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은 그것보다 더 복잡해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본 게시글을 타고 간 계정의 주인은, 흔히 말하는 '인스타그램 북스타'였다. 짤막하지만 쿵- 하고 사람 마음을 건드리는 글귀를 올리는, 잘생긴 외모의 북스타 작가. 잘생긴 사람이 사람들을 위로해주는 글을 쓰다니.
그 계정을 발견하고 몇 주 되지 않아, 그 작가의 에세이가 교보문고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나도 한 권을 사서 읽었다. 그 당시에는 나에게 위로가 됐었고, 지금도 내 책장 어딘가에 꽂혀 있다.
지금의 나에게는 그 글이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는다. 정신없이 살면서 잠깐 지쳤을 때, 잠깐 괴로울 시절에 읽었을 때는 금방 딛고 일어나게 해 줬었지만, 지금은 어떤 페이지를 펼쳐도 그냥 '아무말' 같이 느껴진다.
이제 서점에 가면 에세이 코너에는 말 그대로 '아무말'이 제목인 책들이 깔려있다. '~하지만 ~하고싶어' 라던지, '~지만 괜찮아' 라거나, '~하겠습니다' 라는 등, 뭐 어찌됐든 복잡한 너의 인생을 응원할 것이고, 대충 살아도 괜찮다는 식의 책들이.
이 전 글에서도 한 번 언급했는데, 사람들은 누구나 삶에 대한 방어기제를 가지고 살아간다. 운이 좋은 사람이라면 그럭저럭 삶의 무게를 견디고 사람들과 부딪혀도 그럭저럭 잘 살아갈 수 있다. 어쩌다 한 번 시련이 왔을 때, 이런 '아무말'은 그냥 툭 털고 일어날만한 적당한 위로와 응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에게는 더 깊은 상처가 될 수도 있다. 나와 비슷한 깊이의 우울이나 상처, 혹은 지금 내가 가지는 복잡한 감정과 상황이기를 기대하면서 힘들게 한 페이지를 연 사람들에게는 더 깊은 상처가 될 수도 있다.
본인만이 가진 방어기제가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한계점에 도달하는 사람들, 나 같은 사람. '아무말'로는 아무런 위로도, 내 감정에 어떠한 조그마한 파동도 줄 수 없는 한계점에 도달하는 시점이 온다.
'내 감정은 이렇게 아무렇게나 괜찮다고 덮어도 될 감정이 아닌데'
최근 돌아다니는 트위터 짤 중에 이런 글귀가 있었다. '모든 걸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말자, 가볍게 넘겨버리자'. 자신에 대해 너무 깊이 파고들고 생각하면 괴로워지고, 상황에 너무 몰입하면 다른 걸 잊어버린다는, 대충 그런 의미이다.
우리 모두의 인생은 다 다르다. 괜찮아, 그래도 돼, 네 마음대로 해, 라는 식의 아무말로 위로되고 해결될 간단한 인생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매일매일 생각해야 한다. 지금 이 심정이 복잡하다고 '몰라, 술이나 마시자' 하고 넘기지 말고, 운동이나 실컷하고 지쳐 쓰러져 잠들지 말고,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한다. 지금 힘들고 괴롭더라도 누군가가 던지는 아무말에 동요해서 내 감정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복잡할지언정, 내가 지금 어떤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는지(어떤 길을 걸어와서 그런건지) 생각해내야 한다. 그래야 이 다음에 암벽을 마주하게 되더라도 나만의 방식으로, 스스로를 위로했던 복잡한 방식으로라도 그 암벽을 넘어설 수 있게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