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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Apr 13. 2024

볼드모트 사료와 따뜻한 문자

애들 먹는 걸로 장난치지 마라

친구의 고양이가 아프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 피부 결손.

어제는 그 아이를 데리고 보호자들과 병원에 갔다.

이리저리 살펴보던 키도 크고 눈도 큰 원장은 길게 보고 설탕드레싱을 해가며 추이를 봐야 한다고 했다.

차가 없는 그이들을 데려다준 후 집에 돌아왔고, 잠시 동네 친구와 산책을 했다.


밤에는 낮에 쓰레드에서 언뜻 봤던 이유불명의 고양이 사망 사태 관련 사안들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사료 이슈.

우리 집엔 국내제조 사료가 없으니까…라고 안심했다가, 응? 최근에 조금씩 섞어 먹이고 있는 생협사료가 떠올랐다.

봉지를 확인했고, 볼드모트 제조사… 이런…

애인은 분노하며 온라인 고객센터에 문의글을 올렸고, 나는 계속 고양이 커뮤니티를 팠다. 공황상태.

애인은 주변에 개, 고양이와 함께 살지만 정보를 접하기 어려운 이들을 떠올리며 메시지를 전달했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


오늘 저녁 나와 고양이들을 걱정하며 조심스레 사료이슈에 대해 물어오는 친구의 문자에 이틀 동안 참았던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고 눈을 감은 연희를 쓰다듬으며 흐느꼈다. 연희는 울지 말라는 듯, 다 괜찮아질 거라는 듯 오른쪽 발가락을 한껏 벌려 발톱을 내 발목 안쪽 살에 살포시 박고 그 발 위에 턱을 괴었다.

발톱이 박힌 고통 때문에 눈물은 쏙 들어갔고, 고양이 얘기로 첫 쓰레드를 쓰고 있다.


동물이 먹는 사료를 정성스럽게 만들지 않는 혹은 나쁘게 만드는, 장난치는 사람들에 대한 살의를 느낀다.


나와 함께 살아주는 작은 생명들에게 조금이나마 나은 먹거리를 찾아주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악용하는 사람들. 분노와 적대감이 배와 가슴을 가득 채운다.


볼드모트 사료 제조사 어떻게 혼내주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

더 기막힌 것은, 제대로 된 사과도 없고, 피해보상도 하지 않았다는 것. 오히려 이 정보를 공유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는 것. 그래서 볼드모트가 되었다는 것이다.


매우 화나고, 깊이 슬프다.


http://www.savelife.or.kr/notice01.asp?board_mode=view&b_no=612


방문자 수가 많아 이미지 첨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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