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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리 Jan 16. 2023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그린 소녀들의 성장기..?

넷플릭스 시리즈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 속 판타지 세상

영화감독 중 누구를 제일 좋아하세요?


이 질문에 나는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평범하기 그지없는 일상에 사회 문제를 녹여내며, 비단 일본 사회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의 기능을 되묻는 작품들을 만들어온 철학자. 사회에서 소외받는 사람들이 관계를 맺으며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가족의 형태’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고민하게 하는 면밀한 관찰자가 아닐까 싶다. 그가 이제까지 다큐멘터리와 영화를 만들며 느꼈던 생각과 영상에 대한 본인의 철학에 대해 쓴 자서전과도 같은 에세이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을 보면, 그가 만들어온 영상들의 궤적들을 통해 현 사회 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과 인류를 향한 따스한 시선이 공존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런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드라마 연출작이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릴리즈 되었다. 코야마 아이코의 동명 만화가 원작인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 교토를 배경으로 게이샤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견습생인 마이코들의 이야기다. 친구인 스미레와 함께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고향인 아오모리를 떠나 교토의 오키야(置屋)인 사쿠에 입성하는 치요. 견습 마이코 수업을 들으면 들을수록 미모와 재능을 타고난 스미레에 비해 키요는 자꾸만 뒤처진다. 하지만 오히려 요리에 재능을 발견하고 마이코들의 식사를 책임지는 요리사(賄い)가 되는데, 9부작인 이 드라마는 매 에피소드마다 키요의 요리 이야기와 함께 마이코와 게이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심야식당>, <리틀 포레스트>, <카모메 식당>, <남극의 셰프> 등 음식을 둘러싼 이야기를 그린 일본 영화와 시리즈를 무척이나 좋아하는데, 그에 반해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은 에피소드를 풀어내는 게 <심야식당>과 비슷한 형태를 띠지만 그렇다고 음식에 집중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키요는 요리사로서, 스미레는 마이코로서, 각자의 자리에서 성장해 나가는 두 소녀의 이야기가 주제이기 때문. 하지만 키요의 할머니가 손녀를 위해 정성스레 만든 단팥죽으로 시작해, 그런 할머니로부터 이어진 키요의 단팥죽으로 끝나면서 음식은 드라마를 이끌어나가는 중요한 장치가 되어준다.

드라마에선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에서 만날 수 있었던 릴리 프랭키, 마츠오카 마유, 이우라 아라타 등 익숙한 배우들도 다수 출연한다.

무엇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그리는 일본의 마이코와 게이샤 문화는 어떠할지 궁금했는데, 사실 엄연히 따지고 보면 ‘연회’라는 이름으로 미성년자인 어린 여성들을 술자리에 합석시키는 문화가 아닌가. 의사 집안에서 태어난 스미레가 당연히 의사가 되어 병원을 물려받을 것을 기대한 스미레의 아버지가 마이코는 연회에 나가 술시중을 들고, 취객의 추파를 받을 거라 생각하며 걱정하는 부분이 바로 현 일본 게이샤 문화를 바라보는 대중적인 시선이 아닐까 싶다. 그런 스미레의 아버지에게 마이코들의 선대 어머니인 치요는 말한다.


“밖에서 보면 물장사처럼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마이코들을 가부키처럼 일본 전통 예능의 계승자로 키우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굉장히 일본스러워서 놀랍지 않으면서도,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만든 시리즈이기 때문에 굉장히 의외인 지점이다. 그가 만들었기에 드라마는 잔잔하고 온기가 넘치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바라보는 게이샤 문화의 이면에 대한 날카로운 관찰자로서의 시선은 느껴지지 않았다. 소녀들의 성장이라는 이야기와 아름다운 영상미로 미화된 이 시리즈를 굳이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만들었어야만 했을까. 단순히 가볍게 볼 수 있는 힐링드라마로 치부하기엔 소재 자체가 주는 불편함을 외면하기 어렵다. 이 실망감을 어찌하리오.




게이샤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건 대학교 1학년 때 영화관에서 본 영화 <게이샤의 추억, 2005>이었던 것 같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하고 롭 마샬이 연출했던 이 헐리우드 영화는 일본의 게이샤에 대해 다루면서 왜 중국계 배우들이 연기를 하고, 일본인을 연기하는 이 중국계 배우들은 어째서 서툰 영어로 말하는 건지 의문을 가졌던 기억이 있다. 왜곡된 오리엔탈리즘적 시선이 담긴 영화의 대표격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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