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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자고모하니 Nov 19. 2021

서글픈 블랙

흰머리 내 머리를 덮어가던 날

늘어나는 흰머리를 감추기 위해 염색을 하다가 염색약이 다 떨어졌다. 난감했다. 딱 반 만 칠했는데.. 이렇게 아수라백작의 모습으로 염색을 끝낼 수 없기에 수납장을 찾아보니 예전에 쓰다 남은 염색약 한 통이 나왔다.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이 친구는 갈색이었다. 난 지금 흑색으로 칠하고 있었는데...

어찌하여 갈색 약을 김장 배추 버무리듯 반만 칠해진 머리에 문질러가며 괜찮게 믹싱을 했다. 

만족스럽다. 분명 거울로 볼 수 없는 어느 부분에서 분명 에러가 나 있겠지만.. 뭐 어떠냐.


흰머리는 점점 더 늘어날 거고 염색하는 빈도도 같이 늘어날 거다. 계속 짝을 맞춰 염색을 하게 될까? 아니면 그냥 포기하고 겸허히 중년을 받아들여 젊음의 찌꺼기라도, 과거의 흉내라도 내는 짓을 그만두게 될까?

일단은 지금 이 애매한 경계선에서 검은 머리를 택하기로 했다.


오늘 반쯤 검은색과 갈색이 섞여 우연히 탄생한 내 머리 색의 이름을 지어 보았다.

'서글픈 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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