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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아 NONE Design Jul 11. 2021

음악과 디자인의 상관관계

D 자이너 (Designer 이야기)

슈퍼밴드 2 연주 모음 영상 썸네일


며칠 전 무료함을 달래려 유튜브에 접속했다가 알고리즘에 이끌려 슈퍼밴드2의 참가자들 연주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연주를 듣는 재미로 영상을 몇 개 돌려보았는데, 하나같이 수준급의 실력을 자랑하는 참가자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 겁니다.


'자기가 사랑하는 것에 미쳐있는 저분들이야말로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구나' 하는 감성 젖은 감상으로 시작해서 생각은 꽤 이성적인 분석으로까지 진행됐습니다.


이성적인 분석의 결론은 결국 '이렇게 하면 디자인을 더 잘 할 수 있겠구나'에 관한 것입니다.


시작해보겠습니다.


음악과 디자인, 미술에 대한 정의는?

음악은 '목소리나 악기를 통하여 사상 또는 감정을 나타내는 예술'

디자인은 '(주로 대중적인) 목적을 가진 미술'

미술은 '공간 및 시각의 미를 표현하는 예술'입니다.


즉, 음악과 디자인 이야기를 하면서 예술 얘기를 빼놓을 수 없겠습니다.


예술은 사람의 본능에 밀접하다

예술가만큼 사람의 본능과 가까운 직업이 또 있을까요? 디자인 역시 다듬고 정형화시켜 놓았지만 예술은 예술이에요. 사람의 본능을 놓쳐서는 안되는 직업이죠. 그렇다면 디자이너가 알아야 할 사람의 본능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사람 특 (1) : 지루한걸 싫어한다.


기타리스트들은 수많은 음을 변주하지만 바뀌는 건 비단 음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줄을 튀기는 힘을 약하게 썼다가 강하게 썼다가 합니다. 모든 음이 같은 힘으로 연주되는 음악과 강약의 대비가 확연한 음악을 비교해 본다면 어떤 것에 마음이 이끌릴까요?


보는 사람이 지루하지 않게 우리 디자인에는 강약이 있어야 합니다.


아래에 제가 봤던 영상의 링크를 걸어놓으려고 하는데, 영상 15:03 에 나오는 장하은 연주자의 연주를 들어보면 음마다의 강약 조절이 예술이에요. 20:48 에 나오는 디폴 님의 런치패드 연주는 듣는 사람이 지루하지 않게 하려는 비트 변화가 예술이고요.


다른 분의 연주도 인상적이었지만 두 분의 연주를 들으며 '보는 사람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디자인을 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 특 (2) : 편안한 상태를 좋아한다.


수학을 아무리 잘한다 하더라도 새로운 수학 공식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음악 하는 사람들은 자작곡을 수없이 만듭니다. 예술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에요.


신입 디자이너 시절. 저는 디자인에 정답이 있는 줄 알았습니다. 제가 하는 건 틀린 거고 선임 디자이너가 하는 작업은 정답이라 생각했습니다. 연차가 쌓이고 되돌아보니 디자인에는 정답 대신 좋은 디자인과 나쁜 디자인이 있는 것이었습니다.


좋은 디자인과 나쁜 디자인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이 또한 '사람'입니다.

사람에게 좋은 게 좋은 디자인이고, 그렇지 않은 게 나쁜 디자인입니다.


그러려면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면 되는데. 그걸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나와 항상 제일 가까운 사람. 바로 '나'에요. 우리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살펴보면 될 거 같아요.



1. '마음이 편안한 것 vs 불편한 것' 어떤게 좋으세요?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저는 편안한 게 좋아요.


2. '의아하다, 혼란스럽다' 이 두 단어는 편한 단어일까요 불편한 단어일까요?

편한 단어는 아닌 것 같아요.


3. '식탁 위에 꽃병이 하나 나와있는 것 vs 빈 병이 하나 나와있는 것' 어느 게 마음이 편할까요?


4. '식탁 위에 꽃병이 하나 놓여있는 것 vs 꽃병이 다섯 개 놓여 있는 것' 어느 게 보기 좋을까요?


5. '방안이 정리되어 있는 것 vs 어지러운 것' 어느 게 마음이 편안하세요?



하나씩 살펴보아요.


1. 사람들은 보통 마음이 편안한 걸 좋아해요.


2. 그렇기 때문에 의도된 게 아니라면 보는 사람들이 의아해하거나 혼란스러워하지 않도록 디자인해야 돼요. 디자인의 대가 도널드 노먼은 이렇게 말했어요. "어떤 곳에 안내 표시가 있다면 그것은 어렵다는 신호다."

특히나 정보를 전달하는 디자인을 할 때에는 보는 사람 입장에서 혼란스럽지는 않을지 한번 더 생각해야 해요.

도널드 노먼 책 '심플은 정답이 아니다' 133 페이지


도널드 노먼 책 '심플은 정답이 아니다' 56 페이지


3. '식탁 위에 꽃병이 하나 놓여 있는 것 vs 빈 병이 하나 놓여 있는 것'

  병이라는  동일하지만  장면을 보았을 , 꽃병은 의도적으로 두었다는 느낌이 들고,  병은 의도를 느낄 수가 없어요. 그렇때문에 저라면 식탁 위에서  병을 치우고 싶을  같아요. 디자인도 동일해요. 허전하다고 의도나 목적을   없는 요소를 덩그러니 가져다 놓으면 허전함이 없어진 대신 의아함과 불편함이 몰려와요.  병을 두고 싶으면 꽃이라도 하나 넣던가 아니면 아예 빼기로 해요.


4. '식탁 위에 꽃병이 하나 놓여있는 것 vs 꽃병이 다섯 개 놓여 있는 것'

포인트는 하나로도 충분해요. 아무리 이뻐도 포인트가 여러 개 놓이다 보면 시선이 분산되면서 복잡해지기 십상이에요. 꽃병 하나로 부족하다 싶으면 옆에 이쁜 양초나 액자 정도 놓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식탁은 가족의 정서를 나타내는 공간이니까요. 꽃병 옆에 갑자기 헤어스프레이나 볼펜 꽂이가 있어도 이상하겠죠? 상황에 맞지 않으니까요.

디자인을 구성할 때에도 눈길이 가는 포인트는 하나정도 두고, 상황과 목적에 맞는 요소들로 꾸미는 게 좋아요. 의아하거나 혼란스러워지지 않게요.


5. '방안이 정리되어 있는 것 vs 어지러운 것'

마지막으로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디자인의 마무리는 항상 정돈되어 있어야 해요. 화면 안에 있는 모든 요소 하나하나에 의도가 있고, 어울리는 위치에 있고, 조화롭게 어울렸으면 좋겠어요.


여기까지 편안함을 주는 디자인의 예를 살펴보았지만 작업자마다 편안한 걸 만들고 싶어 할 수도 있고, 불편한 느낌을 주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 할 수도 있을 거에요. 불편함이 주는 신선함과 특별함도 있으니까요.

제가 얘기하고 싶은 건 의도되지 않은 불편함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등장하는 것은 막자는 것이었어요.


말로 하기는 쉽고, 읽는 것도 쉽지만 막상 작업에 적용하려면 쉽지 않은 게 저희의 일이 잖아요?

능력 있는 디자이너로 남기 위해 계속 공부해요 우리.


슈퍼밴드 2 영상으로 이번 글 마무리 할께요.

https://www.youtube.com/watch?v=uHYWiVadRRk&ab_channel=JTBC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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