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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re Aug 14. 2020

반교: 디텐션

반교 디텐션

1960년대 말 계엄령 치하의 대만, 팡레이신과 웨이충팅은 같은 학교를 다니는 선후배 사이다. 비가 세차게 오는 어느 날 팡레이신은 교실 책상에서 눈을 뜬다. 어딘가 이상하게 변해버린 학교, 팡레이신은 웨이충팅과 만나 학교를 빠져나가려고 애를 쓰는 와중에 학교의 이변이 웨이충팅이 속해 있던 독서회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아낸다.


포스터에도 나와 있듯, 반교 디텐션(이하 반교)은 대만의 인디 호러 게임을 원작으로 한 공포 영화다. 원작 게임은 계엄령의 대만을 배경으로 기이하게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며 그 시대에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들에 대한 비유를 잘 풀어낸 것으로 호평받았다.


원작 게임 반교

영화 반교 역시 근래 보기 드물게 좋은 평가를 받는 게임 원작 영화다. 어쌔신 크리드, 툼 레이더 리부트, 명탐정 피카츄, 슈퍼 소닉 등 최근 개봉한 게임 원작 영화들은 호불호가 갈리거나 혹평을 받은 경우가 많지만 이 영화에 대해서는 전문가나 관객에서나 대체적으로 좋은 평이 나오고 있다.


반교의 영화화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했을 때, 많은 이들이 원작의 주제의식이 희석되고 그저 그런 일개 공포물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영화는 그런 의심을 완전히 씻어주었다. 오히려 약간은 과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영화 내에서 배경에 대해 설명을 해준다.

웨이충팅과 팡레이신

그저 자유롭게 공부가 하고 싶었던 학생들, 그리고 그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을 뿐이었던 선생님들. 스러져가는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한국의 근현대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게임에 비하면 그런 시대적 배경과 공포 요소들이 잘 결합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공포 영화로 이러한 시도를 했다는 것 자체를 칭찬해주고 싶다. 팡레이신과 웨이충팅의 개인적인 서사도 영화에 충실히 반영되어 있다.


반교를 시대가 빚어낸 비극, 그것이 당사자들에게 어떻게 공포로 다가가는가에 대한 비유라고 생각해 보면, 호러라는 장르를 택한 건 매우 적절해 보인다. (물론 당시의 실제 아픔과는 비교하기도 어렵지만) 간접적으로나마 그 두려움이 어떠했을지에 대한 경험을 장르적으로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전히 만족스럽게만 한 영화는 아니었다. 영화에서는 각색된 부분이 꽤 있는데, 이는 웨이충팅의 비중을 늘리기 위함으로 보인다. 주요 등장인물이 팡레이신 혼자인 것 보다는 웨이충팅과 팡레이신 둘이 되는 것이 관객의 흥미를 유발하는 데 적절하다고 생각해 이런 식으로 각색을 한 듯하다.


물론 각색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영화와 게임의 장르적 차이가 있기에 다르게 표현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주인공이 남녀가 되면서 이야기에 흥미가 돋궈지는 것도 분명하고 말이다. 하지만 게임을 하는 내내 느꼈던, 홀로 학교에 고립되었다는 답답한 공포가 사라진 부분은 아쉽다.


더불어 학교라는 공간이 너무 비유적으로 변한 것도 아쉬운 점이다. 게임에 비하면 동양 신화나 전설적인 요소가 많이 줄었다. 주요 귀신으로 등장하는 등불 귀신만 해도, 게임에서는 말 그대로 귀신이지만 영화에서는 헌병의 각모를 쓰고 나와 비유라는 것을 명백히 보여준다. 이런 부분에 대한 호불호는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너무 명확하게 바꾼게 아닌가 싶었다.

반교 게임에서, 등불 귀신

영화를 추천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묻는다면, 나는 추천할 수 있다고 답하겠다. 반교는 공포라는 틀에 시대비판적인 메시지를 담은 좋은 영화다. 오히려 게임을 해서 영화를 보는 내내 너무 비교에 초점이 맞춰진 것 같기도 하다. 인물들의 애틋한 사연, 한국의 과거와 유사한 시대적 배경 등 관객이 충분히 공감할 만한 요소가 반교에는 많으며 그것을 하나의 그릇에 잘 녹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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