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아니라 파리, 포르투, 발리 등에서 아침을 맞이하고
다른 일상을 경험하는 것이 꼭 여행으로만 가능한 일일까?'
'회사 사무실이 아니라 커피가 맛있는 아늑한 카페,
아이디어를 자극하는 좋은 책이 많은 도서관,
또는 햇살이 좋은 테라스에 가서 일할 수는 없을까?'
누구나 꿈꾸어 본 적 있을 것이다. 지금 살고 있는 도시가 아닌 다른 도시에서 보내는 일상을. 또는 정해진 사무실을 벗어나 내가 원하는 곳에서 일하는 나를. 실제로 이런 삶을 살아가려면 공간에 얽매이지 않고 일할 수 있어야 한다. 나 또한 그런 것들을 꿈꾸고 가능하다고 믿었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어려운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일하는 회사에서 공간에 대한 자율, 원격근무(Remote work)를 허용해야 하기 때문.
온라인을 기반으로 소통하게 되면서 리모트로 일하기 쉬워졌다고는 하나, 프리랜서가 아니고는 그렇게 일하는 사람들을 실제로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아니 그렇다고 생각했었다. 직장을 구하게 되면 그 회사가 있는 도시에 살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회사를 다니면 정해진 사무실 안에서 일을 하는 것이 보편적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커뮤니티 매니저로 일하면서, 그동안 당연하다 여겨왔던 관념들이 차츰 깨어지기 시작했다. 정해진 사무실로 출근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고 또 그런 삶이 그리 멀리 있는 것도 아니라는걸 서서히 체감하게 되었다.
지난 여름 회사에서 워크샵으로 제주에 갔다. 코워킹 스페이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답게 제주에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와 기업 등을 방문했고, 노마드들이 주로 일하는 카페가 있는 줄 알고 한적한 마을로 찾아갔다. 알고 보니 그 카페는 카페가 아니라, 서울에 살다 제주로 둥지를 옮겨와 일하고 있는 콘텐츠 팀의 업무공간이었다.
"우리 팀은 서울에서 살다가 제주로 떠나와 일을 하고 있어요.
대부분이 제주에 있지만 서울에 있는 팀원과는 화상채팅으로 회의를 해요.
이 곳에서는 서울과 달리 시간이 느리게 흘러요. 그래서 하루가 길죠."
"날이 좋을 때는 오후에 일찍 일을 마무리하고 앞바다로 서핑을 하러 가요."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매니저로 일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업무공간을 찾아 온 이들을 반기고 공간을 소개하는 것도 매니저의 역할이기 때문. 공간을 소개하며 그들이 하고 있는 비즈니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이따금씩 원격근무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찾아왔다.
"도쿄에서 일하고 있는데 휴가로 일주일간 한국에 와있어요.
휴가는 끝났는데 재택근무 신청하고 오늘은 여기로 일하러 왔어요."
"회사는 인도네시아에 있고, 저는 한국에서 일해요.
한국에서 일하는 팀원은 저 뿐이에요.
그래서 매년 여름 2-3개월 정도 인도네시아에 가요."
사실 원격근무를 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스카이프(Skipe), 슬랙(Slack) 등의 툴로 바로 옆에 있지 않은 팀원 또는 파트너와도 함께 일하곤 한다. 같은 팀이면 같은 공간에 있어야 한다고 으레 생각하지만, 이미 그렇지 않고도 함께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 또한 같은 서울에 있지만 다른 공간에 있는 팀원들과 온라인으로 소통하며 일했다. 어쩌면 나도 이미, 우리는 이미, 이 사무실에 앉아 있지 않더라도 일할 수 있는 업무방식으로 일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처럼 온라인을 기반으로 일하면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일컬어 ‘디지털 노마드’라고 부른다.
디지털 노마드
디지털을 기반으로 일하며 원하는 시간과 공간을 선택하며 일하는 사람들을 유목민에 빗대어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라고 부른다. 산업이 발전하면서 원격근무(Remote work)로 일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면서 가능해진 일과 삶의 형태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치앙마이에 와 있다.
디지털 노마드의 성지로 불리는 이 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