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학을 결심하기까지
한국 나이로 42, 직장생활 15년 차, 두 아이의 아빠인 나는 2021년 7월 가족들과 함께 영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제 5개월 차에 접어들었고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지만 여전히 가끔 스스로에게 던지는 말이 있다. 내가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지? 내가 여기 왜 온 걸까? 첫 마음 부터 지금까지를 정리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써본다.
29살 어학연수 "10년 후에 한번 더 올 수 있을까?"
2007년 10월, 3년간의 첫 직장생활을 마무리하고 1년간의 어학연수의 길에 올랐다. 사회복지를 전공했고 그 당시 복지국가에 대한 강한 염원 같은 게 살아 있어서 조금 더 유럽에 가까이 가고 싶어 선택한 곳이 영국이었다. 1년간의 영어공부, 자원봉사, 유럽 여행, 아르바이트 등등 한국에 있었다면 상상도 못했을 경험을 통해 새로운 시야를 조금이나마 가지게 됐고 일상을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공간, 문화 속에서 생활을 해본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매력적인 것이었고 뭔가 더 해보고 싶은 욕심도 조금은 있었다.
하지만 28살에 와서 29살을 맞은 당시, 어학연수치곤 꽤나 늦은 것이었다. (보통 대학생들이 휴학하고 오는 경우가 많았다.) 1년간의 생활이 끝날 무렵 고민이 많았으나 여러 가지 현실의 벽이 있었기에 예정대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때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 "10년 후에 한번 더 올 수 있을까?"
10년 만에 다시 밟은 런던 땅
어학연수를 다녀온 이후 마음속에 그때의 질문에 대해 가끔 답을 던지곤 했지만 그 사이 결혼, 두 아이의 출산 등으로 일상의 바깥세상에 에너지를 쏟을 수 없었다. 그리고 정말 10년 만에 찾아온 하나의 기회. 내가 일하는 분야의 몇몇 분들과 우리가 스스로 준비한 '연수'를 영국으로 가게 됐다. 비용 부담, 기획, 방문 기업 섭외 모두 우리가 해야 하는 말 그대로 셀프 연수였지만 나는 흔쾌했고 설렘이 가득했다.
10년 만에 찾아가는 런던이었기 때문이다. 일주일간 런던과 재회한 그 연수를 다녀와서 더 많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현지에서 기업들을 만나보니 내가 일하는 분야에 대해 영국이 우리보다 훨씬 미래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에 더 공부해보고 싶은 의욕 혹은 조바심 같은 게 깊은 곳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결심... 그리고 4년의 준비
그리고 2017 연말쯤 떨리는 마음으로 아내에게 이야기를 꺼내 보았다. "영국으로 유학 가고 싶은데 어떨까?" 프러포즈 같은 떨리는 마음으로 이야기했는데 흔쾌히 동의해주었다. 다만, 조건이 있었다. 시기는 4년 후로 하자는 것. 그때 둘째는 3살이라 너무 어렸고 아내의 대학원 공부도 갓 시작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4년 후면 2021년... 내 마음에 비해 오래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었지만 어쨌든 가기로 했으니 절반의 성공이었다. 이제는 '올림픽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4년 후를 준비하면 되는 것이었다. 이제 시작이다!
그날 이후 단 한 번도 유학을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고 매일 유학을 위해 무엇이라도 했다. 유학 박람회, 유학원 상담, IELTS 공부, 학교 조사 등등 너무 신나는 마음이었다. 그즈음 직장일은 더 힘겨웠다. 새로운 도전, 부담스러운 프로젝트들의 연속이었다. 그럴때 마다 변화가 기다리고 있다는 마음 한구석의 보험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고나 할까? 덕분에 하루하루를 잘 버텨낼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20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