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이황의 정원 철학을 통해 본 공동체의 의미
지난 목요일 조찬 모임에서 서울대 환경대학원 성종상 교수의 '인생정원(Garden of Life)' 강연을 들었다. 평소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던 정원의 의미를 다각도로 생각해볼 수 있었다. 특히 강연 말미에 소개된 퇴계 이황의 정원 철학을 통해, 내가 몇몇 지인들과 운영 중인 금융권 전문가 커뮤니티의 방향성을 고민해보는 뜻밖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퇴계는 정원을 단순한 휴식 공간이 아닌, 성찰과 성장, 그리고 즐거움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장소로 바라보았다. 그의 철학에는 '긴수작(緊酬酌)'과 '한수작(閒酬酌)'이라는 두 가지 핵심 개념이 있다. 긴수작은 옛 성현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하는 필수적인 과정을, 한수작은 여유로운 교류와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의미한다. 퇴계에게 식물을 심고 땅을 가꾸는 일은 곧 선한 품성을 기르는 과정이었다. 수업에서는 정원을 한수작의 매개이자 현장으로 언급하였다.
나는 좀 더 나아가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우리 커뮤니티도 긴수작과 한수작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정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금융이라는 전문 분야의 특성상, 깊이 있는 지식 공유와 전문성 향상은 필수적이다. 정기적인 강연과 세미나를 통해 긴수작의 기회를 제공하되, 이에 더해 편안한 대화와 일상의 교류를 나누는 한수작의 시간을 놓치지 않는다. 이는 구성원 간의 신뢰와 소속감을 더욱 깊게 만드는 토대가 되지 않을까.
내가 생각하는 커뮤니티는 사계절의 정원과도 같다. 봄날의 새싹처럼 끊임없이 배움을 추구하는 긴수작의 정신이 자리하고, 여름날 나무 그늘 아래에서 나누는 대화처럼 편안한 한수작의 순간이 공존한다. 가을날 풍성한 수확처럼 서로의 성장을 나누고, 겨울날의 깊이 있는 성찰로 다가올 계절을 준비한다. 이렇게 자연스레 어우러진 배움과 교류의 공간이, 여의도의 오아시스처럼 우리 각자에게 쉼과 성장의 터전이 되어줬으면 좋겠다. 단순한 인적 네트워크를 넘어, 서로의 삶에 깊이 있는 영감과 따스한 위로를 전하는 마음의 정원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