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nkyoung Mar 27. 2021

남의집에서 반나절 일해보며

남의집 홈오피스에서 느낀 여행 같았던 하루


코로나 19가 장기화되면서 많은 기업들은 재택근무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나 또한 회사를 다니는 동안 재택근무를 몇 달 동안 경험했다. 약 두 달 정도 재택근무를 진득하게 시행했었는데, 나에겐 그 시간이 썩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업무 특성상 직접 소통하는 것이 훨씬 편하기도 했고, 가장 큰 이유는 사실 '집'에서 일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 우리 집은 서울의 작은 '방'이다. 방이라고 일컫은 이유는 바로 원룸이기 때문이다. 

직사각형 모양의 나의 방에는 잠자는 공간과 작은 책상, 그리고 부엌까지 알차게 들어가 있는데 

이 점이 재택근무를 진행할 때는 업무 효율을 크게 떨어트리곤 했다. 

나에게 집은 오로지 쉼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되길 바랬다. 이 작은 울타리 안에서 8시간 이상을 일하려니 답답 그 자체였던 것. 집이라도 좀 넓었으면 좀 달랐을까? 

그래서 자주 찾던 곳은 프랜차이즈 카페. 예쁜 카페에 가서 힐링도 하며 일하고 싶었지만, 음료 하나를 시키고 몇 시간 앉아 있는 게 눈치가 보여서 늘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를 가기 일쑤였다.


여하튼 서론이 길었지만- 그만큼 나에게 집에서 업무를 장시간 진행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불편함을 가지고 있던 찰나에 최근 재밌는 서비스를 발견해 경험하고 왔다.   

바로 남의 집에서 일할 수 있다는 '남의집 홈오피스' 서비스가 그것.

<남의집 홈오피스> 는 호스트가 상주하고 있는 집의 한 공간에서 일할 수 있는 서비스다. 여러 개의 홈오피스 중, 최대한 경험해보지 못했던 분위기의 홈오피스를 선택해 다녀왔는데 바로 한옥집이었다. 

서울 한복판에 한옥집이라니, 그것도 이 집에서 일할 수 있다니. 약간은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남의집' 앞에 도착해서 호스트분께 전화를 드리니 문을 열어주셨다. 소개를 받으며 들어간 이 곳은 잠시 시간여행을 떠나온 듯했다. 내가 방문했던 날은 다른 손님은 방문하지 않아서 온전히 나의 공간이었고 그 덕에 고요함은 배로 느껴졌다. 

방문한 남의 집의 경우에는 큰 테이블에서도 일할 수 있고, 한옥 방에서 좌식으로도 이용이 가능했다. 아무래도 한옥이 강점인 남의 집에 왔으니, 앉아서 체험해보고 싶은 마음에 방으로 안내를 받았다. 남의집 홈오피스는 커피, 차를 제공받을 수 있었다. 나의 경우엔 커피를 안 먹고 있어서 조용히 차를 끓여서 방으로 가져갔다. 

오후 1시쯤 빛이 따스하게 한옥에 내리쬔다. 잠시 노트북을 들고 나와 앉아있었지만 

사실 빛이 강해 일은 못했고 잠시 멍 때리며 쉬어갔다. 회사와 집에선 꿈도 못 꿨던 잠깐의 휴식이다.

따스한 빛을 쐬다가 나만의 방에서 노트북을 켜 밀린 사진 보정을 했다. 사진을 취미로 하는 내게 가장 바쁜 계절은 봄. 멀티 플레이가 안 되는 나는 집에서 주로 유튜브 영상을 귀로 들으며 보정하곤 하는데, 남의 집에선 그럴 이유가 없었다. 여기선 굳이 무언가를 들으려 하지 않아도 은은하게 귀로 들려오는 소음이 집중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문득 생각해본다. 왜 집에선 못했던 일이, 이 곳에선 가능한 걸까? 의지의 차이인 것일지, 공간의 차이인 것일지. 아니면 이 공간이 나의 의지를 다 잡아준 것일지. 무엇이 답 일진 몰라도 꽤나 신선한 경험이었다.

우리 집이 아닌 남의 집에서 보낸 몇 시간의 홈오피스 경험은, 우리 집에 돌아오니 금세 그리워진 경험이 되었다. 사실 집 근처 카페를 방문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남의 집 홈오피스는 단순 업무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공간이 주는 힘까지 오로지 느끼며 오히려 새로운 자극이 되었달까. 이번 체험으로 종종 남의집 홈오피스로 업무 여행을 떠나고 싶어 졌다. 더 많은 홈오피스가 들어오면 좋겠다는 생각과 언젠가 나도 누군가에게 집을 셰어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며- 




#남의집 #남의집프로젝트 #남의집홈오피스 #홈오피스노마드 #통인1939

이 콘텐츠는 남의집 홈오피스 노마드로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명절을 앞둔 ‘총 없는’ 전쟁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