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지혜 Mar 31. 2024

온라인 미팅에서도 쉽게 느끼는 문화 차이

우리는 흔히 타인을 바라볼 때 내가 보고 싶은데로 바라본다.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는 데로 바라본다. We do not see the world as it is, We see the world as we are.
- Anais Nin
 

글로벌 비즈니스 문화 강의를 할 때면 꼭 언급하는 중요한 문장이다.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국가에서 성장하여 성인이 된 우리는 서로 다른 국가의 문화를 아주 피상적으로만 이해한다. 잠시 여행 가서, 책을 보고, TV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된 그 국가의 문화는 보이고 관찰 가능한 수준에 머무른다. 하지만 그 국가와 비즈니스를 하게 되면 예상치 못한 많은 일들과 갈등을 마주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이 문장이다.

나는 내가 나고 자란 배경, 나의 타고난 기질과 성격, 내가 가진 환경에 따라서 가정하고 대화하고 타인과 상호 작용한다. 하지만 상대는 상대가 가진 고유의 배경과 성격, 환경에 따라 답하고 대응한다.  


나의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상대가 나의 의도와 다르게 해석하면 서로 오해가 쌓인다. 

그러다 갈등은 쌓이게 되고, 이는 대부분 각자의 해석으로 상대를 판단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서로 온라인 미팅을 한다면 한국의 경우 가장 높은 사람이 화면을 켜면 나머지 직원들도 모두 화면을 켜고 대화한다. 우리 측 담당자는 모두 얼굴을 보여주고 온라인상에 대화하는데 상대는 아무도 화면을 켜고 있지 않다면 우리의 입장에서는 뭔가 회의할 맛이 나지 않는다. 상대가 매너 없게 느껴진다. 

우리가 화면을 켰으면 적어도 상대회사에서 한 명이라도 켜줘야지 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화면을 끄고 대화하는 상대가 열심히 참여하고 있지 않다고 간주한다. 

유럽의 온라인 미팅은 많은 경우 화면을 끄고 참여한다. 재택 근무하는 경우도 많고, 상관이라고 해서 부하 직원에게 화면을 켜라고 하지 않는다. 내가 낮은 직급이라고 해서 상관이 화면을 켠다면 나도 켜야겠다는 생각도 그들은 하지 않는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상황이 안되면 화면을 끄고 참여하는 것은 무례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화면을 켜든 끄든 개인의 선택이다. 

이러한 문화를 이해한다면 약간 섭섭한 감정은 여전히 들지만, 그럼에도 상대와의 갈등은 막을 수 있다. 

파키스탄의 학생들과 한국의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교류 활동을 진행한 적이 있다. 화면을 켜는 것을 원칙이라고 처음부터 통보했기에 한국의 학생들은 모두 화면을 켜고 참여를 하였다. 반면 파키스탄의 일부 학생들은 화면을 끈 상태에서 참여했다. 파키스탄 측의 코디네이터와 관련하여 전달이 제대로 되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현지 코디네이터의 말은 화면을 켤 수 없는 이유는 그들이 다른 가족들과 함께 같은 방을 쓰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러 가족이 한방에서 함께 지내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국제 교류 활동에 참여하고자 애쓰는 참여자를 하마터면 불성실한 참여자로 오해할 뻔했다.  

미국에서 공급하는 소프트웨어 교육과 시연은 언제나 인도담당자가 진행한다. 교육을 진행하고 대화를 하며 거의 항상 화면을 끄고 있다. 고객이 참여하는 상황에 공급업체가 서비스 교육을 하며 화면을 끈다는 것은 무례하게 여겨진다. 화면을 끈 이유를 세미나 마치고 물어봤다. 

운용하는 소프트웨어가 상당히 무거워 최대한 컴퓨터 내에 용량을 확보해야 해서 화면을 일부러 끄고 진행한 것이다. 한국처럼 인터넷 상황이 좋은 국가에서는 이런 상황을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 

다양성 관련 유럽에서 진행하는 온라인 세미나에 참여하였다. 이런 교육은 참여자가 많을 경우 일부는 화면을 켜고, 일부는 끄고 참여하기에 좀 더 자유롭게 내 의사에 따라 화면을 끄거나 켤 수 있다. 

하지만 참여자가 아주 소수일 경우, 진행자 혼자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껴져 최대한 화면을 켜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전체 참여자수가 5명인 상황에서 대부분의 참여자들이 화면을 켜고 참여했다. 반면 한 명의 참여자는 채팅방에 화면을 켤 수 없는 이유를 남겼다.

본인은 자폐스펙트럼이 있어서 화면을 켜고 바라볼 때 눈 맞춤이 어려워 일부러 화면을 끄고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이렇듯, 온라인 회의가 일반화되어 가는 요즘, 화면을 끄고 켜는 것 하나에도 상대의 상황, 문화, 사정에 따라 모두 다르다. 단순히 나의 원칙에 따라 상대를 판단했다면 상대는 나에게 언제나 예의 없는 사람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상대의 본질은 언제나 그대로이다. 내가 기대하는 가정과 해석에 따라 상대를 다르게 바라본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문화와 상황에 따라 각자가 보여 줄 수 있는 어느 정도의 매너와 에티켓으로 상대를 대한다.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누군가의 행동이 어느 순간 부정적으로 느껴진다면 그 순간 그 감정은 멈출 수 없다. 하지만 의문은 가질 수 있다. 질문하고, 이해하기 위해 한걸을 더 나아간다면 갈등은 쌓이지 않고, 상대의 태도를 좀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오는 그 순간, 바로 “why 왜?”라는 질문을 던져볼 순간이다. 


https://www.youtube.com/@janekimjh


작가의 이전글 [Borders] F(x) 엠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