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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람쥐 쌤 Jun 06. 2022

아는 만큼 보이는 태국 디저트

에어컨을 틀면 춥고 끄면 몇 초도 안돼서 바로 더워지는 이 기후가 도무지 적응이 되질 않았다. 아마 단열이 안 되는 집도 그 미스터리에 한 몫하는 것 같았다. 에어컨을 틀고 잠을 자다가 목감기에 걸려버렸다. 목이 아파서 내내 고생하는 나를 보고 조교 학생이 스프레이 하나를 추천해 주었다. 처음에는 프로폴리스 같은 건가 했는데 자세히 보니 카모마일 스프레이였다. 에어컨과 매연 때문에 태국 사람들도 목감기를 달고 사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코와 목 관련 상품들이 약국과 부츠(BOOTS)-한국의 올리브영과 같은 화장품 잡화점-에 다양했다.  


입맛도 없고 뭔가 따뜻한 것을 마셔야 나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날따라 디저트 가게가 하나 눈에 띄었다. 평소엔 아침 일찍 학교에 갔다가 오토바이 아저씨와 함께 집에 돌아오는 일정의 반복이라 길거리의 가게를 눈여겨볼 틈이 없었는데 오늘따라 걷다가 발견한 가게였다.


호기심이 생겨 들어선 가게 안은 달콤한 냄새로 가득했고, 사람들은 커다란 볼에 담긴 무언가를 조심스럽게 떠먹고 있었다. 홀린 듯이 주문한 이 디저트에 나는 마음을 홀딱 뺏기고 말았다. 따뜻하고 달콤한 코코넛 우유 안에는 색색깔의 찹쌀떡이 들어있었고 그 안에는 각기 다른 고명이 들어있다. 바나나 잼, 초콜릿, 달콤한 소스와 깨, 팥 등이 들어있는데 모두 쫀득하고 맛있었다. 모자라면 토핑으로 찹쌀떡만 더 시킬 수도 있고. 다른 토핑을 얹을 수도 있다.


나는 그날 이후 목감기를 핑계로 이 디저트 집에 매일 출근 도장을 찍었다. 이름도 모르는 디저트지만 뭐 주문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 테이블마다 놓인 메뉴에서 그림만 손가락으로 찍으면 알아서 주문이 들어가니까. 며칠을 우유 찹쌀떡을 먹다가 주변을 둘러보니 사람들은 각자 다른 디저트를 먹고 있었다. 빙수처럼 우유얼음에 코코넛 젤리와 물밤, 달콤한 연근조림과 견과류를 얹어서 먹기도 했고, 롱간 주스 얼음에 토핑을 넣어서 먹기도 한다. 그제야 이 디저트의 이름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졌다.


태국에는 정말 많은 디저트가 있고, 그냥 통틀어서 카놈이라고 한다. 달달한 간식이라는 뜻이다. 내가 먹었던 우유 안에 찹쌀떡이 들어있는 디저트의 이름은 바로 '알로이(Bualoi)'였다. 이름을 알고 나자 이제 자신감이 생겼다. 오토바이 아저씨를 불러서 '알로이'라고만 하면 아저씨는 찰떡같이 알아듣고 나를  디저트  앞에 데려다주었다.

부알로이, 따뜻한 코코넛 우유에 달콤한 찹쌀떡 토핑

목감기가 다 낫고 나자 나는 바로 얼음 디저트로 갈아탔다.

한국에도 빙수가 있듯이 태국에도 빙수가 있는데 그게 바로 '남캥사이'였다. 나는 롱간이라고 불리는 달달한 과일로 만든 주스를 얼려서 갈아 만든 롱간 주스 남캥사이를 주로 시켰다. 토핑으로는 은행, 강낭콩, 코코넛 젤리, 물밤 등이 맛있다. 한 그릇 시켜서 먹으면 토핑 덕분에 든든했고, 시원한 얼음 덕분에 집에 걸어오는 길이 시원했다.  

태국의 빙수 디저트, 남캥사이


해가 지면 더워도 참을만하기 때문에 저녁엔 학교 캠퍼스까지 운동하러 가곤 한다. 학교 안에는 수영장도 있고, 조깅 트랙도 있어서 운동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습도가 높아서 조금만 뛰어도 땀이 비 오듯 흐른다. 그렇게 운동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나를 유혹하는 디저트들이 즐비하다. 그중에서도 또 재미있는 간식 하나를 찾았는데 '토쿄'라고 불리는 미니 크레페이다. 학생들에게 왜 이 간식의 이름이 토쿄냐고 물었지만 그냥 재미있고 귀여운 이름을 붙인 거라고 했다. 아무튼 학교 후문 앞에는 토쿄의 달인이 있었다. 도쿄 아저씨는 순식간에 4개의 토쿄를 구워낸다. 아무것도 넣지 않아도 맛있지만 딸기 우유 맛이 나는 딸기 크림 토쿄, 슈크림 토쿄도 맛있다. 출출한 사람들은 소시지나 치즈, 계란을 넣은 짭짤한 토쿄를 주문하면 된다.


토쿄 달인 아저씨가 굽는 따끈 바삭 토쿄


눅눅해지기 전에 먹자

토쿄 아저씨 앞에는 항상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15분은 기다려야 따끈한 토쿄를 받을 수 있다. 종이봉투 안에 든 토쿄는 금방 눅눅해지기 때문에 집에 걸어오는 길에 바로 꺼내서 먹는다. 바삭하면서도 달콤한 크림이 가득한 크레페는 언제 먹어도 맛있다.

저녁에 운동하러 가는 게 아니라 토쿄를 먹으러 가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토쿄 집을 들락거렸다. 아마 당분간 새로운 디저트에 빠지기 전까지는 계속 토쿄 집에 도장을 찍으러 올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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