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글을 쓰고 싶은 제품은 있지만 귀찮아서 거의 쓰지 못하고 있다. 이 매거진에는 2년 4개월 만에 쓰는 글이다. 이번엔 슬픈 사연이 있는 제품이라 강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올해는 유독 바빠서 아직 제대로 된 휴가를 떠나지 못했다. 그래서 일상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수단을 찾게 된 것 같다. 뜬금없이 5년 전인 2019년에 잠깐 플레이했던 초딩겜으로 알려진 브롤스타즈를 설치했다. 설치해 놓고도 접속도 하지 않다가 8월 초 갑자기 어느 날 접속했다. 시스템이 많이 바뀌어 있었다.
개인적으로 스마트폰 가상 컨트롤러는 불편하다는 인식이 있어서 좀 더 정교한 컨트롤을 위해서는 게임 컨트롤러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여 당시에도 조이트론의 EX M AIR라는 제품을 사용했다. 게임 컨트롤러는 처음으로 구매해 봤다. 아주 어릴 때 8비트 게임기만 해봤지 그 흔한 플스도 거의 안 해봤다. 닌텐도 스위치도 피트니스 복싱만 하고 방치되다가 처분되었다. 예전에 브롤스타즈를 할 때는 확실히 게임 컨트롤러를 쓰니까 편하고 방향을 잡는 것도 직관적이라고 생각해서 너무 마음에 들었다.
아직 잘 동작한다.
이 제품은 다양한 기기를 지원한다. PS3, PC, 스마트폰(안드로이드, iOS), 스위치까지. 여담으로 포르자 호라이즌 5를 구매했을 때 키보드로 하면 될 줄 알았는데 게임 컨트롤러를 사용해야 좌우측 트리거 버튼의 키압에 따른 미세한 속도 조절이 가능하다는 정보를 들었다. 그래서 묵혀뒀던 이 오래된 컨트롤러를 사용해 봤는데 잘 되었다. 진동까지 동작했다. 그래서 얼떨결에 xBox 무선 게임 컨트롤러를 샀는데 진동이 발생하는 환경과 퀄리티가 달랐다. 사족을 더 달자면 xBox 무선 게임 컨트롤러도 EX M AIR 제품처럼 스마트폰을 거치할 수 있는 서드파티 액세서리가 있다. 물론 게임할 여력이 없어서 포르자 호라이즌 5는 고이 잠들어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론 대부분의 상황에서 키보드 + 마우스 조합이 편하다.
생각해 보니 바쁘다고 했지만 상반기에 It Takes Two를 클리어했다. 엔딩 본 게임이 그리 많지 않은데 정말 정말 재미있게 플레이했다. 마치 너무 재미있는 책의 남은 페이지가 줄어드는 것이 안타까운 마음과 같았다. 킹갓겜 It Takes Two 강추한다! 제발 후속편도 나왔으면 좋겠다.
그런데 모바일 게임 중에는 게임 컨트롤러를 지원하는 게임이 많이 없다. 브롤스타즈도 마찬가지다. 게임 컨트롤러를 지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모바일 게임의 가상 컨트롤러와 실제 게임 컨트롤러의 입력을 맵핑시켜 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걸 보통 터치맵핑이라 부르는 것 같다. EX M AIR는 터치맵핑을 위해서 별도의 하드웨어가 필요했다.
이렇게 생긴 제품을 스마트폰에 연결하고 개발자 옵션에서 USB 디버깅까지 허용해 줘야 하는 무시무시한 녀석이다. 그리고 추가적인 앱을 설치해서 맵핑 작업을 한다. 보안 위협이 분명 있을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이 방식은 안드로이드 9(Pie)까지 지원하고 그 이후 버전은 지원하지 않는다. 최근에 나오는 컨트롤러는 하드웨어는 필요 없고 앱으로 대체된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너무 많은 권한을 요구한다. 그리고 컨트롤러 제조사와 협약한 맵핑앱이 아닌 앱은 유료임에도 여러 문제로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리뷰가 많다.
그래서 기존에 있던 EX M AIR는 터치맵핑을 할 수 없으니 브롤스타즈를 할 수 없었다. 게임 컨트롤러를 지원하는 디아블로 이모탈과 같은 게임은 연결만 하면 바로 사용 가능하다. xBox 게임 컨트롤러도 공식 지원하는 터치맵핑할 방법이 없지만 문제가 많은 중국산 맵핑앱을 유료로 결제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사실 무료에다가 완벽 지원한다고 해도 비공식 + 중국이라는 선입견으로 사용하지 않았을 것 같다. 어떤 국내 컨트롤러 제조사에서 공식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맵핑앱도 중국앱이다. 협약을 맺은 것이라고 생각된다.
중국산 게임 컨트롤러는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터치맵핑을 하지 않는다면 걱정이 조금은 줄어들겠지만 나의 사용 목적에는 반드시 터치맵핑이 필요하다. 역시 중국 제조사의 앱을 설치해야 하는 큰 문제점이 있었다. (선입견이기도 하지만 어떤 후기에서 관련 앱 설치 후에 가만히 둔 폰의 카메라가 자동으로 켜지고 몇 초간 녹화가 되는 것을 목격했다는 글을 보았다.)
중국 회사지만 xBox 인증을 받은 GameSir 제품도 유명하다. 그리고 밴쿠버에 위치한 미국 회사 제품이며 PS 인증을 받은 Backbone One 2세대와 같은 제품도 있다. 이 제품은 심지어 애플 스토어에서도 판매한다.
내가 원한 것은 터치맵핑을 지원하고 보안 이슈가 없으면서 가능하다면 아이패드 미니6까지 지원하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사실 이 요건을 모두 만족하는 것은 내가 아는 한에서 Razer Kishi Ultra 단 하나뿐이다. 비싸다는 단점 밖에 없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제외된 이유는iOS에서는 터치맵핑이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실 오히려 다행이었다. 통장 잔고를 지킬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내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한창 컨트롤러를 살까 말까 고민하던 차에 신동댕동 채널에 Backbone One 2세대 리뷰가 올라왔다. 사실 Backbone One이 중국 제품인 줄 알고 구매 당시 후보군에서 제외했었다. (그래서 비쌌구나..) 아무래도 미국이 개인정보보호에 그나마 신경 쓰고 있다고 생각해서 미국 기업 제품을 구매하려고 했다. 그래서 선택의 여지가 없이 Razer였다. 노트북 배터리 스웰링으로 실망을 안겨준 그 Razer의 제품을 또 구매하게 되다니. 하지만 Razer만의 감성이 있다고. 그렇게 선택한 것이 Razer Kishi V2이다.
아무튼 Backbone One 2세대와 Razer Kishi V2는 상당히 닮았다. 디자인도 비슷하고 장착 시 스마트폰 두께에 따른 조절을 할 수 있는 고무패드의 존재 여부, 충전 포트가 있는 것까지 똑같다. 3.5mm 이어폰 단자는 Razer Kishi V2에는 없다. 하지만 상위 모델인 Razer Kishi V2 Pro에는 이어폰 단자 및 진동 기능이 추가되어 있다. 유선 이어폰이나 진동은 나에게 별로 필요가 없었다. 특히 모바일 게임 중에 진동을 지원하는 게임은 거의 없을 것이다. (충전 단자는 좀 더 확인해 봐야겠지만 10W로 충전된다.)
결국 하드웨어인 게임 컨트롤러를 구매하면서 오히려 신경을 쓴 것은 소프트웨어라는 아이러니함이 있었다. 보안 걱정을 덜 수 있어야 하며 터치맵핑이 가능해야 했다. 그리고 폰 케이스를 착용한 상태로 연결 가능해야 했다. 그 모든 것을 만족한 것이 Razer Kishi V2이다. 이 제품은 전용 앱인 Razer Nexus를 지원한다.
Razer Nexus 구동 화면
연결하면 바로 앱이 실행되도록 설정할 수도 있고 언제든 편하게 바로 실행할 수 있는 전용 버튼도 제공한다. 설치된 게임을 보여주는 화면이 가장 먼저 나오고 인기 게임에 대한 소개를 해주는 페이지도 있다. 화면 이동 시 스마트폰 자체의 햅틱 진동을 사용하는데 컨트롤러까지 자연스럽게 전달되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이 앱으로 터치맵핑도 가능하다. 앱 메뉴의 가상 컨트롤러를 켜고 게임을 실행하면 아주 쉽게 맵핑이 가능하다.
화면 상단 중앙에 보이는 것이 맵핑 작업을 위한 도구를 보여주는 버튼이다.
다만... 너무나 아쉽게도... 브롤스타즈는 게임 컨트롤러를 사용하면 불편하다. 확실하다. 컨트롤러에 적응이 되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특히 이 제품만의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이동과 공격을 위한 동시 입력 시 가끔 이동이 멈추는 경우가 있다. 100% 재현 방법은 이동하면서 공격 버튼을 컨트롤러 대신 화면을 터치하면 바로 이동 컨트롤러 입력이 취소된다. 이걸 떠나서도 브롤스타즈는 그냥 폰의 가상 컨트롤러로 하는 것이 제일 좋다. 유튜브에서 한국 랭킹 1위의 추천도 손가락 골무 + 아이패드 조합이다. 괜히 추천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미 손가락 골무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게임 컨트롤러는 정말 불필요한 욕망템이었다. 과거에는 왜 편하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비싸게 구매하고 바로 장식용이 되었다. 이걸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이다.
닌텐도 조이콘과 스틱 크기가 같아서 조이콘 커버가 호환된다.
다급하게 넷플릭스 무료 게임인 GTA3을 설치해 봤다. 게임 컨트롤러를 지원하기 때문이다. 근데 설치만 해놓고 1분도 하지 않았다. 컨트롤러를 지원하지 않는 NFS No Limit도 괜히 맵핑해서 컨트롤러로 플레이해 봤다. 나름 할만하다... 근데 굳이...? ㅠㅠ
그 외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스팀 링크를 사용하는 것이다. 근데 화면도 작고 아무래도 좀 더 딜레이가 있을 스팀 링크로 게임을 할 이유가 있을까? 그리고 스팀 링크를 할 것이라면 EX M AIR를 쓰거나 xBox 게임 컨트롤러에 거치대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스팀 링크는 터치맵핑이 필요 없기 때문에 굳이 Razer Kishi V2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장점도 있다. 유선 연결로 레이턴시가 줄어들고 별도의 배터리가 필요 없다.
무엇보다 게임할 시간이 없다. 그리고 하더라도 화면이 큰 PC로 할 것 같다. 또한 xBox 게임 컨트롤러가 있기 때문에 이 제품을 굳이 PC에 연결해서 쓸 일도 없으며 키마가 더 편하기 때문에 더더욱 게임 컨트롤러는 나에게 브롤스타즈에 쓰지 못하면 큰 의미가 없다.
마지막으로 재미로 해보고 싶은 시도는 LG V50 + 듀얼스크린 조합이다. 이건 예전에 브롤스타즈를 할 때도 가능한 조합이었는데 귀찮아서 해보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이 화면의 가상 컨트롤러를 조작하는 것은 불편하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전엔 LG V50을 사용할 때 듀얼스크린을 개봉하고 딱 한 번 착용만 해보고 나에게 필요 없다고 생각해서 처분했었다. 대부분의 스마트폰은 중고로 판매하는 편인데 LG V50은 내가 처음으로 (현재까지는 유일하게) 2년 이상을 쓴 폰이라 기념으로 남겨두려고 했다. 그래서 최근에 미개봉 듀얼스크린을 구매해서 보관 중이었다. 이게 이렇게 쓰일 줄이야. 아직 뜯지도 않았지만. (혹시 펌웨어 구버전에 업데이트도 불가능해서 안 되는 불상사는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