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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선생 Feb 25. 2022

역사적 맥락에서 바라보는 경제학의 아버지

다카시마 젠야의 <애덤 스미스> 리뷰


애덤 스미스. 경제학의 창시자. 국부론의 저자. 우리가 아는 ‘경제학’이라는 분야를 만든 바로 그 사람. 자유경제, 시장경제, 보이지 않는 손. 이것이 우리가 흔히 아는 애덤 스미스의 모습이죠.

다음은 어떤가요? 1723년에 태어나 1790년에 죽은 철학자. 인간 본성으로서의 공감 개념을 도덕적 판단의 전면에 내세운 도덕감정론이라는 전 유럽 베스트셀러 윤리학 책의 저자.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대학 도덕철학과 교수. 강의 과목은 윤리학, 법학, 문학비평. 평생 신앙을 저버린 적이 없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 그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바라본 애덤 스미스의 모습입니다.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약간의 간극이 있죠?

이처럼, 애덤 스미스도 인류의 역사 속에 실제로 살았던 인간으로서 그가 위치한 맥락이 있을 것입니다. 애덤 스미스가 어떤 주장을 했는지는 교과서 속에서 책 속에서 너무나도 많이 들어보셨을 테니, 오늘은 그런 주장이 나온 과정 그리고 그 주장이 후대에 끼친 영향을 역사적으로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그 작업에 도움을 줄 만한 책, 일본 원로 경제학자 다카시마 젠야의 애덤 스미스입니다.



우선 책에 대한 소개를 간단히 드리면, 이 책은 일본 이와나미 신서로 발행된 책입니다. 이와나미 신서는 특정한 주제에 대해 교양으로서 알면 좋을 법한 내용과 학자들 사이에서 거의 이의 없이 확립된 내용을 그 주제에 정통한 학자가 짧게 줄여 쓴 일본의 문고판 도서 시리즈인데요. 일본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긴 하지만, 내용의 분량이나 수준에서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또는 그에 준하는 독서인이 알아두면 좋을 소재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바로 이 방송을 듣고 있는 청취자 여러분을 위한 시리즈라는 이야기입니다. 1927년에 신서 1편을 처음 찍어 10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브랜드입니다. 그중에서도 이 책 애덤 스미스는 1968년에 초판, 1990년에 재판을 찍었네요.

이 책이 애덤 스미스와 관련해 주목하는 부분은, 그의 주장 자체라기보단 그의 주장이 위치한 역사적 사회적 맥락입니다. 그가 쓴 국부론의 핵심 근거인 ‘노동이 가치의 원천’이라는 주장은 금과 은을 가치의 척도로 보던 당대 중상주의에 대한 반대에서 나온 것이면서, 동시에 자연과 노동의 결합이 가치를 창출한다고 주장한 중농주의의 영향을 받는 결과물입니다. 노동의 분업을 통해 공업 노동의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해, 바로 옆 나라 잉글랜드 특히 런던에 비해 산업의 측면에서 뒤처져 있던 자신의 조국 스코틀랜드에 경제적 비전을 제시하려 한 사람이기도 하죠.

스미스는 경제적 활동을 사회 운영 원리의 핵심으로 들여오면서 혁신을 가져왔습니다. 이것이 바로 그가 경제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이유죠. 하지만 그 경제적 활동이 정치와 도덕 궁극적으로는 법을 경유한 국가의 활동에 의해 제어돼야만 시민 사회로서의 모습을 갖출 수 있다고 말한 점에서 정치체로서의 시민 사회라는 이전 세대 정치 사상가들의 아이디어를 고스란히 물려받기도 했습니다. 시민 사회 운영 기구인 국가의 입법 사법 행정이 분리돼야 한다는 원칙은 몽테스키외로부터 받은 영향이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이렇게 이전 세대의 영향을 담뿍 받아 만개한 결과물이 애덤 스미스인 만큼, 그의 주장은 다시 여러 해석과 비판으로 흘러나가 다양한 방식으로 변용됩니다. 이 책에서 이른바 ‘스미스의 아들’로 가장 많이 언급하는 학자는 프리드리히 리스트와 카를 마르크스입니다.

리스트는 부를 더 많이 창출하기 위해선 권력의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반-중상주의적 발상이 산업 선진국의 국제적 지배전략이라고 이야기하면서, 국제주의자인 것처럼 가장하고 있지만 실제론 애덤 스미스도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이익을 옹호한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마르크스는 애덤 스미스의 이론을 분석한 결과 노동 생산성을 올리기 위한 분업이 실제로는 자본을 소유한 자들에게 잉여가치의 형태로 이윤을 제공한다는 점, 나아가서 자본 자체가 독립적인 법칙으로 움직이며 사람들이 자본이 재생산되도록 행동하게 강제한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의 업적 모두, 스미스가 없었다면 아예 나오지 못했을 주장이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처럼 애덤 스미스는, 그의 주장이 그 자체로 중요한 만큼이나 그에게 영향을 미친 그리고 그가 영향을 미친 맥락 또한 눈여겨봐야 합니다. 초판이 1968년에 나온, 50년도 더 된 아주 오래된 책이지만 지금에도 여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이유입니다.



함께 추천드리는 책은, 예전에도 한 번 추천드린 적이 있는 데니스 라스무센의 <무신론자와 교수>입니다. 예전에 데이비드 흄을 다룰 때 말씀드린 것처럼, 두 사람은 학문적 인간적 절친입니다. 오늘 읽은 책에서도 나와 있는 것처럼 애덤 스미스는 병으로 죽을 위기에 처하자 유언 집행인을 흄으로 지정했을 정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두 사람의 학문적 교류, 또 애덤 스미스라는 경제학 거인의 내면을 더 잘 들여다보기 위한 시도로 이 책만큼 적합한 콘텐츠는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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