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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Apr 14. 2024

'다 죽이고 나도 죽어야겠다.'는 생각의 끔찍함

그걸 지극한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찰나

'다 죽이고 나도 죽어야겠다.'


나의 파트너와 네 고양이를 다 살해하고 나도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영상처럼 머릿속을 지나가는 순간이 있었다.


지난 1월 매년 하던 단식 중이었고, 나도 파트너도 감기로 매우 아팠다.

단식 때문에 프로폴리스도, 쌍화차도 복용할 수 없어 몸살감기 혹은 독감의 고통을 고스란히 온몸으로 겪어야 했다.

감기로 힘들어하던 파트너를 보고 다음 순간 나는 침대에 혼자 누워 '그런' 생각을 구체적으로 하게 되었다.


구체적인 행동을 떠올렸다.

아이들의 목숨을 거두는 구체적인 행동에 생각이 도달했을 때 '도저히 할 수 없겠다.'싶었다. 목숨보다 사랑하는 아이들을 고통스럽게 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도 않았다.


자살충동 성향이 있으니 그런 생각은 새롭지 않았다. 그렇지만 내 가족을 다 죽이고 나도 죽겠다는 생각은 새로웠다.


'어제 그런 생각을 했어.'라고 파트너에게 말했고, 파트너는 고맙다고 했다. '나를 책임지려고 해 줘서 고마워.'


그 생각이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다시 떠올렸다. 책임. 내 가족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책임지는 행위. 감기로 고통스러워하는 파트너를 고통으로부터 해방시키고 싶다는 지극한 사랑과 책임감. 우리 둘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고양이들에 대한 염려와 사랑. 보살핌.


'지극한 사랑이었어.'

다시 생각하니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사랑 때문이었다고 얘기하며 조금 울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은 병적이고 끔찍한 광기가 느껴지는 서늘한 나르시시스트적인 생각. 얼른 그 생각에서 빠져나온 것에 안도한다. 그 생각은 내가 한 것이 아닌, 마치 다른 인격이 한 것 같은 그런.


그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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