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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라 Oct 09. 2019

건강기능식품 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올해 합류하게 된 새 회사가 건강(기능)식품 업계라고 하니, 주변의 선배님들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런 이야기들을 하시더라고요.


“그럼 내가 너한테 구매하면 되는 거야? 집집마다 들고 다니면서 방문판매하는 거니?”


‘온라인 커머스를 하는 거다, 쿠팡이나 마켓 컬리와 같은 플랫폼에서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한다고 생각하시면 된다’라고 여러 번 이야기를 해도 설명이 어렵습니다. 기존의 건강(기능)식품 업계의 주 소비자층의 연령이 높다 보니, 여전히 방문 판매 위주의 올드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요. (물론, 개인적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방문 판매 브랜드들도 여럿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산업


하지만 저는 지금의 업이 제 개인적인 관심사와 맞아떨어져 좋습니다. 첫 번째 회사와 두 번째 회사가 섬유/패션 및 디자인 업종이어서, 패션/의류, 디자인에 관심이 없는 저로서는 산업군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쌓기 위해 ‘의무적으로’ 쇼핑을 하곤 했었는데, 없던 관심이 쉽게 생겨나지는 않더라고요.


쇼핑을 하느니 운동을 하겠습니다만...


반면에 안 해 본 운동이 거의 없고(요가, 스케이트, 댄스, 검도 등 – 물론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 건강식을 좋아하고, 명상에도 관심이 많아서, 제가 좋아하는 건강과 관련된 산업군에서 일하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셀프케어, 세계적인 트렌드


셀프케어는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관심과 인구 고령화에 따른 전세계적인 트렌드입니다. 박가영님이 쓰신 퍼블리 콘텐츠 <셀프케어의 시대가 온다>에 따르면, 2018년 애플이 선정한 최고의 트렌드가 바로 셀프케어(Self-Care) 였고, 2019년 1분기 셀프케어 관련 앱의 매출 규모는 4600억 원 수준이라네요.


이 셀프케어 트렌드에서 건강기능식품은 당당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건강기능식품의 전세계 시장 사이즈는 2018년 기준으로 120조 원이 넘습니다.) 미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회사를 몇 개 간단히 소개해볼까요. (힘즈와 리츄얼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위의 퍼블리 콘텐츠를 참고해주세요.)


1) 힘즈(Hims): 남성을 위한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탈모/발기부전/피부관리 등 공개적으로 언급하기 어려웠던 남성의 고민을 세련된 브랜딩과 함께 해결

2) 리츄얼(Ritual): 여성용 멀티비타민, 여성용 종합비타민과 임산부용 종합비타민만 취급. 예쁜 패키징과 캡슐, 브랜딩으로 유명

3) 필 팩(Pill Pack): 아마존에서 인수한 온라인 약국, 병원과의 연계를 통해 개개인에게 필요한 의약품/건기식을 배송

4) 케어 오브(care/of): 영양제 구독 커머스, 설문조사를 통해 개인 맞춤형 건기식을 배송


@ritual 인스타그램


위 회사의 홈페이지를 방문해보시면, 정말 올드한 이미지는 전혀 느끼실 수 없을 거예요.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국 시장과 소비자도 변화 중


세계 시장뿐만이 아닙니다. 한국 시장 규모 역시 매년 확대되어 2018년 기준 3조 원에 이르고, 소비자들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지난달에 발표된 신한금융투자의 보고서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건강기능식품 시장 재평가가 필요하다. 국내 시장은 연평균 (2014~18년) 12%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과거 3~4년 전만 해도 고령층이 시장 성장을 주도했다. 지금은 다르다. 2030 세대, 여성 소비 증가로 수요층 확대, 유통 채널, 기능성 제품 확장이 일어나고 있다. 시장 고성장은 지속될 전망이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wadiz)에서도 밀레니얼 시대를 타겟팅한 새로운 건강기능식품이 하루가 멀다 하고 출시되고 있고(다이어트 기능성 성분이 대부분이지만), 의약품/건강(기능)식품의 광고 소재도 B급 감성을 내세운 광고들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머릿속에 계속 울려 퍼지는 멜로디 / 오로나민 C TV CF

 

물론 모든 산업이 그렇듯이 한계 혹은 단점도 있어요.

SNS 위주의 자극적인 광고가 범람하다 보니 건강기능식품 전체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기도 하고,

▶ 전체 시장 사이즈 중 홍삼이 차지하는 비율이 거의 절반이고,

▶ 유통채널은 온라인이 주력이 되며 다양해지고 있지만, 제조업체는 한정되어 있다보니(한국인삼공사, 종근당건강, 한국야쿠르트 등 자체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제조사를 제외하면 더 적어집니다: 대표적인 것이 콜마비앤에이치, 서흥, 노바렉스, 코스맥스바이오, 코스맥스엔비티 등) 규모가 작은 판매처일수록 기획 단계에서의 다양한 요구를 제조 과정에 반영시키기가 어렵습니다.

▶ 마지막으로, (국민들의 건강 보호를 위한 것이겠지만) 식약처의 규제가 다른 국가와 비교하더라도 특별히 까다롭습니다. 완제품의 소분 판매가 불가능한 것이나, 이미 기능성을 인정받은 원료라고 하더라도 시중에 없는 조합으로 만들어서 판매하려면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는 등이요.


하지만 분명, 재미있는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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