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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석규 Oct 26. 2023

[고대문화 칼럼] 대중교통 다시보기

고대문화 151호 칼럼

시민의 ‘발’ 대중교통


    “전철역 5분 거리” 아파트, 오피스텔 같은 부동산 홍보로 자주 사용되는 문구다. 고정된 노선으로 대량 수송이 가능한 도시철도는 지역에 상당한 메리트로 작용한다. 반면 “버스정류장 5분 거리” 같은 문구는 볼 수 없다. 버스 노선이 없는 지역은 거의 없으니 차별점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버스는 거의 모든 지역에서 최종적인 이동 수단으로 대중교통 체계의 모세혈관을 맡고 있다. 철도망이 빈약한 지역에서 버스는 거의 유일한 ‘발’인 셈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버스 노선을 운영하는 운수사들은 순수한 운임과 내외부의 광고만으로 차량 구매 및 정비 비용, 사원들의 인건비를 부담하기 어렵다. 쉽게 말해 일반적으로 운수업은 ‘돈이 되지 않는다’. 때문에 운수사들은 필요한 노선일지라도 수익성이 낮다는 ‘합리적’인 이유로 운행을 중단하거나, 비용을 줄이기 위해 차량 정비나 인력에 돈을 아끼게 된다. 이는 대중교통 체계의 훼손과 정비 불량, 졸음 및 난폭운전으로 인한 잦은 사고로 이어진다. 이러한 문제는 2004년 서울시를 시작으로 ‘준공영제’라는 이름의 지자체 개입이 시작되고 나서야 개선되고 있다.


[그림 1] 준공영제 이전의 시내버스는 난폭운전, 불친절의 대명사였다. ⓒMBC

    준공영제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지자체가 운수사에 보조금을 지급해 적자를 감당하는 대신 운수사로 하여금 공공의 필요에 따른 지출을 강제하는 제도다. ‘강제’에는 적자가 발생하는 노선을 유지하게끔 하고, 정비를 소홀히 하지 않는지 감독하며, 운행 사원의 적정 임금을 보장하고, 비싸더라도 저상 버스, 전기 버스 등을 구입하게끔 하는 것이 포함된다. 즉, 지자체의 보조금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필요 노선을 유지하고 요금을 통제하며 운행 사원의 노동 환경과 차량 정비 등 안전을 확보하는 수단이 된다. 동시에 사기업인 운수사에 대한 국가의 통제를 정당화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체계에서 마을버스는 다소 예외적인 위치에 있다. 서울시가 노선과 차량 운행에 대한 인허가를 내어주는 시내버스와 달리, 마을버스는 자치구가 인허가를 내서 운행한다. 마을버스는 준공영제를 적용받지 않지만, 다른 시내버스, 지하철과 마찬가지로 수도권 통합환승할인 제도 안에 있다. 즉, 서울시는 환승 할인으로 인한 손실액만 지원해 줄 뿐 그 이상의 손실은 감당할 의무가 없다. 마을버스 노선 대부분은 지역 주민에게 필요한 노선들이다. 그러나 수익성은 크지 않으며, 시내버스의 3/4 수준의 요금만 받아야 한다. 그 때문에 많은 마을버스 업체가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다. 추가적인 국가의 지원 없이는 노선 운행에 드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 마을버스조합과 현장 운행 사원들의 주장이다.


[그림 2] 마을버스 업체들이 차량 전면에 걸고 다니는 현수막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석규

    운행 사원에게 주기적인 휴식 시간이 보장되는 시내버스와 달리, 마을버스는 한 명의 운행 사원이 짧은 노선을 여러 차례 반복해 운행하면서 좁은 골목길이나 언덕길을 다니는 경우가 많아 노동 강도가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마을버스 운수사들은 기·종점에 운행 사원들의 휴식 공간도 제대로 마련하지 않으며, 지급하는 임금 역시 노동 강도에 비해 낮은 편이라 최근에는 일부 업체들이 ‘구인난’마저 겪었다. 인력과 돈이 없는 업체들은 차량과 운행 횟수를 감축하며 겨우 버티고 있다. 이는 곧 마을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편과 남은 운행 사원들의 과로로 이어진다. 최근 마을버스들이 차량 전면에 ‘환승 체계 탈퇴’, ‘운송원가 현실화’ 등의 구호를 써 붙이고 다니는 이유다.



목포시내버스에서 일어난 일


    서울 마을버스는 대중교통에 대한 투자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못할 때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일 뿐이다. 적극적인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는 대중교통 체계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이는 인구가 갈수록 줄고 있는 지방에서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대부분의 지방 지자체는 인구 유출과 그로 인한 예산 부족에 시달린다. 중앙 정부의 지원 없는 준공영제는 사치나 마찬가지다. 그 때문에 적자 규모 등 현실과 동떨어진 액수의 단순 지원금만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대중교통의 공공성을 제도적으로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을 방치한다면 대중교통 체계의 붕괴가 현실이 될 것이다.


    최근 있었던 목포 시내버스 운행 중단 사태는 이를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목포 시내버스를 운영하는 운수사는 태원여객과 유진운수 두 개인데, 이 회사는 모두 대표 이한철 씨가 소유한 계열사로 사실상 한 회사이다. 준공영제 실시 지역은 아니지만, 두 운수사는 목포시로부터 연 50억 원 규모의 재정지원을 받고 있다. 이한철 대표는 이 지원금이 시내버스 운영에 부족하다며 증액을 요구한 바 있었다. 증액은 이뤄지지 않았고, 2022년 10월부터 11월까지 한 달간 태원여객과 유진운수의 파업으로 목포 시내버스는 운행을 전면 중단했다. 사측이 경영난을 이유로 임금을 체불했기 때문이었다. 목포시는 사측의 경영 개선을 전제로 30억 원의 추가 재정지원을 약속하고서야 파업은 중단됐다.


    그리고 한 달 만인 12월, 이번에는 사측이 폐업을 선언하며 운행을 또다시 중단했다. 21억 원의 체불 임금뿐만 아니라, 23억 원의 천연가스 충전 대금 등 극심한 적자와 부채에 시달리고 있어 목포시의 추가적인 지원이 없다면 운행 재개가 불가능하다는 이유였다. 목포시는 타 지자체보다 저상버스 도입, led 행선판 지원, 공영차고지 설치 등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사업에 소극적이었다. 특히 목포시의 소극적인 태도는 사측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졌다. 차량 운행을 끝내면 차고지로 돌아가야 하는데, 기·종점 근처에 공영차고지가 없어 멀리 떨어진 차고지까지 돌아가거나 민영차고지 임대료를 지불해야 했기 때문이다.


    시의회는 사측의 과도한 사익 추구로 적자 규모가 과하게 부풀려졌다고 지적한다. 이한철 대표가 경영난 와중에도 억대의 연봉을 챙겼으며, 대금 미지급으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했다는 가스충전소 역시 이한철 대표의 아내가 소유한 업체로 사실상 가족기업이라는 점이 그 이유다. 목포시는 한국산업관계연구원에 의뢰한 용역 결과에 근거해 경영 효율화로 20억 원의 적자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존에 지급되던 50억 원 규모의 재정 지원까지 더해지면 사실상 적자 없이 운행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사측은 해당 가스충전소의 연 순이익이 3,200만 원에 불과하다며 반박에 나섰지만, 세부 사항이 어찌 되었든 기업의 방만한 경영 역시 문제의 일부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그림 3] 목포시는 비상수송차량 운행을 위해 하루 4천만 원 이상의 예산을 지출해야 했다. ⓒ목포시

    두 달여간 진행된 운행 중단 사태는 목포시의 추가적인 재정 지원으로 일단락되었지만, 목포 시내버스는 여전히 살얼음판 위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 대중교통의 공공성 훼손은 이동권, 노동인권, 공공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다. 그렇기에 민영 업체의 방만한 경영과 지자체의 부족한 예산 사이에서 적자가 필연적인 대중교통을 어떻게 운행하고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도시계획전문가들과 관료들에게만 맡기기에는 생각보다 크고 중요한 문제다.


    목포시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준공영제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수도권의 광역지자체인 경기도조차 부분 시행 중인 것을 고려하면 기초지자체인 목포시의 준공영제 논의는 속도가 상당히 빠른 편이다. 준공영제 체계에서는 일어날 수 없었던 일인 만큼 타당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질문을 다시 한번 던져야 한다. 준공영제가 근본적인 해결책인가?



준공영제에 대한 고찰


    목포 시내버스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준공영제 미실시 지역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대부분 지자체의 예산 부족과 정책 실패, 운수사의 방만한 경영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준공영제를 실시하더라도 주체는 여전히 지자체와 운수사다. 주체가 그대로인데 제도만 바꾼다고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수 있는가? 준공영제라는 제도는 그 주체들을 온전히 통제할 수 있는 제도인가?


    준공영제 실시 20년을 앞둔 서울시의 상황만 보아도 그 답은 ‘아니오’다. 공무원들의 형식적인 부실 감독 아래, 운수사의 사주가 시의 보조금을 사적으로 유용하는 일은 흔하게 지적되어 왔다. 최근에는 각종 공공요금이 빠르게 인상되는 가운데 시내버스 요금마저 인상이 결정됐다. 서울시는 적극적으로 재정을 투입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 국가가 마땅히 부담해야 할 인프라 유지 비용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최근에는 준공영제 실시 운수사들이 사모펀드에 인수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들은 ‘현금 없는 버스’ 따위로 사무 인력을 줄이고 타이어 교체 비용까지 아껴가며 돈을 ‘뽑아내고’ 있다. 지자체의 손실 보조금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며 안정적인 현금 유동성 확보 수단으로 삼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례로, 사모펀드 운용사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서울, 인천, 대전의 준공영제 운수사 17곳을 인수했다. 지난 2019년 명진교통을 인수한 뒤에는 비용 절감을 이유로 차고지를 옮겼다. 이전된 차고지는 직원 식당과 화장실도 부족하고 버스를 들어 올릴 정비용 리프트도 없는 낙후된 곳이었다. 회사가 사모펀드에 인수된 이후 인력마저 줄어 겨우 6명의 정비공이 65대의 버스를 담당한다. 그마저도 계약직이라 사측이 부품을 충분히 구입해 주지 않는 데도 항의는 꿈도 꾸지 못한다. 급기야 ‘타이어를 아껴 쓰라’는 지시까지 내려오고, 와이퍼를 교체해달라는 운행 사원과 교체할 와이퍼가 없다는 정비 사원이 다투는 일까지 있었다. 자본의 사익 추구가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꼴이다.


[그림 4] 명진교통의 새 차고지. 왼쪽의 천막은 창고, 가운데의 공터가 정비소다. ⓒ한겨레

    마찬가지로 사모펀드 운용사 ‘그리니치프라이빗에쿼티’(이하 그리니치)에 인수된 선진운수는 서울시의 총애(?)를 받아 ‘현금 없는 버스’ 확대 운영 업체로 선정되어 모든 버스에서 현금 승차를 전면 폐지했다. 현금 운임을 관리하던 사무직원들은 모두 해고됐고, 그 비용은 교통카드 사용률이 낮은 노년층 등 시민들의 불편으로 대체되었다. 게다가 그리니치는 선진운수가 소유한 은평구와 고양시의 차고지 용지를 매각해 442억 원을 투자자들에게 배당할 계획이다. 그리니치 측은 이를 대체할 공영 차고지를 창릉신도시에 건설할 것을 고양시와 LH에 요구하고 있다. 멀쩡히 사용하던 차고지는 팔아서 이익을 챙기고, 대체 차고지를 확보하는 비용은 고양시와 LH가 감당하라는 것이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다른 차고지를 임대한다고 하더라도 그 비용은 지자체가 손실 보조금으로 지급하여야 한다. 차고지를 옮기느라 차고지까지 빈 차로 되돌아가는 구간이 길어지면 추가적인 비용이 소요되는데, 이 역시 마찬가지로 지자체에 떠넘겨진다. 준공영제를 악용해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그야말로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의 전형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례들은 별다른 변화 없이 실시 20년을 바라보는 준공영제 체계가 이제는 한계에 임박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앞서 언급한 목포 태원여객과 유진운수의 노조는 목포시가 직접 시내버스 노선을 운영하는 ‘완전공영제’ 실시를 주장하고 나섰다. 부산시는 공공영역의 강도 높은 감독이 필요하다며 시 당국과 시내버스조합, 개별 운수사가 회계를 모두 공유하는 재정정보관리시스템을 구축했다. 많은 사례가 지금이 공공 대중교통 체계를 위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임을 보여준다.


    대중교통에 대한 문제 제기는 도시 전문가나 관료들이 알아서 잘 해결할 사안에 트집을 잡는, 뜬구름 잡는 소리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시민의 이동권과 안전, 노동자의 노동 환경 문제에서 더 나아가 자가용 사용 감소로 얻을 수 있는 탄소 저감 효과, 지방 교통망 강화를 통한 지방 발전과 그 경제적 효과까지 생각해 보면 대중교통 체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그 영향이 크고 넓다. 그렇기에 대중교통의 공공성을 위한 국가의 재정 지출은 꽤 가성비 좋은 투자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가 대중교통 정책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기후위기와 지방소멸에 대응하는 복지


    서울시는 얼마 전 시내버스와 마을버스 요금을 300원, 광역버스 요금은 700원 인상했다. 팬데믹 이후 커지는 적자 폭을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 이유다. 한정된 예산에서 광고를 늘리는 등 지자체의 자구책으로 버텨온 것도 사실이기에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근시안적이고 단순한 요금 인상은 지속 가능한 대중교통 체계를 만들기 위한 길을 역행한다. 대중교통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청년과 청소년, 노인, 실업자, 저소득 노동자 등에게 그 부담을 전가시키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물가 공공요금 인상과 겹친 버스 요금 인상은 버스 이는 동시에 자가용 의존 심화와 지방 대중교통의 붕괴로도 이어지고, 곧 기후 위기와 지방 소멸 문제와도 연결된다.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독일은 2022년 에너지 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중앙정부 차원에서 일명 ‘9유로 정책’을 시도했다. 월 9유로(한화 약 12,000원)로 고속열차를 제외한 모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게끔 한 정책이다. 작년 6월부터 3개월간 시범 실시되었는데, 대중교통 이용량이 25% 증가했고 이산화탄소는 약 180만 톤, 대기오염은 6% 감소했다. 대중교통 정책의 사회경제적 편익을 증명한 것이다. 독일의 시도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곧 상시 도입이 결정됐다. 월 49유로(한화 약 66,000원)의 ‘독일 티켓’이 올해 5월부터 운영을 시작했는데, 소요되는 30억 유로(한화 약 4조 원)의 예산은 연방 정부와 주 정부가 절반씩 부담한다. 이는 대중교통에 대한 투자가 상당한 효용을 가지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특히 대중교통의 중요성은 기후위기 문제에서 강조된다. 2018년 서울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1명을 1km의 거리만큼 수송하는데 배출되는 탄소의 양은 자가용이 147.5g, 버스가 50.6g, 지하철은 33.6g이었다. 자가용이 배출하는 탄소가 버스의 2.9배, 철도의 4.4배에 달하는 셈이다. 이후 2020년대 들어 본격화된 전국 지자체의 수소·전기버스 지원금으로 친환경 버스가 대량 보급된 점을 고려한다면 현시점에서는 더욱 효율적일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그림 5] 한국은 유럽에 비해 자가용과 버스의 탄소배출량 차이가 더 크다. ⓒ서울연구원

    그렇기 때문에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는 대중교통의 영역에서도 변화를 요청한다. 시민들이 자가용 대신 버스와 철도를 이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대중교통망의 확충과 요금 인상 억제가 필요한 이유다. 도심에서는 교통체증이 줄어들고 지방에서는 높은 자가용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9유로 정책’ 당시, 독일은 자가용 이용 감소로 이산화탄소 배출량 180만 톤 감축과 상당한 교통체증 감소 효과를 얻었다. 자가용을 이용하는 시민들을 위해 각종 지하차도와 고가도로를 짓는 대신 그 예산을 대중교통에 투자한다면 교통 체증을 해소할 뿐만 아니라 기후위기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지방소멸 위기에서도 대중교통은 핵심적인 요소다. 하지만 인구가 갈수록 줄고 있고, 유동 인구는 더더욱 감소하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지방 지자체는 다소의 보조금만 지급할 뿐, 준공영제 실시는 꿈도 꾸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예산도 의지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부실해진 인프라에 인구 유출이 가속화되고, 인구가 줄어들면 대중교통을 유지하기 어려워지는 악순환이다. 부족한 예산으로 저수요 노선버스를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한 몇몇 농산어촌 지자체는 자구책으로 ‘100원 택시’ 등의 대안을 시도했지만, 소요되는 예산은 큰 차이가 없어 다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반면 경북 청송군은 올해부터 군내 버스를 전면 무료화했다. 청송군민이 아니어도, 외국인이라도 무조건 무료로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당초 교통카드 단말기와 환승 시스템을 도입하려 했으나 혜택을 받는 인구가 많지 않고 소요 예산도 크게 차이가 없어 정책의 방향을 무료 탑승으로 전환한 결과다. 버스에서 현금통이 사라진 지 두 달 만에 이용객이 20% 증가했고, 군내 이동 증가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는 등 부수적인 효과도 크다. 물론 지자체별로 놓인 환경이 다르기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중앙 정부의 지원이 동반된다면 충분히 참고할 수 있다.


    앞서 정부는 유가 상승에 대한 대응으로 유류세를 20% 인하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줄어든 세수는 5조 5천억 원에 달한다. 5조 5천억 원으로 유가 상승으로 인한 사회 전반의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면 바람직한 방향이라 하겠다. 그런데 어째서 대중교통 공공성의 훼손으로 발생한 악영향에는 중앙정부가 나서지 않는가? 중앙정부가 독일의 ‘9유로 정책’과 유사한 사업을 실시하거나 지방 지자체의 버스 요금 지원 사업을 지원한다면 교통과 환경, 복지의 영역에서 유류세 인하보다 훨씬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재정 상황이 제각기 다른 지자체들이 예산을 감당하기 어렵다면, 중앙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예산과 정책을 지원해야 한다.


    물론 중앙 정부는 예산을 함부로 지출할 수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 세금은 ‘효율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이유로 대중교통에 대한 재정지출을 반대할 수는 없다. 대중교통에 대한 지출은 비용이 아닌 투자이며 그 효과는 앞서 살펴보았듯 광범위하고 크다. 운수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노동환경부터 매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안전, 지방 소멸과 기후 위기에 대한 대응까지 포괄하는, 아주 ‘효율적’인 투자인 셈이다. 이를 포기하고 유류세를 인하해 정유사들에 이익을 안겨주거나 간선도로 지하화 같은 토목공사에 막대한 세금을 지출하는 것이야말로 ‘비효율적’이지 않겠는가? 대중교통 체계의 문제를 그대로 둔 채 노동권과 안전을 위해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내고, 탄소 배출량 저감과 지방 인구 유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얼마나 큰 비용이 들지 생각해 보자. 잘 설계되고 관리되는 대중교통 체계는 그 자체로 ‘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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