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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Feb 12. 2024

난생처음 비자 인터뷰 (@ 주한미국대사관)

이게 뭐라고 참 긴장됐어요

  명절을 하루 앞둔 날. 회사의 권장휴가일이기도 했고, 진즉부터 준비하고 있었던 비자인터뷰가 있어서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광화문으로 향했다. (광화문에는 뭐 나들이나 가봤지, 제가 이렇게 주한미국대사관을 목적지로 해서 가본 적이 없었어요.)


  미국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잘 준비해 준 서류를 들고서, 비자과 앞으로. 이른 아침인데도, 꽤나 사람들의 줄이 서 있었다. 온 순서대로 진행이니, 어서 자리 잡고 차근차근히 순서를 기다렸다. 예약확인서를 여권과 함께 내민다. 아이는 14세 미만이라 굳이 안 와도 됐기에 일단 학교를 보냈다. 확인을 받고 두꺼운 문을 넘어 안으로 들어간다.


  안에서는 바로 금속탐지기 검사 및 소지품 제출이 있다. 휴대폰이나 스마트워치 등 모두 줘야 한다. 아 이러니 생각이 나는데, 노트북이나 태블릿 이런 건 아예 안으로 들고 들어갈 수가 없어서, 예약확인을 하는 과정 중에 흔히 말해 '빠꾸' 맞는 경우가 많다. 알아서 어디든 보관하고 오라는 식이기 때문에, 정말 피치 못할 사정이 아니면 안 들고 오는 게 편할 것이다.


  서류 뭉치를 들고 2층으로 간다. 접수를 하려는데, '아뿔싸' 내가 결제해야 하는 카드는 휴대폰 뒤에 붙여놓고 와버렸다. (이래서 지갑도 안 들고 온 건데) 다시 내려가니, 일단 출구로 나가서 다시 입구로 들어오란다. 이것만 아니었으면, 시간을 십몇 분도 더 줄였을 거다.


  "DS-160만 주시면 돼요."

  "아? 네네 D.. S.. 백육십이... " 어리바리했던 나. 예약확인서 얘기인데 어찌나 혼자서 긴장을 탔는지, 겨우 꺼내서 건네고 확인을 받았다.


  서류 뭉치 중 일부를 여권 사이에 끼워주며, 이걸 들고 가서 수납/접수를 완료하라고 한다.


  다시 줄을 선다. 앞에서 한 명씩 창구로 향한다. 중간중간 이런 서류가 안되어있네, 뭘 안 챙겼네 다시 오라고 하네 등등의 소리를 들으니 또 괜히 내가 가져온 서류는 문제가 없나 하고 뒤적이게 된다. '난 비자 대행 서비스를 받은 경우인데 뭐 부족할 리가 없잖아?' 하면서도 또 뒤적뒤적.


  수수료를 결제하고, 그다음에 다시 접수창구에서 접수 절차 개시. 지문을 찍는다. 왼손 네 손가락, 오른손 네 손가락, 그리고 양손의 엄지까지. 몇 가지 확인이 끝나고 다시 또 'ㅇㅇㅇ서류 가지고서 인터뷰 라인에 서세요.'


  이다음에는 일단 하염없는 기다림이다. 원래 인터뷰 예약시간은 오전 8시 30분이지만, 이미 그 접수가 끝난 시각이 8시 30분경이었고, 내 앞으로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대기 중. 그러려니 하면서 밖에선 짧지만 안에선 긴 기다림을 견디고 있었다.


  비자의 종류가 워낙 다양하니, 어떤 경우에는 거절을 당하고 돌아가기도 하고, 금방 끝나고 돌아가기도 하고 각양각색. 영사의 날카로운 물음에 대답하지 못하는 신청자, 증빙을 내지 못해 신뢰를 받지 못하고 보완을 요구받는 지원자들의 모습도 보인다.

(다시 여권을 되돌려 받는다는 건 이번 인터뷰가 잘 안 됐다는 뜻인데, 그 뒤에 영사를 붙잡고 하소연을 한들 절대 받아주질 않는다.)


이런 모습을 볼수록 나는, 다시 서류뭉치를 뒤적이면서 내가 미국에 가서 할 업무, 나의 조직 등을 계속 찾아보고 머릿속에 집어넣는다. 설마 내가 생각 못한 걸 질문하진 않겠지 하며.


  몇 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겨우겨우 내 차례가 왔다.


  "What's your job?"


  "How long have you been working for XX?"


  "Where do you go?"



  생각보다 간단한 세 가지의 질문. 간단명료히 대답했다. 그리고 주어지는 Approved 도장 쾅!


  아 그 순간 긴장했던 모든 것들이 일순간 해소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여권을 영사가 챙겨가고, 난 괜히 뒤에 뭘 물어볼세라 빠른 퇴장을 했다.


  출구 문을 떠나고 나서 느낀 후련함. 이젠 어서 다시 여권 찾을 날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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