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가 석 달 동안 SNS를 떠나와서 돌아와 보니,
작년 아직 추워지기 전 늦은 가을과 이른 겨울 사이 어딘가 즈음이었던 어느 날, 오랜만에 생각지도 않게 반가운 목소리의 전화를 받았다. 내가 그렇게 오랫동안 SNS를 안 했던가 하고 생각해보니 북촌에서 우연히 발견한 카페의 감탄기 같은 가벼운 9월 10일의 포스팅을 마지막으로 벌써 두 달 넘게 글을 올리지 않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쾌활한 목소리로 걱정해줘서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단지 일이 바빴을 뿐, 별일은 없다고 답했다.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이 좀 마무리되면 다시 그때처럼 양평으로 놀러 가서 강쥐랑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말도 덧붙여서.
그 뒤로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하루하루 마감에 쫓기며 2020년 연말을 보내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해가 바뀐 2021년 1월 5일이다. 그 사이 가끔씩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앱에 숫자가 떠 있는 것이 거슬려서 없앨 목적으로 들어갔다가 슥슥 확인만 하고 나갔을 뿐, 그 안에서 1분을 넘긴 적이 없었다. 어느새 SNS를 하지 않고 벌써 석 달이 지난 것이다.
당시 바빴던 일들은 (아직 몇 가지 조금 남아있지만) 잘 마감했다. 그 뒤로 맘껏 먹고 자고 늘어진 연말 연휴를 보냈다. 덕분에 신체리듬이 엉망이 되긴 했지만, 뭐... 작년 한 해 고생한 나에게 이런 사소한 일탈(?)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웃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지만, 더욱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던 긴 연휴의 적극적 게으름 속에서 그제야 겨우 여유를 가지고 이런저런 생각들을 할 수 있었다.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정신없었던 지난 한 해를 돌아보기도 하고 내년에 하고 싶은 것들을 다시 꺼내보기도 하다가 문득 SNS에 대한 생각을 했다.
'음... 이제 슬슬 SNS도 해야 하는데 언제 시작하지?'
솔직히 무슨 특별한 다짐 같은 것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어떤 계기가 있던 것도 아니다. (만일 그랬다면, 마지막 포스팅이 괜찮은 카페를 발견했다 같은 것이었을 리 없지.) 그냥. 어쩌다가 자연스럽게. 아니,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어쩌다 보니 갑자기 여러 프로젝트들의 마감들이 모두 비슷비슷한 시기에 몰려버려 제 시간 안에 이걸 끝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고 자연스럽게 닥친 일을 끝내는 것 외에는 시간이 뺏기는 다른 활동들을 의도적으로 피한 결과였다.
이유야 어쨌건 그 상태로 3개월이 지났다. 이전엔 매일 들어가서 수시로 확인하던 SNS를 끊었다. 엉겁결에 금연에 성공했다던 오래전 친구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러다 갑자기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그런데 난 왜 SNS를 하는 거지?'
"시바... 오락하는 데 이유가 어딨어! 그냥 하는 거지!!"라는 어느 명대사처럼 "시바... SNS 하는 데 이유가 어딨어. 그냥 하는 거지."라는 대답으로 퉁치고 넘어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마치 디톡스를 막 마친 사람처럼 몇 년 만에 처음으로 SNS에서 깨끗해진(?) 상태였기에 이 질문은 쉽게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꽤 오랫동안 진지하게 남아있었다. 그러다가 점차 생각이 정리되기 시작하며, 내 나름의 답을 내릴 수 있었다. '아하. SNS를 한다는 것은 이런 의미였구나.'라고. 생각해보면 거창한 답은 아니다. 어떤 이에겐 당연해 보일 수 있는 답이다. 그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쓸 수 있기를 바란다.
지금은 그 답보다 더 중요한 할 말이 있기 때문이다.
"SNS에서 보이지 않았던 기간, 개인적으로 걱정해주셨던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별일 없이 잘 돌아왔습니다. 늦었지만, 지난 한 해 수고 많으셨구요. 올 한 해도 호락호락하지 않겠지만, 같이 잘 넘어가 봅시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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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6일 00시 26분
안양시, 집에서
릭킴 Rick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