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잘 지내고 있는 걸까요?
2월 29일, 비행기를 타고 이곳에 건너와서 어느새 두 달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좌충우돌의 연속이었지만, 시간이 약이라 하던가요? 이곳에 점차 익숙해져 갑니다. 처음엔 스타벅스 주문도 벌벌 떨면서 했는데, 이제는 드라이브스루 정도는 충분히 주문할 수 있습니다. 식당에 가서 메뉴를 고르고, 계산을 하는 것도 어렵진 않고요. 어느덧 마트에선 뭘 사는 게 좋다더라, 어디서 뭘 살 수 있다더라 같은 것들도 정리가 되고 있어요. 생활이 되고 있다는 얘기죠.
그 사이에 아이는 학교에 약 5주 정도를 다녔습니다. 친구도 사귄 것 같고, 이번주에는 친구 생일파티에 초대를 받아서 데려다 주기로 했네요. 이것 참 다행인 일입니다. 예전에 주재원이나 해외연수로 나오신 분들의 얘기 중, 아이가 학교 적응을 어려워해서 덩달아 힘들었다는 얘기를 들었던 입장이다 보니, 매일 학교만 등교 잘해줘도 얼마나 감사한지 말이에요.
대단한 걸 바라지 않았고, 소소한 것들이 문제없이 이루어지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있는 지금, 생각보다 참 기분이 좋습니다. 물론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지요. 언제 이 감정이 또 바뀔지는 모릅니다. 아니, 바뀔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 지금의 마음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한편으로는 일도 점차 많아지고, 고민하고 보고해야 할 일들이 점차 늘어만 갑니다. 네, 이것 또한 매우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제가 이곳에 온 게 놀러 온 게 절대 아니니까요. 제가 받은 명확한 미션도 있고, 또 이곳에 적응을 해 갈수록 제게 주어지는 업무의 난이도와 양은 점차 강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숙명입니다.
한국의 어떤 것들이 그립냐고 물어보시면, 사실 그렇게 많이 그리운 건 없다고 대답하겠습니다. 어떤 것을 그리워할 만큼 마음의 여유가 있지 않았거든요. 그냥 지금 이곳에서의 적응이 제일 중요하고, 그것이 어느 정도 됐다고 스스로 판단하면 자연스럽게 그리운 것들이 생각 날 것입니다. 현재를 집중하는 게 일단 최우선이라는 생각이에요.
미국이라는 곳이라 더 그런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다른 게 아니라, 일단 시차의 영향이 큽니다. 한국과 낮밤이 거의 바뀌어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기 어렵죠. 그럼에도 일은 해야 하고 만들어 가야 하니, 가끔은 그것이 스트레스로 다가옵니다. 쉽사리 해결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합니다. 그것 역시 숙명입니다.
오늘 저는 제가 갖고 놀기 좋은 장난감(?)을 받았습니다. 애플의 아이패드 프로입니다. 그리고 매직키보드도 샀어요. 그래서 지금 이 글도 아이패드에서 씁니다. 이제 좀 더 자주 내 생각을 기록해야겠다는 나름의 사명감도 듭니다. 문명의 이기를 받았다면, 잘 써줘야 하는 것 아니겠어요?
두 달간의 감정을 더 쏟아내고 싶지만, 그러자면 한 없이 글이 길어질 것 같습니다. 이건 제가 차차 조금씩 내용을 풀어보는 것으로 하고 싶어요. 어떤 내용을 풀어볼지 의견이 있으시다면, 환영합니다. 아무쪼록 저는 내일 또 출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