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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지털전사 Oct 26. 2023

예술로 보는 세상:바람의 색깔을 볼 수 있다면 자유다.

당신은 바람의 색깔을 본 적이 있는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의 푸름을 보고 졸졸거리는 시냇물의 소리를 들으며 분홍으로 만발한 코스모스 꽃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가을에 나는 들판 한가운데 서 있다.


지역 상거래 플랫폼인 당근의 무료 나눔을 통해 초대형 산수풍경화를 받은 적이 있다. 상당히 큰 크기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2m가 넘는 사이즈에 더해진 액자의 무게가 문제였다. 두꺼운 유리로 표구된 동양화를 어깨에 둘러 매고 낑낑 대며 집까지 들고 가는 길이 왜 그리 멀게만 느껴졌을까. 힘에 부쳐 아들과 함께 무게를 나누며 든든한 아이의 어깨에서 뿌듯함과 세월의 무상함도 느껴 본다.

진경산수화에 쓰인 한자는 대부분 흘림체로 쓰여 있어 해석이 여의치 않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사용해 자동 번역 기능도 이용해 보지만 문자가 잘 인식이 되지 않는다. 몇 글자로만 대략 유추해 보니 가을 중추절에 혼자서 유람하며 떠도는 즐거움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불과 수십 년 전 할아버지와 할머니 세대는 거실에 동양화나 한문 서예 액자를 한두 점씩 걸어 놓는 것이 집 분위기를 살리는 멋들어진 장식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인테리어 감각은 완전히 달라졌고 아파트 거실에는 대부분 산뜻한 분위기의 모던 사진이나 화려한 서양화로 대체되었다.


인테리어가 바뀌면서 내면의 가치관 또한 변화해 가고 있음을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마치 좁은 우물 속에 사는 개구리와 같이 우물 밖 다른 세상을 알기 힘들다. 시간은 흐르고 삶도 함께 흐름을 막연히 느낄 뿐이다. 


산수화에서 산이 부르는 소리를 듣고 강에서 부는 바람의 색깔을 느껴보자. 이 순간 나는 그림 속 강을 유람하는 뱃사공이 된다. 


삶이 외롭거나 우울하다고 느낄 때 잊고 지냈던 바람의 색깔을 보아야 한다. 답답한 책상을 벗어나 공원을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그리고 하늘을 잠깐 쳐다보는 것으로도 나 그리고 우리는 자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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