조), 죄형법정주의(제13조)
자유라는 이름 : 신체(제12조), 거주 이전(제14조), 직업선택(제15조), 양심(제19조), 종교(20조), 언론출판집회결사(제21조), 학문과 예술(제22조)
침해의 배제 :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제17조), 통신의 비밀(제18조)
권리의 보장 : 재산권(제23조), 선거권(제24조), 공무담임권(제25조), 청원권(제26조), 재판권(제27조), 형사보상청구원(제29조), 국가구조청구권(제30조), 교육권(제31조), 근로권(제32조), 노동3권(제33조), 인간다운생활권(제34조), 쾌적한 생활권(제35조), 
제도의 보장 : 혼인과 가족생활(제36조) .

일반적 행동의 자유는 개별적인 기본권으로 규정되어 있지는 않지만 당연한 기본권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는 시민사회에서 계약의 자유로 연결됩니다. 헌법재판소는 이를 아주 멋지게 표현하였습니다.

 헌법 제10조 전문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의 행복추구권 속에 함축된 일반적인 행동자유권과 개성의 자유로운 발현권은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에 반하지 않는 한 입법 기타 국정상 최대의 존중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고 볼 것이다. 일반적 행동자유권에는 적극적으로 자유롭게 행동을 하는 것은 물론 소극적으로 행동을 하지 않을 자유 즉 부작위의 자유도 포함되는 것으로, 법률행위의 영역에 있어서는 계약을 체결할 것인가의 여부, 체결한다면 어떠한 내용의, 어떠한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하느냐 하는 것도 당사자 자신이 자기의사로 결정하는 자유 뿐만 아니라 원치 않으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자유 즉 원치 않는 계약의 체결은 법이나 국가에 의하여 강제받지 않을 자유인 이른바 계약자유의 원칙도, 여기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으로부터 파생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이는 곧 헌법 제119조 제1항의 개인의 경제상의 자유의 일종이기도 하다(헌재 전원재판부 89헌마204, 1991. 6. 3.)


조세제도에서 인간의 존엄은 바로 여기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어떠한 행위에 세금을 부과하면 사람들은 같은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면서 이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마련입니다. 인간의 존엄을 염두에 두면 그러한 행위가 조세회피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존중하고 그에 따라 세법을 적용하여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대법원은 그와 같은 법리를 숱하게 되풀이하였습니다.


납세의무자가 경제활동을 할 때에는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서도 여러 가지의 법률관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므로, 그것이 과중한 세금의 부담을 회피하기 위한 행위라고 하더라도 가장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유효하다고 보아야 하며, 실질과세의 원칙에 의하여 납세의무자의 거래행위를 그 형식에도 불구하고 조세회피행위라고 하여 효력을 부인할 수 있으려면 조세법률주의 원칙상 법률에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부인규정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두3961 판결)


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마음대로 정할 수 있고, 그것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기초로 이루어졌다면 국가는 이를 존중하여야 합니다. 다만, 이러한 계약의 자유가 무제한 허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는 일반민법의 적용영역인데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계약이나 강행법규에 위배되는 계약은 무효입니다. 그리고 계약과정에 사기, 강박, 착오 등이 있었으면 이미 완성된 법률행위라고 하더라도 취소함으로써 무효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세법의 한계를 일탈할 경우에도 무효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조세분야에서 대표적인 것이 부당행위계산 부인입니다. 이 규정이 적용되면 납세자가 형성한 법률관계를 부인하고 세법이 새로운 법률관계를 형성한 다음 그에 대한 세금을 매길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조세분쟁에서 인간의 존엄은 당사자가 조세를 회피하기 위하여 어떠한 법률관계를 형성하였을 때 이를 어디까지 존중하여야 하는지로 귀결됩니다. 당사자가 형성한 법률관계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은 당사자의 의사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법률이 의도한 효과를 발생시킨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도 법리적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헌법재판소 2015. 12. 23. 선고 2013헌바117 결정은 헌법상 기본권으로서 계약의 자유가 어떻게 파생되는지, 계약의 자유는 어디까지 보장되는지, 계약의 자유는 조세제도와 관련하여 어떻게 제한될 수 있는지 아래와 같이 정리하였습니다.


헌법 제10조는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고, 여기의 행복추구권 속에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이 포함되며, 이 일반적 행동자유권으로부터 계약의 자유가 파생된다. 계약의 자유란 계약체결 여부, 계약의 상대방, 계약의 방식과 내용 등을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사로 결정하는 자유를 말한다(헌재 2002. 1. 31. 2000헌바35). 또한 헌법 제119조 제1항은 우리나라의 경제질서가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 사유재산제도 및 사적자치에 기초한 자유시장경제질서를 기본으로 하고 있음을 선언하고 있다(헌재 1998. 8. 27. 96헌가22등).
그러나 이러한 계약의 자유 내지 경제상의 자유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약자 보호, 독점 방지, 실질적 평등, 경제정의 등의 관점에서 법률상 제한될 수 있음은 말할 것도 없고, 국가의 과세작용과 관련하여서도 적지 않은 제약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국가는 조세법률주의 기타 헌법적 한계를 준수하는 한, 재정수입, 사회적·경제적 규제와 조정을 위하여 위와 같은 사적 자치에 개입하거나 사법상 법률행위의 내용 및 효력에 간섭할 수 있고, 그러한 개입과 간섭의 수단 및 정도의 선택은 일차적으로 과세입법자의 정책판단·형성에 맡겨져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이 계약의 자유를 제한하더라도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그 목적달성을 위한 방법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그리고 그 입법에 의해 보호하려는 공공의 필요와 침해되는 기본권 사이의 균형성을 모두 갖추어야 하며, 이를 준수하지 않은 법률 내지 법률조항은 기본권제한의 입법적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헌재 1999. 5. 27. 97헌바66등).
한편, 헌법 제23조 제1항에 따라 모든 국민은 헌법에 합치하는 법률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 재산권을 보유하고 이를 자유롭게 이용·수익·처분할 수 있다(헌재 2002. 1. 31. 2000헌바35). 재산권을 제한하는 입법을 함에 있어서도 헌법 제37조 제2항에 규정된 기본권 제한 입법의 한계를 준수하여야 함은 물론이다.
다만, 오늘날에 있어서 조세는 국가의 재정수요를 충족시킨다고 하는 본래의 기능 외에도 소득의 재분배, 자원의 적정배분, 경기의 조정 등 여러 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으므로, 국민의 조세부담을 정함에 있어서 재정·경제·사회정책 등 국정전반에 걸친 종합적인 정책판단을 필요로 하는바, 어느 범위까지 사법상 법률행위의 내용 및 효력에 간섭할 것인지, 그러한 간섭의 수단과 정도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입법자가 당시 경제정책 등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여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에서 비례심사의 강도는 다소 완화될 필요가 있다.

납세자가 형성한 법률관계를 무한정 존중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렇게 되면 누구든지 소득을 쉽게 다른 사람의 명의로 돌릴 수도 있고, 세금을 더 적게 내는 법률관계를 일시적으로 형성할 수도 있으며, 진실과 다른 가짜 법률관계의 외관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딱히 법률을 위반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정도입니다. 이들을 모두 외관대로 인정하면 결국 교활한 자는 세금을 적게 내고 성실한 납세자는 세금을 많이 내게 됩니다. 그러면 공평한 조세가 실현될 수 없고, 조세정의에 어긋나게 됩니다. 문제는 법률이 모든 행위를 일일이 규율할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세법은 실질과세원칙을 선언하여 외관이나 거래의 형식에도 불구하고 그 실질에 따라 과세를 하게 됩니다. 이러한 점에서 실질과세원칙은 헌법상 평등원칙이 조세법에서 실천적으로 구현된 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실질과세의 원칙은 헌법상의 기본이념인 평등의 원칙을 조세법률관계에 구현하기 위한 실천적 원리로서, 조세의 부담을 회피할 목적으로 과세요건사실에 관하여 실질과 괴리되는 비합리적인 형식이나 외관을 취하는 경우에 그 형식이나 외관에 불구하고 실질에 따라 담세력이 있는 곳에 과세함으로써 부당한 조세회피행위를 규제하고 과세의 형평을 제고하여 조세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 이는 조세법의 기본원리인 조세법률주의와 대립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조세법규를 다양하게 변화하는 경제생활관계에 적용함에 있어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합목적적이고 탄력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조세법률주의의 형해화를 막고 실효성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조세법률주의와 상호보완적이고 불가분적인 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2. 1. 19. 선고 2008두849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그렇기 때문에 실질과세원칙은 당사자가 선택한 법률행위의 존중과 긴장관계에 있게 됩니다. 실질과세원칙은 헌법상 평등을 근간으로 하고, 법률행위의 존중은 인간의 존엄에서 파생된 자유를 근간으로 하므로, 결국 평등과 자유의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컨대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하여 법률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납세자에게 보장된 행동의 자유입니다. 이에 실질과세원칙을 적용하여 다른 법률관계로 형성하는 것은 그러한 자유를 침해하게 됩니다. 여기에서 미묘한 경계가 있습니다.


이 원칙이 부딪친 가장 유명한 사건의 하나가 바로 엔화스왑 사건입니다. 엔화스왑 예금이란 고객이 원화를 은행에 맡기면, 이를 엔화로 환전하고(현물환계약), 환전한 엔화를 정기예금에 가입하며(엔화정기예금계약), 만기에 엔화를 찾아 원화로 환전하는데 미리 환율을 지정하는 계약(선물환계약)을 체결하는 것입니다. 고객들의 실제 거래는 단순하게 원화를 은행에 맡기고 일정기간이 지난 다음 다시 원화를 되찾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이 3건의 계약을 체결하는 이유는 외환거래에 따른 이익은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예금액이 1억, 예치기간 1년, 원화예금이자율 5%, 소득세율 20%인 경우를 가정하면, 만기에 예금을 찾을 때 500만 원의 이자가 발생하지만, 소득세 100만 원을 제외하고 나면 총 1억400만 원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외화예금의 경우  원화예금보다 이자율이 엄청나게 낮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원화를 엔화로 바꾸어 정기예금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매우 비합리적인 행동입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미리 선물환계약을 체결하여, 원화예금의 경우보다 낮은 이자를 환차익으로 보충하여 줍니다다. 즉 예화예금이자율이 1%인 경우를 가정하면 위 사례에서 예금이자는 100만 원이 발생하고 환차익이 400만 원 발생되게 약정합니다(1년후 환전계약을 미리 체결하여 400만 원의 환차익을 확정적으로 보장해줍니다). 그러면 이자 100만 원에 대한 20만 원의 세금만 납부하고 400만 원은 미리 확정된 이익이라고 하더라도 형식이 환차익이기 때문에 과세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결국 위 거래를 통하여 무려 80%의 세금을 줄일 수 있습니다.


공평과세, 즉 헌법의 평등원칙을 강조하는 입장에서 실질과세원칙을 적용하면 원화를 맡기면서 다시 원화를 찾아가는 이상 원화정기예금을 가입한 자와 엔화스왑예금을 가입한 자는 실질적인 거래내용이 다르지 않으므로 세부담 또한 같아야 합니다. 그들의 경제적 목적은 동일하기 때문이죠. 이 입장에서는 엔화스왑예금거래에서 발생한 환차익은 그 실질이 이자소득과 같다고 보게 됩니다.


반면, 개별 거래자가 선택한 법률행위를 존중하여야 한다는 입장에 서면, 엔화정기예금거래의 경우처럼 세가지 법률행위가 혼재된 경우 이를 그대로 인정할 지 실질과세에 따를지 혼란이 야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은행은 사실상 비과세라는 점을 강조하여 많은 예금을 유치하였는데, 나중에 과세당국에서 실질과세원칙에 따라 세금을 매기자 다툼이 생겨났습니다.


법원의 판단은 조세공평주의에서 비롯된 실질을 중시하는 입장과 납세자가 선택한 법률행위의 형식을 중시하는 입장으로 나누어졌습니다. 어느 경우에나  나름대로의 근거는 충분합니다. 대법원의 결론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납세자가 선택한 법률행위를 존중하는 판단을 내렸습니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두3961 판결).

납세의무자가 경제활동을 함에 있어서는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서도 여러 가지의 법률관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므로 그것이 과중한 세금의 부담을 회피하기 위한 행위라고 하더라도 가장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유효하다고 보아야 하며, 실질과세의 원칙에 의하여 납세의무자의 거래행위를 그 형식에도 불구하고 조세회피행위라고 하여 그 효력을 부인할 수 있으려면 조세법률주의 원칙상 법률에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부인규정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중략)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터 잡아, 당사자가 취한 거래형식이 세금의 부담을 회피하기 위한 행위라 하더라도 그것이 가장행위에 해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유효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전제 아래, 이 사건 선물환계약은 엔화정기예금계약과는 구별되는 별개의 계약으로 인정되고, 법률행위의 효력이 없는 가장행위에 해당한다거나 엔화정기예금계약에 포함되어 일체가 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이 사건 선물환거래로 인한 차익을 구 소득세법 제16조 제1항 제3호 소정의 예금의 이자 또는 이에 유사한 것으로서 같은 항 제13호 소정의 이자소득세의 과세대상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후, 나아가 구 소득세법 제16조 제1항 제9호는 채권 또는 증권을 환매조건부로 매매함으로써 계약 시부터 환매조건이 성취될 때까지 금전사용의 기회를 제공하고 환매 시 대가로 지급하는 일정한 이익을 이자소득으로 보아 과세하는 것인데, 이 사건 선물환차익을 채권 또는 증권의 환매조건부 매매차익 또는 이에 유사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고, 설사 이에 유사하다고 하더라도 구 소득세법 제16조 제1항 제9호, 구 소득세법 시행령 제24조 소정의 환매조건부 매매차익은 채권 또는 증권의 매매차익만을 대상으로 하는데 구 소득세법 제16조 제1항 제13호가 유형적 포괄주의의 형태로 규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채권이나 증권이 아닌 외국통화의 매도차익에 대하여도 이를 이자소득세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에 비추어 허용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관계 규정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구 소득세법 제16조 제1항 제13호의 적용범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엔화스왑예금에서 보여준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 옳고 유사한 사례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납세자가 조세를 회피하기 위하여 한 법률행위는 절세라고 볼 수도 있고 탈세라고 볼 수도 있는데, 실질과세원칙과 관련하여 어디까지 존중할 것인지는 사건마다 다르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CASE BY CASE). 


 "진실의 열매가 저 너머에 보이더라도 개인의 기본권보장이라는 담장을 짓밟고 넘어가야만 따올 수 있는 것이라면 차리라 그 열매를 포기하는 것이 적법절차주의의 기본정신이고 조세법률주의의 기본정신과도 상통하는 것이다". 어느 논문에서 발췌한 말로 개인이 형성한 법률행위를 최대한 존중하는 태도입니다.


그러나 위 엔화스왑예금 사례에서 그 실질이 원화예금과 유사하다고 보고 과세를 하는 것이 과연 감내할 수 없는 개인의 기본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당사자가 선택한 법률행위의 존중 또한 공평과세라는 헌법적 테두리 안에서 인정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쉽게 풀 수 없는 과제이며, 앞으로도 그 존중의 범외를 둘러싸고 분쟁을 계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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