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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이 May 14. 2019

실리콘밸리 괴짜들의 반전

실리콘밸리 최고 갑부 중 한명은 페이스북을 창업한 저커버그다. 저커버그처럼 세계를 휘어잡는 실리콘밸리의 청년 갑부가 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건 뭘까.


반짝이는 아이디어, 대학 중퇴, 약간의 소시오패스적 성향, 괴짜 동업자들과 허름한 창고?


유명한 청년 창업가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집 뒤편의 허름한 창고라고 믿는가?


완전히 틀린 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읽는 것이다. 그것도 실용적인 책이 아니라, 철학, 정치, 경제, 행정 고전과 같은 인문학 책들이다. 흔히들 말하는 '뜬구름 잡는 책'들이다. 돈보다 교양이 중요하다거나, 돈보다 인성 함양이 더 중요하다는 등의 원론적 차원에서 하는 말이 아니다. 통념과는 달리 이런 책들이 생각보다 더 돈이 되기 때문이다. 인문학은 통념과 달리 돈이 되고, 고용을 창출하며, 기술 발전과 혁신의 중심이다. 이 주장은 실제 팩트로 뒷받침된다.  


브루킹스연구소가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산출한 미국의 전공별 최상위 10% 고성과자들의 평생소득 자료를 보면 가장 높은 소득을 낸 건 경영학과생들이 아니라 정치학, 역사학, 철학 전공자들이었다.  1위는 481만 달러로 집계된 정치학이었다. 이어 역사학(375만 달러), 회계학(366만 달러), 철학(346만 달러), 경영학(337만 달러), 토목공학(336만 달러), 컴퓨터공학(320만 달러), 영문학(281만 달러), 심리학(264만 달러) 순이었다.  


경력이 쌓였을 때 인문학 전공자들은 상원의원, 주지사, 방송프로그램 사회자, 베스트셀러 작가 등으로 사회적 영향력과 경제력 면에서 최고의 성층권에 도달할 확률이 더 높았다. 


실제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스타트업 설립자의 3분의 1이 인문학을 전공한 것으로 나타났고 주식 시장을 움직이는 사람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인문학 전공은 철학이었다. 소로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포브스 기자인 조지 앤더슨은 ‘왜 인문학적 감각인가’라는 책에서 "인생을 긴 안목에서 바라볼 때 교육은 인생 최고의 투자이고, 인문학은 그 정점에 있다"고 말한다.


조지 소로스는 한국인의 기피학과 '철학' 전공자이다.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 인문학적 감각이 요구되는 분야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인문학을 통한 비판적 사고에 단련된 이들은 모순, 미지 상태에서조차 유연한 자세와 수평적 사고를 유지할 수 있다. 데이터는 많지만 정확성은 부족한 빅데이터 시대에 이런 능력은 더욱 강조된다. 3차원(3D) 프린팅, 유전학, 자율주행 자동차, 스마트 하우스 등 영역을 넘나드는 첨단기술의 각축장에서는 ‘비기술적 통찰력’을 요구하는 일자리가 훨씬 더 많다. IBM이 블록체인 팀에 사회학 전공자를 채용하고 맥킨지에 수많은 인류학 전공자가 근무하고 있는 이유다. 


‘문송합니다’라는 말이 있다. “문과라서 죄송하다”는 이 말은 우리 사회에서 인문학이 어떻게 취급받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현상은 전 세계적이다. ‘실패의 사회학’을 쓴 사회학자 메건 맥아들은 “영문학을 전공하고 싶다면, 우선 스타벅스 매장에 자리가 있는지부터 알아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비슷한 어록은 차고 넘친다. “철학자보다 용접공이 필요하다.”(미국 상원의원 마코 루비오), “심리학에, 철학이라…나중에 칙필레(샌드위치 체인점) 같은 데서 일하게 될 수 있단 점은 염두에 둬.”(젭 부시)


하지만 보시다시피 우리는 인문학을 오해했다. 인문학은 지금까지 유망했으며 앞으로 더욱 그렇기 때문이다. 

더는 문송(문과라서 죄송한)하지 말고, 읽고 싶은 책은 마음껏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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