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로서도 더 이상은...
친구들도 그렇고, 동료들도 그렇고 고민상담 혹은 하소연을 종종합니다.
남성이라는 사람들의 특성이, 문제를 들으면 해결책을 자동적으로 찾게 되는 것이고 저 역시도 어쩔 수 없이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제 생각의 흐름이 그렇게 흐르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음을 표하는 나름의 방식으로 '그러면 이렇게 해 보면 어떨까?', '예전에 비슷한 경우를 들었던 것 같은데 결국 잘 해결될 것 같아' 따위로 추임새를 넣으면서 얘길 듣습니다. 그럼 말을 하던 상대방은 크게 둘 중 하나의 반응을 보입니다.
딱 몇 마디 나눠보면 상대방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대강 감이 오고, 통상 그 감은 맞습니다. 어떻게든 그 상황을 극복해 보려는 사람은 자신이 해 볼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에 대해서 고민합니다. 하지만, 자기 이야기를 들어만 주기를 원하는, 그래서 '공감'을 원하는 사람은 해결책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냥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힘든 사람임을 '인정'해 달라는 것을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풀면서 하고 있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 못한다'는 말이 있죠. 저는 이 말을 바꿔보고 싶네요.
자기 연민에 빠진 사람들은 그 상황을 벗어나기를 원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합니다. 왜냐면, 그들이 뭔가 행동을 통해서 조금이라도 개선이 되면,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불쌍히 여길 이유가 줄어들기 때문이죠. 상황 개선을 위한 도움과 조언이 필요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가만히 살펴보면 그렇지 않은 사람인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에너지가 넘칩니다. 활력이라도 할게요. 생생한, 파닥파닥한 그런 힘이 넘칩니다. 이런 힘을 창작에 쏟고,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고, 세상에 필요한 다른 가치를 만들어내는데 사용합니다. 그런데, 이런 자기연민에 빠진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활력을 쪽쪽 빨아드립니다. 뱀파이어, 흡혈귀처럼요.
이런 자기연민에 빠진 사람들은 피애햐 합니다. 도움을 주려고 하지 말고, 피해야 합니다. 도움을 주려고 해도 그들은 다른 사람의 활력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기만 합니다. 나랏님도 도울 수 없습니다.
거리를 둡시다.
한 동안은 보지맙시다.
걱정이 되더라도 다른 곳에 집중합시다.
불쌍한 사람이 계속 불쌍하고 힘들 이유는 앉은 자리에서 수 천 가지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나는 남자친구가 없어서, 나는 결혼을 못해서, 나는 취직이 안되고 알바만 겨우 하고 있어서, 나는 빚이 있어서, 나는 지방대학 출신이어서, 나는 고졸이어서, 날씨가 우울해서, 휴일에 여행도 못가서, 허리가 아파서, 다리가 아파서, 머리가 아파서...
이렇게 말해주고 돌아섭시다. 내 활력을 지킵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