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해피(Madhappy)와 한국에서의 새로운 시작
2년 전 브랜드에 대한 투자 검토를 위해 집중적으로 산업에 대한 스터디를 진행할 때였다. 해외 사례를 많이 들여다 봤는데, LVMH 벤처스의 포트폴리오 중 유난히 눈에 띄던 브랜드 중 하나가 매드해피(Madhappy)였다. 왜 LVMH에서 이 브랜드에 관심을 가졌는지가 궁금했고, 그 때 남긴 글이 지금도 구글에서 Madhappy를 검색하면 한국어 컨텐츠로는 제일 상단에 나올 정도니 아직 한국에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나 보다.
이 브랜드는 2017년 미국 LA에서 탄생한 낙천주의자들의 커뮤니티(The community of Optimists)를 위한 의류 브랜드이다. 낙천적인 이념(Optimistic ideology)을 바탕으로 의류에서 시작해 이벤트, 실험적인 리테일 공간을 통해 미션을 실행한다. 인상깊었던 점은 창업한지 불과 2년 남짓 시간이 흐른 2019년에 LVMH벤처스에서 투자를 했다는 점과 창업자 4명의 정신건강과 관련한 진정성있는 활동이었다. 그리고 이들을 중심으로 강력한 커뮤니티가 형성되었다는 점이다. 정리하자면 '미션-행동-확장-커뮤니티'로 이어지는 강력한 연결고리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2년 전 이들의 활동은 Local optimist group이라는 웹사이트 운영과 창업자 2명이 운영하는 정신건강에 관한 인터뷰 중심의 팟캐스트 정도였는데, 2023년부터 호기심이 많은 사람들을 위한 문화예술 매거진 '로컬 옵티미티스'를 발행하고 있고, 전 세계 정신건강 개선을 사명으로 하는 매드해피 재단을 설립해서 판매수익금의 1%를 연구비 및 정신건강 개선 활동에 사용 중이다. 그리고 2023년 가을 미국 웨스트 할리우드에 첫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정말 각을 제대로 잡은 듯하다.
지난 주, 매드해피를 한국에 전개하려는 준비 중인 분들로부터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2년 전에 내가 쓴 매드해피에 관한 글을 보고 한 번 만나보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바로 약속을 잡고, 더현대서울의 한 커피숍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나누었다.
이분들은 매드해피 창업자 중 한 명의 대학 동문으로, 원래 금융업에 종사하던 중 이 브랜드의 미션을 한국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열망을 품게 되었다고 한다. 그 열정 덕분에 결국 한국에서의 유통 계약까지 성사시켰다고 전했다. 그리고 이번 겨울에 있을 더현대서울 팝업스토어 자리를 둘러보고 다음 만남을 기약하는 인사를 나눴다.
소비재 산업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였고, 대화의 대부분은 정신건강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매드해피의 주요 고객층 중 50%가 18세에서 24세 사이의 젊은 층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왜 이들이 정신건강에 큰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매드해피의 뉴스레터 구독자가 50만 명을 넘어서는 이유, 그리고 서로의 멘탈 관리 방법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었다.
나는 수 년째 나의 정신건강을 도와주는 선생님과 함께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혹은 두 달에 한 번씩 상담을 통해 내 상태를 객관적으로 돌아본다. 그리고 꾸준히 명상을 실천하고 있다. 이런 일상 덕분에 자연스럽게 매드해피에 관심이 생겼던 것 같다.
정신건강을 관리하고 개선하겠다는 4명의 젊은 창업자들의 미션과 실천이 미국을 넘어 한국에까지 전해졌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인연이 만들어져 나에게도 깊은 영향을 주고 있다. 이들이 가진 미션을 보며, 나는 어떤 목표를 가지고 행동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으로까지 확장되었다. 참으로 신기하고도 묘한 경험이다. 매드해피의 여정이, 특히 한국에서 펼쳐질 이들의 여정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