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에 관한 부자들의 습관은 다음의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 부자들은 책을 많이 읽는다. 두 번째, 부자들은 책을 끝까지 읽지 않는다.
'부자 되는 습관'의 저자인 토마스 C. 콜리는 223 명의 부자와 128명이 가난한 사람을 대상으로 독서 습관을 조사했다. 여기서 부자란 연간 16만 달러 이상을 벌고 순자산이 320만 달러가 넘는 사람들이다. 반면 가난한 사람들은 연간 소득이 3만 달러 이하이고 순 자산이 5천 달러 미만인 사람들을 지칭한다.
조사 결과 매일 30분 이상 책을 읽는다는 대답이 부자들은 88%였으나 가난한 사람들은 2%에 불과했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는 대답도 부자는 86%였으나 가난한 사람들은 2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자들은 책과 가깝다는 고리타분한 사실을 통계적으로도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면 유명인사들과 부자들이 독서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음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독서광으로 유명한 빌 게이츠는 매년 50권의 책을 읽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서를 위해 주말에 쓰는 시간만 3~4시간, 매일 밤 최소 1시간 씩 책을 읽는다고 한다. 심지어 억만장자이면서 서평 파워 블로거로까지 활동하며 출판기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2010년부터 '게이츠 노트'를 운영하면서 자신이 읽은 책을 소개하기도 하고 여름 휴가지에서 읽으면 좋은 책 리스트를 추천하기도 한다.
빌 게이츠 뿐 아니라 조지 소로스, 워렌 버핏 등 세계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부자 중에서 책을 싫어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런 이들이 책을 가까이 했고 그들의 부가 형성되는데 독서 효과가 영향을 미쳤다는 암시는, 확실히 책을 가까이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의식을 심어준다. 그런데 보통은 여기까지다. 그들이 그 많은 책을 어떤 방식으로 읽는지에 대한 정보는 잘 없다.
그러니 지금부터 살펴보자. 상위 1% 부자들의 책 읽는 방식에는 사실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그들은 책의 일부만 읽는다. ‘성격 급한 부자들’을 쓴 다구치 도모카타는 일본의 자산상담가로 일하며 3천 명이 넘는 부자들을 만나왔으며 그 자신도 금융회사의 대표다. 그가 이렇게 말한다.
“‘시간이 유한하다’라는 의식이 강한 부자들은 독서를 시작해도 마음에 와 닿지 않으면 읽기를 그만둔다. 나는 처음 10페이지 정도를 읽고 판단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글자 한 글자 정성 들여 읽을 필요는 없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얻었다면, 그 순간 그만 읽어도 된다. 실제로… 부자는 그렇게 책을 읽는다.”
둘째, 그들은 집중적으로 읽는다. 워런 버핏의 책읽기를 살펴보면 '맥락'이 뚜렷했다. 버핏은 그가 7~8살이었을 때부터 투자에 관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부친이 증권사를 경영했기 때문에 주변에 투자에 관한 책이 널려있었다. 그 책들을 섭렵한 뒤에는 오마하의 공공 도서관에 가서 투자에 관한 책은 모조리 읽기 시작했다. 수많은 투자관련 책을 읽은 버핏은 벤저민 그레이엄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교수가 쓴 '현명한 투자자'란 인생책도 만난다. 가치투자의 이론서인 이 책은 현재 그의 인생을 만들어준 책으로 손꼽힌다. 버핏이 독서를 통해 추구한 목표는 뚜렷했다. 그가 만약 '1년에 10권 읽기'를 목표로 세우고 일간지나 독서클럽에서 추천해주는 '이달의 책' 같은 걸 읽는 방식에 만족하는 독서가였다면, 오늘의 버핏은 없었을 것이다.
최고경영자(CEO)들의 독서법을 연구한 ‘그들은 책 어디에 밑줄을 긋는가’의 저자 도지 에이지는 “즐기기 위해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재미를 느낄만한 세계를 넓히기 위해 책을 읽는다”고 말한다. 즉, 책 자체는 중요한 게 아니란 뜻이다. 책을 몇 권 읽었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책 전체를 다 읽었는지 아닌지도 중요하지 않다. 원하는 것을 얻으면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한다는 병’에서 벗어나야한다.
그는 경제경영서를 2만 권 넘게 읽었지만 한 권의 책에 100개 밑줄을 긋는 것보다 100권의 책에서 하나의 밑줄을 발견하는 것이 얻을 게 더 많았다며 이렇게 말한다.
“피터 드러커 '피터 드러커 매니지먼트'를 본적 있는 사람은 그 책의 두께를 한번 떠올려보자. 내용을 축약한'매니지먼트 에센스판'도 빽빽한 글씨로 320페이지나 된다. 우리가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할까? 절대 그렇지 않다.”
요컨대 부자들은 많이 읽지만 일부를, 집중적으로 골라 읽는다. 목표를 따라 집요하게, 하지만 현명한 방식으로 읽는 것이 부자들의 책 읽기란 뜻이다.
모두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 부자이면서 영향력까지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부자들의 특징과 필수 불가결한 관계를 맺고 있는 부자들의 독서와 독서법을 안다면 그 목적을 달성하는데 적지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
그런데 한 가지 찝찝한 게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의 KEB하나은행 프라이빗뱅킹 고객 1028명을 심층 분석한 ‘2017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부자들의 98%가 독서를 했지만, 한해 동안 읽은 책이 1~4권이라고 답한 이들이 47%로 가장 많았다고 한다. 5~9권 읽는 사람이 30%, 10권 이상 읽는 이들은 21% 정도였다. 10권 미만, 즉 한 달에 책을 한 권도 안 읽는 이들이 77%였다는 말이다.
부자들이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은 미국 통계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일까? 한국 부자들이 뭘 해도 욕을 먹는 이유가 이 통계에 여러가지로 함축 돼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