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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라 Jan 26. 2020

그 사람, 함께 일해보니 어때?

같이 '일하기 좋은' 사람이 되어야지

오랜만에 전에 일하던 회사의 동료를 만났습니다. 또 다른 동료였던 A가 팀장으로 있는 팀에 합류하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그에게 물어봤어요.


나: 그 사람, 함께 일해보니 어때요? 좋은 사람 같던데.
동료: 진짜 별로예요. 사람이 좋으면 뭘 해요. 아는 것도 없고, 일도 못하는데.


조직엔 좋은 리더가 필요하다 (출처: Photo by Quino Al on Unsplash)


아, 그렇네요. 같이 일을 하려면 '좋은 사람' 아니라 '일하기 좋은 사람' 되어야 하는데. 새로운 회사에서 팀장 직급으로 일을 하게 된지도 벌써 1년, 저는 과연 함께 일하기 좋은 사람이었을지, 그런 사람이 되려면 어떤 자질들을 갖추어야 할지 돌아보게 되네요.






내가 만난 리더들

인턴십을 시작한 2012년도부터 지금까지, 약 8년 동안 5개의 조직을 거치면서 좋은 리더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1) 항상 일의 '의미' 강조하 S책임님

첫 사회생활, S책임님 덕분에 인턴으로서의 3개월을 값지게 보낼 수 있었어요.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할 때는 물론, 심지어 지하 창고청소를 할 때마저도 책임님은 제게 "지금 네가 하는 이 일이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하고 물어보셨거든요. 지금은 사람들이 적재적소에서 능력을 발휘하게 돕는 헤드헌팅 회사에서 일하고 계세요.


2) 대표/회사의 '관점에서 일하는 태도를 갖게 Y팀장님

큰 그림을 그려내는 능력이 뛰어난 분이어서 배울 점이 많았어요. 공장에서 다른 업무를 하시다가 본사로 올라오셨는데도, 상사들이 요구하는 핵심을 정확히 파악해 팀을 이끄셨고, 그 능력을 인정받아 빠르게 상무로 승진하셨죠.


3) 팀원 혹은 다른 동료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던 J과장님과 N팀장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이 분들이 없었더라면 회사 생활이 훨씬 팍팍했을 거예요. 아주 작은 성과에도 민망할 정도로 칭찬을 아끼지 않던 분들. 그래서 이 분들이 시키는 일은 기꺼운 마음으로 할 수 있었어요.


4) 후배들의 역량 개발에 진심을 다하는 B외교관님과 M실장님

이런 리더들을 만난 건 행운이었다고 생각해요. 업무 능력도 훌륭한데, 그보다 본인 후배들의 실력 향상을 기뻐하고, 진심으로 멘토링을 좋아하는 리더들. 쓴소리도 거침없이 하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기도 쉽지만, 돌아보면 성장에 가장 큰 도움을 준 고마운 사람들이죠.






좋은 리더를 꿈꾼다면 이것만은 꼭


사람이 자리를 만드는 걸까요, 아니면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걸까요? 사실 저는 팀장이 되기 전까지는 '성과를 내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리더십이 중요하다' 혹은 '저 리더는 이런 점이 좋고, 저 리더는 이런 점이 안 좋다' 정도의 생각만 해봤지, 실무와 관리를 함께 한다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는 몰랐어요. 내 일을 더 잘하기에도 벅찬 상황에, 팀원들의 일의 진척도를 파악하고, 그들이 원하는 커리어 패스 혹은 강점에 알맞은 일을 배분하고, 필요한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니 [!!] 


고백하자면, 관리 역량보다는 전문성을 키우고 싶다며, 팀장을 하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를 한 적도 있었습니다. 언제까지 실무자만 할 거냐며, 프리랜서로서가 아닌 조직에서 성장을 하려면 언젠가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상사의 조언을 듣고 다시 정신을 차리고 노력하고 있지만요. 지금도 한참 부족하지만, 함께 일하고 싶은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제가 만난 리더들을 되돌아보며 필요한 역량을 정리해봤어요.

 

멀고도 험한 좋은 리더의 길



1) Competence (업무능력)

일단 일을 잘해야겠죠, 가장 기본이 되는 자질이라고 생각해요. 리더가 됐다고 해서, 모든 실무가 사라지고 관리 업무만 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면, 그냥 '좋은 사람'이 아닌 '일하기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요. 산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본인의 직무에 대한 전문성도 있어야 해요. 그러려면 끊임없는 공부가 필요할 거예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동일한 산업군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경쟁사/벤치마킹사의 동향을 살피는 한편, 직무에서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관련 기술도 알아야 하니까요.


2) Communication (커뮤니케이션 역량)

하지만 일을 잘한다고 해서 모두 좋은 리더로 평가받지는 않더라고요. 일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던 사람이, 리더급으로 승진을 하고 나서 예전 같지 않더라는 이야기, 많이 들어보셨죠? 업무가 달라지거나 업무의 범위가 더 넓어져서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 커뮤니케이션 역량 혹은 관리자로서의 역량이 부족했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라고 봐요. 리더가 아닐 때도 커뮤니케이션은 중요하지만, 특히 리더가 된다면 대표가 아니고서야 '중간관리자'로서 상사와 팀원들 사이에서 중재하는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더라고요. 리소스가 부족한 상황인데, 무조건적으로 상사의 지시를 따르느라 팀원들에게 불가능한 업무를 요구하거나. 반대로, 팀원들을 보호하기 급급해서 혹은 팀원들한테 '좋은 사람'이고 싶어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안 되니까요.


3) Candid Feedback (솔직한 피드백)

커뮤니케이션의 일종이긴 하지만, 별도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에요. 올해 읽은 책 중에 <실리콘 밸리의 팀장들>이라는 책이 있는데, 이 책의 원제가 radical candor(철저한 솔직함)이더라고요. 조직에서는 그냥 피드백이 아닌, 아주 솔직한 피드백이 필요하다는 거죠. 팀원들에게 관심이 있더라면 아래 그래프에서 3사분면이나, 4사분면의 리더가 될 텐데, 충돌 없이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구 때문에 '파괴적 공감'에서 '완전한 솔직함'으로 나아가기가 쉽지 않죠. 저 역시 당시에는 칭찬을 해주는 상사들을 훨씬 좋아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도 기억에 남는,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려면, 솔직한 피드백을 주고 받는 것이 더 중요하더라고요.



파괴적 공감을 하는 '좋은 사람'에서 벗어나기




지난 한 해, 제 리더로서의 역량을 평가해보자면 커뮤니케이션과 피드백 역량이 많이 부족했다고 생각해요. 팀원이 조금만 힘들어 보이거나 혹은 팀원이 원하는 커리어 패스 상의 업무가 아니면, 그 업무를 요구하지 못하고 제가 떠안아버리고, 피드백에 있어서도 충분히 솔직하거나 자세하지 못했거든요. 실장님의 표현에 따르자면, 저는 병사들에게 싸울 기회조차 주지 않는 장군이었어요.


우리는 지금 전쟁터에 있어요. 나는 나랑 같이 전략을 논의할 수 있는 장군이 필요하고, 장군은 병사들이 알아서 잘 싸울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해요. 물론 병사들이 죽기 일보 직전엔 도와줘야지. 그런데 지금 병사들이 죽기는커녕, 칼집에서 칼을 꺼내는 게 힘들어 보이면 뛰어나가서 대신 싸우고 있잖아요.


올해는 더 좋은 리더, 정말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기 위해 성장해보려고요. "당신과 같이 일할 수 있어서 기뻐요" "나중에도/오랫동안 당신과 같이 일하고 싶어요" 회사 생활을 하면서 함께 일을 하는 사람들로부터 듣는 말 중, 제가 생각하는 가장 값진 칭찬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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