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은 만큼 쉽지 않은 연락처 정리
바다 건너와서 확실하게 달라진 점이라면, 연락 오는 곳이 확 줄었다는 것.
일단 낮과 밤이 뒤 바뀌어있는 시차와 어쨌든 더는 한국 번호를 일상에서 쓰지 않고, 제 미국 번호도 제가 적극적으로 알린 일이 없어서겠죠.
좀 더 근본적으로 얘기하면, 제게 굳이 연락할 거리가 없기 때문일 거예요. 일상적으로든, 업무적으로든.
대학생활부터 나름의 사회생활이라고 생각하면 약 20년 가까이 '인맥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저기 많이 알아두면 나쁠 것이 없다' 등의 마인드셋을 듣고 실천했던 나였는데, 이렇게 바다 건너오며 생각해 보니 꼭 그럴 필요가 있었나 싶기도 한 생각이 들면서,
휴대폰의 연락처 앱을 켰습니다.
그리고는 정리를 시작했어요.
몇 년간 연락처만 있었지, 실제 연락이 없었던 사람. 예전에 업무적으로만 살짝 지나갔던 사람. 뭐 굳이 없어도 제게 지장이(?) 하나도 없는 사람 등등.
제 연락처에 2천 개 가까이 있던 연락처를 대폭 줄여나가고 있습니다. 아직도 진행 중이고, 한 번에 다 못할 것 같아서 틈나는 대로 하려고 해요.
제가 지워도 큰 문제가 없는 건, 제가 지운 연락처의 그분들도 제 연락처를 아마도 지웠거나 그냥 하나 지나가는 정보로만 생각할 것 같아서 고요. (물론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 경우엔 그쪽에서 연락이 먼저 올 일이 있겠죠)
뭔가 오랫동안 쳐다보지 않은 책상 서랍을 정리하는 것 같은 나름의 홀가분함이 느껴집니다.
이와 더불어서 카카오톡 친구목록도 살펴보기 시작했어요. 제 번호가 미국번호로 바뀌고 나니까, 카카오톡에서도 친구 이름 표시가 제가 연락처에 저장해 둔 이름이 아니라, 각자 본인이 지정해 놓은 이름으로 바뀌더라고요.
그래서 이것 역시도 쓰윽 훑어가면서 프로필로는 유추할 수 없거나, 이름이 그냥 '.' 이런 분들은 숨김 처리를 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제가 먼저 그런 프로필에 연락할 일은 없을 테니까요.
많이 쌓아두니, 정리하는데도 품이 듭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건데 이제 더 확실히 알게 된 것 같아요.
허울뿐인 인맥,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제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그런 삶의 방향을 계속 만들어가야겠습니다.
연락처를 정리하다가 갑자기 든 생각을 한 번 이렇게 적어봅니다.
그럼 또 좋은 나날들 되시길 바라면서, 여러분들은 어떻게 연락처를 정리하시는지도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