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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상 Nov 08. 2022

[Review] 학습된 개념을 벗어나자

컬러의 방


[컬러의 방]은 우리가 사랑하는 열한 가지 색에 숨겨진 문화적 비밀을 알아보는 책이다. 예술에서 비즈니스, 스포츠, 역사, 종교, 연예계에 이르기까지 각계 분야에서 색을 어떻게 사용해왔고 어떤 의미를 담아왔는지 세세하게 포착했다. 자신이 탐험해보고 싶은 각 컬러의 방을 찾아갈 수 있도록 구성했으며, 독자들은 대중예술 속 컬러 문법, 미술 작품 속 히든 코드까지 풍부한 도판으로 생동감 있게 읽어나갈 수 있다.



우리는 색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는 화면도 하얀색 화면이며, 옆에 있는 물 잔은 하늘색을 띠고 있다. 지금 읽고 있는 '컬러의 방' 표지 또한 다양한 색이 표현되어 있다. 이렇듯 시각이 있는 이상 평생 색을 인지하고 살아간다. 


사실 우리가 보는 색은 그 색이 아니다. 빨간색을 보고 있지만 과연 이게 정말 빨간색일까? 바다는 파란색이라고 인지하고 있는데, 정말로 바다는 파란색이 맞을까? 시각은 내 눈으로 들어오는 빛이 어떤 파장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즉 빛이 들어오는 정도와 순간의 환경에 따라서 얼마든지 눈으로 들어오는 빛이 달라지고, 뇌가 받아들이는 입력값과 결과값이 달라진다. 그러니 결과적으로 내 눈에 비치는 모든 색은 신뢰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색은 보편적인 개념으로 적용된다. 

'빨강'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금지나 경고를 표하는 강렬한 느낌, 구급차의 사이렌이나 구급차의 색깔처럼 긴급한 느낌, 매혹적인 립스틱과 드레스처럼 성적 매력을 극대화하는 이미지 등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초록'은 어떤 느낌이 드는가. 드넓게 펼쳐진 초록 잔디가 주는 편안함, 학창 시절 보았던 초록색 칠판, 신호등의 초록색 등 대체적으로 편안하고 안전한 느낌을 준다. 이렇듯 색은 우리 삶의 하나의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을 알 수 있다.

빨간색은 긴급함, 초록색은 편안함, 파란색은 청량함... 과 같은 추상적인 개념은 언제부터 적용되었을까. 우리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색이 주는 느낌을 개념화하여 일상에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어린아이 때부터 신호등을 보며 빨강, 초록, 노랑의 의미를 학습한다. 만화나 영화를 보면서 하얀색은 선이고 검은색은 악으로 학습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하나의 색이 상반된 개념을 가지기도 한다. 마치 빨간색이 표지판 등에 쓰일 때는 금지의 의미요, 적십자에 쓰이면 구호의 의미인 것처럼 말이다. 즉 색이 주는 이미지는 철저히 사회 통상적인 개념에 의해 '학습'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컬러의 방'은 색이 어떤 형태로 어떻게 쓰여왔는지에 대해 서술한다. 이야기처럼 하나로 이어지며 깨달음을 주는 형태가 아닌 단편적인 이야기를 모아 색이 가진 여러 모습을 보여준다. 빨강, 노랑, 주황부터 회색, 하양까지 각 챕터로 구분되어있어 챕터를 넘어갈 때마다 해당 색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읽게 된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학습한 색의 의미를 되새긴다. 



'컬러의 방'을 통해 스스로 가지고 있었던 색의 의미를 깨닫고 부수게 된다. 해당 챕터의 색을 떠올리며 어릴 적부터 학습된 정해진 색의 의미에 갇혀 창의성을 잃어가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앞서 서술했듯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색'은 뇌가 받아들이고 처리한 데이터에 불과하다. 그 데이터에 사회적 통념을 덧씌워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개념'을 제한한다. 


당신이 이 책을 읽을 동안은 초록색을 긴급함으로, 빨간색을 안정됨으로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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