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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Jun 09. 2024

과천 서울대공원 장미원

봄날은 가고 붉게 핀 덩굴장미는  아파트의 축대를 덮기 시작하는 데 여기저기서 장미축제가 열린다고 광고가 올라온다.


내가 어린 시절에만 해도 장미꽃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이 아니었다. 그림이나 사진에서 아니면 꽃집에서나 볼 수 있던 귀한 꽃이었는데 언제부터인지 공원마다 정원마다 장미를 심기 시작하여 이제는 해마다 5월이 되면 여기저기서 장미축제까지 열릴 정도로 대중적인 꽃이 되었다. 장미는 5 월 중순부터 피기 시작하여 계속 피고 지고를 거듭하며 10월까지 꽃을 볼 수는 있지만 지금 5월에 피는 첫 장미가 제일 아름답다.

우리는 올해 처음 피는 장미를 감상하기 위해 과천의 서울대공원 장미원으로 간다.

4호선 대공원역에 도착하니 대합실은 상춘객들로 그득하다.

오늘은 3번 출구에서 출발하여  대공원 호수의 오른편으로 간다. 호수에서 동물원 입구로 가려면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다리를 건너기 전에 오른쪽에 숲길로 오르는 나무 계단이 있다. 이 길은 우리가 대공원에 오면 즐겨 찾는 호숫가 전망 좋은 숲길이다. 울창한 숲 속에 약간의 오르막 내리막도 있는 운치 있는 오솔길이다. 오솔길을 내려가면 물가 평평한 곳에 벤치도 여러 개 있다. 조용한 때 오면 호수를 보며 사색하거나 서너 명이 오붓이 앉아 담소할 수도 있겠으나  지금은 벤치에 사람들이 모두 앉아 있어 빈자리가 없다.

오솔길을 빠져나가니 동물원 입구가 보이고 장미원은 그 건너편에 있다. 장미원과 어린이 동물원이 한 울타리 안에 있고 이곳을 테마 가든이라고 부른다. 테마가든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받고 장미원으로 들어가니 다양한 색깔의 장미들이 화려하게 펼쳐져 있다. 장미축제는 내일부터 열린다는데 벌써 사람들로 붐빈다. 여기저기서 추억에 남는 사진들을 찍느라고 모두 분주하다.

그런데 이곳 장미원에 와서 먼저 보아야 할 곳이 있다. 작약꽃밭이다. 장미 보다 일찍 피고 모란보다는 나중에 피어 눈길을 사로잡는 봄꽃인데 서울 시내에서는 궁궐의 뒤뜰에서나 용산 국립박물관 정원에서나 볼 수 있던 꽃으로 흔히 볼 수 있는 꽃이 아닌데 몇 년 전 대공원 장미축제에 왔다가 이곳에서 넓은 작약꽃밭을 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대공원에서 작약 핀 것도 볼 수 있을까 하고 기대했다.

시내의 작약은 이미 모두 졌지만 이곳은 청계산기슭이라 기온이 좀 낮은지 다행히 아직도 싱싱하게 피어 있는 꽃이 많이 남아서 내년까지 기다리지 않고도 올봄의 작약을 실컷 볼 수 있다고  친구들은 만족한다. 장미원 입구에서 들어가면 작약 밭은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어서 정면에 보이는 장미 밭으로 곧장 들어가서 장미에만 집중한다면 작약을 놓치기 십상이다. 벚꽃이 지고 난 후 모란과 작약도 개화기에 맞추어 좀 더 일찍 알려진다면 꽃을 찾는 관람객들의 관심을 더 모을 수 있을 텐데..  


오늘은 평일인데도 꽃구경을 좋아하는 중장년 이상의 단체 모임이 많은 것 같다. 그런데 지난 일 년 동안에 장미원 안에 피크닉 테이블이나 벤치가 더 많이 생겼는지 작년에는 앉을자리가 없어서 잠시 동안만 장미원을 돌고 밖으로 나가서 점심을 먹어야 했는데 오늘은 마침 어떤 그룹이 앉았다가 떠난 빈 테이블에 자리가 생겨서 여유 있게 가져온 도시락을 펼쳐놓고 먹을 수 있다. 시원한 봄바람이 부는 호숫가 벤치에서 가까이 보이는 푸른 산과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점심을 먹으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점심 후에야 비로소 느긋하게 장미를 감상하러 간다.

정성껏 가꾸어진 빨강, 노랑, 하양, 분홍, 여러 가지 색깔의 장미들이 크고 탐스럽게 피어 첫 선을 보인다. 활짝 핀 장미꽃송이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니 그 완벽한 아름다움에 감동하여 저절로 입이 벌어진다. 덩굴장미 아치 아래서는 단체로 기념사진도 한 장 찍지 않을 수 없다.


장미원을 한 바퀴 돌고 눈 호강을 충분히 한 다음에 장미원 밖으로 나와 동물원 입구와 서울랜드 앞을 지나서 벚나무의 푸른 그늘 아래로 대공원역을 향해서 걷는다. 눈 호강을 실컷 했으니 이제 입도 호강해야겠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고 했던가?  우리는 우리의 방앗간, 대공원역 앞의 할매집과 이곳의 부추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여기에 들어가 오늘의 장미원 방문을 마무리한다.


오늘은 여덟 명이 모여 올해의 첫 장미축제에 참가하고 집에 오니 만 삼천 보나 걸었다.


2024년 5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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