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곽튜브'가 자신의 영상에 학폭 가해 의혹을 받았던 연예인과 함께 출연하면서, 학폭 가해자를 옹호한다며 사람들은 곽튜브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영상은 내려갔고 채널에는 곽튜브가 올린 사과문만이 남았는데, 사람들은 학폭 피해자인 곽튜브가 학폭 가해자의 이미지를 세탁해주고 있다며 계속해서 해당 글에 비난을 이어갔다.
일전에 연예계 활동을 했던 상대방은 종종 SNS에 동료 연예인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노출하기도 했는데, 그때 사람들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학폭 피해자이면서 자수성가하여 성공을 달리던 곽튜브가 가해 의혹이 있는 사람과 어울리는 것에 사람들은 비난에 비난을 더했다.
여기서 상대 연예인의 학폭 여부가 사실인지 아닌지는 논외로 하고 곽튜브의 입장에서 이번 일을 이해해보고자 했다.
곽튜브는 채널이 성장하면서 학폭 피해자였던 사실을 숨기지 않고 주변과 대중에게 공개했다. 그런 그에게 '학교폭력'이라는 카테고리는 항상 주변을 따라다녔고, 주의를 기울이는 영역이 되었다.
그가 유명세를 타며 유튜브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던 영상 중 하나는 '침투부' 채널에 출연했을 때이다. 그가 춤을 출 때 침착맨과 주우재가 이를 지켜보며 심드렁한 리액션을 하는 것인데 사람들은 이 영상에 대해 올해 유튜브 최고의 순간이라 하며, '얘들아 준빈이가 춤 보여준데~'라는 식의 댓글을 달며 즐거워했다. 이 영상에서 학교폭력이 직접적으로 연상되지는 않지만 댓글을 살펴보면 학교에서 약자 입장에 있는 학생을 조롱하는 태도의 시선이 담겨있다.
이렇듯 학교폭력과 관련된 에피소드는 곽튜브 본인이 원하던 원치 않던 자주 접하게 되는 카테고리였고, 때로는 유머로 승화되기도, 때로는 아픔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그만큼 곽튜브에게 학교폭력과 가해자는 싫지만 가까웠고 자주 주의를 기울이게 하는 영역이었음에는 분명하다.
곽튜브는 상대방의 과거 사건에 대해 접한 뒤 처음에는 상대를 차단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학교폭력은 곽튜브에게 민감한 주제일 것이다. 최근 그는 학교폭력 공익광고를 찍었으며 학교폭력피해재단에 기부를 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학교폭력 가해자와 어울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후 곽튜브는 여러 정보들을 조합한 후 자신이 상대를 오해했다고 판단하고 다시 친밀하게 지내기로 했다고 말한다. 곽튜브에게 익숙한 학교폭력 가해학생에 대한 정보는 과거의 어떤 기억이다. 기억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데, 아마 곽튜브는 상대방에게 이전에 가해학생과 비슷한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기억 속 가해 학생들과 전혀 다른 상대방의 태도는 자신이 무언가 오해를 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했고, 잘못된 오해를 했다는 생각에 오히려 미안한 마음을 느끼고 돕고자 했을 수도 있다. 부정적인 경험이지만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카테고리의 사람에게 전혀 예상하지 못한 긍정적인 면들을 발견할 때 그 장점은 더욱 돋보이고 금방 좋은 사람으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생각은 곽튜브와 달랐고, 학교폭력을 당했지만 제대로 된 처우와 판결을 받지 못한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대변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어떤 대상에게 쉽게 투사한다. 국내에서 학교폭력피해라는 이미지를 가장 쉽게 투사할 수 있는 유명인은 어느 순간부터 곽튜브가 되어버렸다.
사람들은 학교폭력피해를 당한 곽튜브가 잘되는 것에 희망을 가지기도 하고, 자신의 아픈 경험을 꺼내며 함께 공감하기도 했다. 학교폭력피해에 관한 이미지를 가장 크게 가져가면서 자신의 아픔을 유머로 사용하기도 하고 공익적인 일을 하며 주변을 돕는 일로 승화할 수 있는 무기를 가지게 되었으나, 사회에서 스치는 많은 사람들 중 있을지 모르는 가해자이거나 그런 의혹이 있는 사람들과 교류할 수 없게 된 페널티 아닌 페널티를 가지게 되었다.
투사는 사실 여부와는 크게 관련이 없다. 곽튜브가 진심을 느끼고 상대방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생긴 것과 사람들이 영상을 보며 학교폭력과 관련한 투사가 일어나게 되는 것은 아무 관련이 없다. 투사는 비슷한 느낌을 주거나 기억을 불러일으킬만한 언행을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래서 누군가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영역에서 가장 큰 이미지를 가져갔던 곽튜브에게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더 큰 책임과 대표성이 부여되고 말았다.
시시비비를 가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학교에서 수많은 피, 가해 학생들을 만나며 때로는 가해자가 피해학생이 되기도 하고 피해학생이 가해학생이 되어있기도 하다. 수 없이 일어나는 역동과 투사 속에 우리는 구분 짓고 서로에게 책임을 묻는 일에 익숙하지만 그것으로 모든 진실을 규명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흑백논리에 갇혀 모두가 찬양하던 어떤 대상이 한순간에 모두가 비난하는 대상이 되어버리는 현실에 씁쓸함을 느끼게 된다. 우리 사회에 '나락'이라는 단어는 간절히 없어지기를 바란다.
우리 인간 종은 이미지를 통한 소통에서 벗어나 언어 속에 갇혀 버린지 몇 천년이나 되었고 언어로부터 큰 영향을 받게 된다. 나락이라는 단어는 한 개인을 흑백논리로 바라보기 가장 쉬운 단어가 아닐까 한다. 좋아하던 대상에서 한 순간에 세상에서 사라져야 할 '쓰레기'가 되어버리는 세상에는 자비와 용서가 없다.
한 유튜버가 말했다. OOO, 당신도 나락에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