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북경과 상해의 생활형 숙박 브랜드, 베이스(BASE, 佰舍)
나는 2007년 북경의 한 대학교에서 어학연수(를 빙자한 놀기)를 한 적 있고, 남편은 베이징에서 4년가량 일한 경험이 있어 베이징은 우리 둘 모두에게 친근한 도시다. 하지만 한 번도 같이 가보지는 못했기에 중국이 무비자를 시행한 지금이 적기라 판단, 친구들과 함께 짧고 굵게 다녀왔다. 2박 3일을 마치 5박 6일처럼.. 매우 알차게 말이다. (미국 국적의 친구들은 나중에 비자가 필요하단 사실을 알고 부랴부랴 신청하게 되었지만..)
난 친구들과 여행할 때면 호텔보다 에어비앤비를 선호한다. 여럿이 머물며 함께 밥도 해 먹고 공간도 널찍하게 쓸 수 있고, 그 나라의 생활양식도 엿볼 수 있으니까. 하지만 에어비앤비는 코로나 이후로 타격을 입고 2022년 5월, 중국에서 인바운드 트래블러를 위한 리스팅들은 모두 철수했다. 투지아(途家)나 샤오쭈두안쭈(小猪短租) 같은 로컬 플랫폼이 있긴 하나, 외국인이 사용하기엔 쉽지 않았다. 그래서 아고다에서 굉장히 고심하고 고심해서 고른 베이스(BASE, 佰舍)란 생활형 숙박시설인 레지던스 스테이에 머물게 되었다.
‘베이스’는 자신들의 카테고리를 ‘서비스 아파트먼트’라 명확히 이야기하며, 북경과 상해 이렇게 2개의 대도시에 18개 지점들을 두고 있다. 그냥 베이스가 있고, 베이스 플러스(PLUS)가 있고, 베이스 라이트(LITE)가 있는데, 뭔가 세 카테고리의 차이점은 사진만 봐서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베이스의 공통점은 모두 도심 한가운데 있어 여행자들의 입지가 좋고, 방마다 세탁/건조기와 작은 키친 공간 있으며, 언제나 적극적인 도움을 주는 친근한 매니저가 있다는 거다.
리셉션은 24시간 운영되고 있으며, 우리 일행에게 무려 6시간 얼리체크인을 무료로 제공해 주었다. 덕분에 이른 아침 비행으로 쌓인 피로를 풀고 첫날 여행을 가뿐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 하우스키핑도 매일 해주고, 물도 매일 2병씩 채워준다. 그리고 배달의 왕국답게 계속해서 배달원들이 1층 로비로 들락날락거렸는데, 그때 리셉션에 상주하는 직원이 로비에 있는 로봇에 음식을 넣은 후 호수를 입력한다. 그러면 문 앞까지 로봇이 배달을 해준다. 네이버나 배민 같은 대기업의 오피스, 혹은 식당에서 음식을 서빙하는 로봇을 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게스트들을 상대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는 로봇의 모습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베이스는 자신들이 로컬 커뮤니티와 강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공간 디자인과 운영 매니지먼트에 강점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숙소를 경험해 보면서 특히나 와닿았던 건 ‘베이스’의 슬로건.
为城市社区注入新生活力
Infusing new life into neighbourhoods
동네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다
우리가 머문 지점은 왕푸징과 그닥 멀지 않은 롱푸스(Longfusi) 지점이었는데, 건물 하나가 통으로 생활형 숙박시설이다. 1층 상가에는 게스트뿐만 아니라 로컬들이 더 많이 유입되는 식당과 카페, 바버샵 같은 상업시설들이 들어서 있다. 낮엔 카페, 밤엔 펍으로 운영되는 곳이 있었는데, 주말이면 바버샵에서 머리를 자르기 위해 카페에서 수다 떨며 기다리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마치 동네의 사랑방 같은 모습처럼.
숙소 주변으로는 활기 넘치는 전통시장을 비롯해 작지만 힙한 편집샵, 서점, 카페, 레스토랑들이 즐비해 있다. 공유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탐험하는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좋다. 베이징은 자전거 도로가 매우 잘 되어 있어 자전거 타고 동네 한 바퀴 돌기 딱 좋다. 올림픽 이후로 도시는 대대로 정비가 되어 오래된 전통시장들도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고, 무엇보다 시장의 에너지가 너무 좋아 진입로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오래된 골목 사이사이로 탐험하는 재미가 있는 동네.
베이스의 홈페이지(https://www.base-china.com/en)도 꽤 인상적이다. 외국인들도 보기 쉽게 친절하게 잘 만들어놨고, 중국어/영어/일본어까지 지원한다. 객실마다 어떤 유형이 있는지부터 각 타입별로 VR 투어도 제공해서 내가 묵고 싶은 객실을 미리 확인할 수도 있다. 그리고 동네에 갈 만한 스팟들, 가까운 지하철 같은 정보도 볼 수 있게 했다. 이다음에 북경이나 상해를 다시 가게 된다면 베이스의 다른 지점들도 한 번 다 머물러 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만족스러웠던 스테이 경험이었다. 관심 있는 분들은 홈페이지 구경도 한 번 가보시길!
베이징을 2007년부터 2011년에 걸쳐 종종 갔기에 나름 그 도시를 잘 안다 생각했는데, 14년 만에 방문한 베이징은 내가 알던 베이징이 아니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더니, 정말 천지가 개벽할 수준으로 베이징은 변해 있었다. 베이징에 살았던 남편도 도시의 변화에 놀란 눈치였다.
중국의 전통적인 헤리티지를 이어가고 있는 옛 모습과 하이테크가 반영된 현대의 모습이 공존하는 도시. 과거엔 애물단지였던 공유 자전거도 정돈된 듯 보였고, 자전거 도로도 잘 닦여 있었다. 도로엔 전기차도 많이 보였는데, 이처럼 친환경 도시를 향한 베이징시의 지속적인 노력 덕분에 예전엔 코를 헹-하면 까만 게 나왔다면 지금은 놀랍게도 미세먼지가 거의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엄청 깨끗한 모습에 놀랐다! 다음엔 중국의 어느 지방을 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